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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져루이] 눈 쌓인 교정, 분수대 앞.
* 호그와트au
호그와트의 학생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근 십년간 인구가 늘고 있다곤 하지만 마법사나 마녀의 수는 결코 많은 편이 아니었고, '그' 사건 이후로 마법사의 인구가 줄다 보니 한 기숙사의 학생이라고 해봐야 백 명이 될까 말까였다. 그러니 무슨 일이라도 났다 하면 소문이 퍼지는 건 삽시간이었다.
“오, 작은형!”
“저리 가라. 이글.”
“캬, 난 형을 다시 봤지 뭐야. 노땅한테 개겼다가 된통 깨졌담서?”
“그게 무슨 천박한 말투냐! 네 녀석은 조금 더 홀든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왜애. 난 작은형이 인간적이어서 좋은걸.”
이글은 혼자 분수대에 앉아있던 벨져에게 다가가 킬킬거렸다. 고작 열두 살밖에 안 된 소년은 그 나이 소년답게 장난기가 많았고, 홀든의 수치이자 걱정이라는 말답게 호그와트 안에서도 항상 말썽의 중심에 있었다. 홀든 최초로 슬리데린에 들어가지 않은 걸 첫째로, 모범적이다 못해 너무 완벽해 다가가기 힘든 그의 형들과 달리 그리핀도르의 기숙사 점수를 깎아먹는 주범이자 골칫덩이였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천진한 천연덕꾸러기라는 게 이글의 장점이지만 그와 십여 년을 같이 보낸 벨져에게 동생이란 홀든의 어디에서 이런 게 나왔는지 모를 미스터리이자 귀찮은 대상에 불과했다.
“좋은 말로 할 때 꺼지렴, 이글.”
“우와앗. 엄청 상냥한 얼굴로 꺼지라고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아아, 영웅님한테 알려주러 가야…. 으엑!”
“당장 멈춰.”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도망가려는 이글의 머리 꼬랑지를 잡아 세운 벨져는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는 막냇동생의 어깨를 잡아 분수대에 앉히고 눈을 맞췄다.
“약속해라. 절대, 절대 그 자식한테 말하지 마.”
“헤헤, 그럼 뭘 해줄 건데?”
“……. 제길.”
“하하하! 이번 호그스미드 외출 때 데리고 나가준다고 약속하면 생각해볼게!”
“이글! 안 된다는 거 알면서 억지 부리지 마라!”
“흐으응. 그럼 버터 맥주?”
열두 살밖에 안 된 녀석이 당당하게 음주를 입에 담는 걸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이 뱀같은 녀석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에게만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야 한다. 세심한가 싶으면서도 답답할 정도로 둔한 녀석이니 아직 희망은 있다. 벨져는 오늘 있었던 해프닝이 이틀도 안 가 잊히길 바랐다. 교수에게 대든 것 정도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내막이 알려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간사한 뱀처럼 웃는 이글에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이글이 배를 잡고 웃었다.
“즐거워 보이네, 이글.”
“큽, 푸흡. 그게, 하하! 루이스, 그거 알고 있어?”
“글쎄,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네게 호그스미드 외출은 일러. 반장 회의 때 조용히 말씀드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지금 벌점을 주는 게 나을까?”
“칫, 재미없긴.”
언제 왔는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쌀쌀해진 날씨에도 목을 훤히 내놓은 루이스가 허리를 짚으며 퍽이나 다정한 말투로 이글을 타일렀다. 타이른 다기 보단 협박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어쨌거나 천방지축인 이글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글은 입을 비죽이며 투덜거릴지언정 순순히 물러났다.
그 잠깐 사이에 사람을 흔든 녀석이 회랑 끝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벨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벨져와 같이 이글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루이스가 걸음을 옮겼다. 아침에 내린 눈이 뽀드득 뭉쳐지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후드 안쪽으로 보이는 흰 목이, 그 잠깐 사이 벨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도 모르게 꿀꺽 목울대를 울린 벨져는 루이스가 고개를 돌리자 시선을 피했다.
“이상하네.”
“가던 길 가라.”
그 사이 차가워진 분수대에 앉자 루이스가 한 걸음 다가왔다. 옆에 앉으려나 싶어 한 쪽 다리를 당겨 눈을 치워도 루이스는 더 다가오지 않았다.
“스타이거 교수님과 한 판 했다며?”
“그게 뭐.”
“…그거, 혹시 나 때문이야?”
움찔, 정곡을 찔린 벨져는 반사적으로 몸을 굳혔다가 고개를 들었다. 루이스의 얼굴엔 표정이라 할 게 없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붉은 눈동자에 울컥 울화가 치밀었다.
“누가 너 따윌 신경 쓴대?”
“아니면 말고.”
“하!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 따위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란 거냐?”
“그만.”
서늘한 눈매와 살벌한 눈빛에 벨져는 입을 다물었다. 그 따위에 화를 내는 루이스라니, 상상도 못했던 반응에 당황한 건 오히려 벨져 쪽이었다. 자신이 압도당했다는 사실에 벨져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다 헛웃음을 흘렸다.
“왜, 그가 널 책임져주기라도 할 것 같아? 사정 안 좋은 게 어디 너 하나야? 그런데 왜 너만 받아줬겠어!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슬 퍼런 눈빛으로 조용히 타오르던 루이스의 표정이 점점 이상하게 변했다. 크게 놀란 듯 입술을 꾹 다물고 눈만 깜빡거리던 루이스가 손을 들기에 지팡이를 꺼내는 줄 알았는데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곤,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소리 내서 웃는 루이스를 본 적이 있던가.
소복이 눈이 쌓인 분수대 앞, 눈이 녹아 얼음으로 굳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것같이 고요한 풍경 속에서 루이스가 웃었다. 그 자신도 주체하기 힘든지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고 웃다가 눈이 마주치자 사르르 눈을 휘는데, 햇살이 물에 닿아 반짝이는 것 같았다. 바람이 멎고, 햇살이 멈춘다. 멈춘 시간 속에 그는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뺨에 열이 몰려, 벨져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 치고 너무 격렬하게 웃느라 벗겨진 후드 안으로 보이는 흰 목과 귀가 붉게 물들어있었다. 겨우 진정하고 숨을 고른 루이스가 미소를 지으며 벨져의 앞에 섰다. 한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루이스는 O.W.L.이다 뭐다 해서 바빴던 내내 우중충하게 다니던 사람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래.”
“뭐가.”
“스타이거 교수님은 좋은 분이야.”
뜻 모를 말에 미간을 좁히자 루이스가 다시 웃다가 주먹을 입에 대며 헛기침했다.
“내 평생 가장 편한 여름방학이었어. 늘어져라 낮잠도 자고, 밤낚시도 가고. 네가 오해할만한 건 전혀 없었어. 그냥, 뭐랄까…….”
“지금 내 앞에서 그를 두둔하는 건가?”
“두둔한다기 보단…. 오해하지 말라고.”
“내가 무슨 오해를 했다는 거지?”
“스타이거 교수님이 나한테 불건전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거 아닌가 하고 걱정한 거 아니야?”
“걱정이라니, 내가? 너를? 하! 착각도 유분수지!”
“그럼 다행이고.”
루이스가 뒷짐을 지더니 슬며시 웃었다. 혼자만 열을 내는 게 분해서, 이를 악문 벨져는 손을 뻗엇다. 뒤늦게 피하려고 해봤자 거리를 좁힌 건 그였고, 벨져의 손은 그대로 루이스의 목을 감쌌다. 몸을 뒤로 빼며 눈을 질끈 감았던 루이스는 차가운 손이 목에 닿자 몸을 떨며 뒷걸음질치고, 발이 미끄러지며 허우적거리다 뒤로 넘어져버렸다.
“으으.”
“흥. 꼴좋군.”
벨져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턱을 치켜올리고 입꼬리를 올리자 성대하게 넘어진 루이스가 엉덩이를 만지다 뚱한 얼굴로 올려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멍청하게 혼자 자빠진 거지만 크게 한 방 먹인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루이스가 손을 내밀었다.
대뜸 내밀어진 하얀 손. 벨져는 루이스의 손에서 웃음기가 걷힌 눈으로 시선을 올렸다가, 다시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보풀이 인 헐렁한 소매 안쪽으로 보이는 손목은 같은 남자의 것치고 가늘고 희다. 왠지, 봐선 안 되는 걸 봐버린 기분이었다. 다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루이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그 손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암시도, 해석해야 할 필요도 없다.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다 손을 맞잡자 루이스가 빙긋 웃었다. 눈꽃 결정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미소가, 흰 눈밭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얍.”
“으왓!”
심장이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루이스가 개구쟁이처럼 웃더니 맞잡은 손을 확 잡아 당겼다. 그 손이 이끄는 대로 끌려간 벨져는 그대로 루이스의 위에 엎어졌고, 루이스의 웃음소리와 함께 솜털 같은 냄새가 확 풍겼다.
“하하하. 아아. 정말이지, 구경꾼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이 자식…….”
“벨져 홀든이 놀라는 얼굴이라니. 카메라라도 가져왔어야 했는데.”
루이스는 짐짓 아쉽다는 얼굴로 고개를 젓다가, 눈이 마주치자 다시 웃어버렸다. 평소의 그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순박하고 소년 같은 웃음에 벨져는 루이스의 가슴을 짚고 몸을 일으키며 입가를 씰룩였다.
“감히 사람의 호의를……. 이런 식으로…….”
“미안, 그지만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너만 만나면 되는 일이 없어! 지팡이 들어!!”
“잠깐 벨져, 진정하고…….”
양 손을 들고 순진한 척 눈을 깜빡여 봤자, 입꼬리가 부들거리며 올라갔다. 애써 웃음을 참는 꼴이 더 보기 싫어, 벨져는 옆에 있는 눈을 한 움큼 집어다 루이스의 얼굴에 문질렀다.
“차거! 야!”
“죽어! 이 배은망덕한 새끼야!”
“네가 먼저, 흐앗.”
셔츠 안으로 눈이 들어가자 루이스가 움찔 몸을 떨며 가는 비음을 흘렸다.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떼자 루이스가 가쁜 숨을 내쉬며 벨져를 올려다봤다. 얇게 뜬 눈에, 잔뜩 붉어진 얼굴, 하얗게 서리는 입김. 야릇한 표정에 벨져의 얼굴에 다시 열이 번졌다.
“읏.”
“……벨져?”
“말 하지 마. 그랬다간 죽여 버릴 거다.”
벨져는 루이스의 멱살을 쥐었다가 놓으며 일어났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멀뚱히 저를 바라보는 루이스에게, 제 심장 소리가 전부 들릴 것만 같았다. 덜컥,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이글 녀석이 수상한 저주를 건 게 틀림없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이번에는 혼쭐을 내주리라. 그렇게 다짐한 벨져는 아직도 눈밭에 어정쩡하게 앉은 채 저를 바라보는 루이스를 무시하고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망토가 휘날리는 걸 정리하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텅 빈 회랑을 걸었다.
걸음은 곧 뜀박질이 되고, 루이스로부터 멀어진 다음에서야 벨져는 벽을 짚고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토해냈다. 자꾸만 그 야릇한 목소리와 얼굴이 떠올라 미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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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져루이] 그 해, 가을.
*호그와트 au
9월 1일. 런던, 킹스 크로스 역. 긴 여름방학을 보낸 호그와트의 학생들이 새 학기를 맞이해 머글들 사이를 오갔다. 머글 태생이나 혼혈 학생들이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지만 머글들과는 거리가 먼 순수 혈통의 학생들은 종종 그들의 시선을 받곤 했다. 그리고 여기, 다른 의미로 머글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소년이 하나.
“제길.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불어오는 바람에 눈부신 은발을 날리며 승강장을 돌아다니던 벨져는 양손으로 무릎을 짚고 숨을 들이마셨다. 차라리 마법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성인이 되기 전까진 마법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는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는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홀든.”
“윽.”
“설마 길 잃어버린 거야?”
최악. 벨져는 두꺼비를 잃어버렸다며 난리를 피우던 막냇동생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하필이면 가장 마주치기 싫은 녀석과 마주쳐버렸다 아직 학교도 아닌데 이 면상을 보다니 이번 학기는 벌써부터 재수가 옴 붙었는지도. 벨져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남이사.”
“이글이라면 두꺼비보단 부엉이라 생각했는데.”
루이스의 후드 안에서 여름 내내 벨져를 괴롭힌 이글의 두꺼비가 고개를 내밀었다. 고양이나 개, 토끼처럼 작고 털 달린 작은 동물만큼은 아니지만, 양서류 역시 달갑지 않았다. 따지자면 그들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벨져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꺼비의 머리를 쓰다듬는 루이스를 보며 혀를 찼다.
애초에 왜 그런 동물을 귀여워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거 없이도 잘 살 수 있는데. 약한 것들은 싫다. 벨져는 남루한 사복 차림의 루이스를 아래위로 훑었다. 원래 지내던 고아원이 파산해서 스타이거 교수네서 지낸다더니 어째 추레한 행색은 나아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리 내.”
“내가 이글한테 갖다 줄게. 악몽이라도 꾸면 큰일이잖아.”
“윽, 너…!”
“누구나 무서운 거 한둘쯤은 있는 거 아니겠어. 이쪽이야.”
아니, 달라졌다. 분위기가 다르다. 조금 더 차분하고 침착해진데다, 전에 없던 여유가 생겼다. 벨져는 트렁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짐가방 하나를 손에 달랑 든 루이스를 따라 걷다가 그를 제치고 앞서 걸었다. 다이무스도 그렇고, 고작 몇 살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 어른인 척 앞서나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호해야 할 어린애도 아니고, 벨져 홀든에게 미아 취급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벨져, 어딜 갔던…. 루이스.”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나. 좋아 보이는군.”
짜증이 가득했던 다이무스의 얼굴이 루이스 앞에 서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다이무스 홀든으로 돌아오는 게 꼴불견이었다. 벨져는 일부러 제 형의 팔을 치며 지나갔다. 그래도 이번 학기만 보내면 다이무스와 일 년에 아홉 달은 떨어져있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애써 위안 삼으며 두꺼비 따윈 진즉 잊었다는 듯 신이 나 머글들에 대해 떠드는 이글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아, 작은형! 큰형! 작은형이 때렸어!”
“고생이 많으시네요.”
“……잘 부탁한다.”
“별 말씀을요. 이글. 네 두꺼비.”
“오! 고마워!”
루이스는 웃으며 이글의 손에 두꺼비를 내려주었다. 두꺼비는 괴팍한 제 주인에게 돌아가기 싫은 눈치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루이스의 목이 허전했다. 벨져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예감에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는 루이스의 손목을 잡아챘다.
“벨져?”
“따라와.”
“어? 응? 아니, 잠깐, 기차 시간…!”
9월인데도 루이스는 그동안 역에서 한 번도 목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목도리나,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 같은 걸 입었으면 입었지 오늘처럼 날씨에 맞는 가벼운 차림을 한 적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냥 추위를 많이 타서 그러겠거니 했는데 왜 하필이면. 9와 3/4 승강장에서 조금 떨어진 벽돌 벽에서야 손을 놓은 벨져는 루이스를 벽에 밀쳤다.
“너, 그 머글들 사이에서 무슨 일을 당한 거냐.”
“…별 거 아니야. 다 끝난 일인걸.”
루이스는 잠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뜰 뿐 부인하지 않았다. 초연한 반응이 더 짜증나서, 벨져는 이를 악물었다. 루이스는 벨져의 어깨를 잡아 두드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편안해진 표정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는 게 분했다. 좋아 보인다는 다이무스의 말이 떠올라 더 화가 치밀었다. 반장인 주제에 슬리데린의 후배들도 그렇게 챙기지 않으면서 다른 기숙사의 루이스를 그리도 잘 대해주었는지, 왜 똑같이 다퉈도 친동생인 자신이 아닌 그를 두둔하고 돌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다이무스는? 알고 있었어?”
“처음 이 역에 오던 날 도와준 게 다이무스라서. 머글들 사이에선 괴물이나 다를 게 없으니까, 흔한 일이야.”
“너….”
“늦겠다.”
자그마치 사 년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다이무스는 알고 있었다는 것도 전부 분했다. 벨져를 밀어낸 루이스가 어깨를 두드리며 정거장을 향해 걸었다. 이래서 머글들이란.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멍청이처럼 당하고 있었던 저 녀석도 구제불능인 건 마찬가지였다. 벨져는 걸음을 옮기다 멈춰서 저를 돌아보는 루이스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멍청이. 그런 녀석들은 따끔하게 손을 봐주란 말이야.”
“그런 말은 너니까 할 수 있는 거야. 벨져.”
분하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거리가 싫다. 저 무심한 눈이 곧바로 제게 향하게 만들고 싶다. 한 눈 팔 여지도 없게 저를 바라보고, 그따위 처연한 미소 따위 지을 여유도 없게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
벨져는 단정하게 자른 루이스의 뒷머리를 잡아채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호그와트로 향하는 급행열차는 급행이라 해도 10시간이나 걸린다. 그 정도면 따져 물을 시간은 충분했다. 감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게 선을 긋고 밀어내다니, 방자한 것도 정도가 있다. 벨져는 양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모두 가질 것이니 선택은 없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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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산이 아니라 바다로 가기도 한다
* 사족의 느낌이 강하게 나지만... 기왕 썼으니까...
** 가끔은 냉장고도 산으로 간다 를 먼저 읽어주세요
벨져는 네 명의 셰프들이 각자 할 요리를 정하는 동안 테이블 위에 팔을 얹고 턱을 괬다. 어쩐지 스튜디오가 소란스러운 것 같아 스태프들을 보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스냅백에 후드, 거기에 마스크까지 중무장을 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벨져가 못 알아볼리 없었다. 벨져는 놀란 나머지 검지로 그를 가리키며 벌떡 일어났다.
“너...!”
“어? 무슨 일이죠? 벨져씨? 어어??? 어???”
벨져의 반응에 시선을 손가락 끝으로 옮겼던 클레어가 놀라 비명을 지르고, 셰프들이 엉거주춤하며 일어났다. 웃으며 스냅백과 후드를 벗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 루이스는 급히 달려온 작가가 채워주는 마이크에 목을 내주며 연신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고개와 허리를 꾸벅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화를 했던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자 스튜디오가 발칵 뒤집히고말았다. 벨져는 공손하게 인사하며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루이스를 바라봤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루이스가 웃으며 벨져의 옆으로 다가왔다. 무심코 의자를 내주려던 벨져는 진행자의 호들갑에 촬영중이라는 걸 깨닫고 도로 자리에 앉았다. 셰프들이 한 칸 씩 옆으로 가서 만든 자리에 앉은 루이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벨져는 미간을 찌푸렸고, 루이스는 엷게 웃으며 벨져의 허벅지에 손을 얹고 토닥였다.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 루이스가 웃으며 침 한 번 안 바르고 벨져가 보고 싶어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 그러지 말고. 방송을 아는 사람이 왜 이래~.”
“하하, 네. 실은 우리 PD님이 꼬셔서 왔습니다. 맨날 보는 얼굴인데요, 뭘. 그리고 이렇게 오면 또 여기 셰프님들이 맛있는 거 먹여주실 것 같아서.”
“어휴. 우리 클레어양 눈빛 좀 봐요. 초롱초롱해.”
“어.... 저 진짜 프로즌씨 팬이거든요. 아참, 루이스씨!”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주는 루이스에 클레어가 호들갑을 떨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반응에 벨져의 표정이 굳어진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소재를 그냥 지나갈 리 없었기에, 진행자들은 맞장구를 치며 바람을 불었다.
“에이, 한 번 안아줘요!”
“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인데....”
“팬이라잖아요. 뭐 어떻습니까!”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분위기에 떠밀린 루이스가 난처해하며 슬쩍 벨져의 눈치를 봤다. 찔리는 거 알면 가만히 있으라고 루이스를 쏘아봤지만 클레어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키친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겸연쩍게 웃은 루이스가 벨져의 손을 잡아 두드리곤 일어났다. 그리곤 다가온 그녀와 가벼운 포옹.
팬과 우상의 포옹이라 하면 훈훈한 장면일지 모르나 벨져의 눈에는 영 탐탁지 않았다. 임자도 있는 사람이 저렇게 홀랑. 집에 가라니까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와버린 것도 그렇다. 하나부터 열까지 루이스가 아니꼬워진 벨져가 팔짱을 끼고 그를 노려봐도 루이스는 좋다고 웃을 뿐이었다.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진행자들이 좋다고 떠들어대는 사이 테이프를 갈겠다며 잠시 촬영이 끊겼다. 평소에도 친분이 있었던 셰프와 인사를 한 루이스가 벨져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너 뭐냐.”
“응? 왜?”
“집에 가라니깐.”
졸음이 묻어나는 눈가를 매만지며 작게 혀를 차자 루이스가 눈을 감으며 벨져의 손을 잡았다. 그만하라는 건지, 계속 하라는 건지 손은 잡아놓고 뺨을 기대는 루이스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앞서 클레어의 냉장고로 요리 대결이 끝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꼬박 세 시간을 더 있어야 했다.
벨져는 마침내 시작된 요리대결을 앞에 두고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옆에 찰싹 붙어있던 루이스가 벨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마이크에 목소리가 들어갈까 입모양으로 졸리냐 묻자 거의 반쯤 눈이 감긴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선 면을 삶는다 고기를 튀긴다 정신이 없는데, 화려한 칼질과 좋은 냄새도 벨져의 시선을 루이스에게서 뺏을 순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 나른한 얼굴에 입 맞추고 싶은 걸 꾹 참고, 벨져는 루이스의 다리를 토닥였다.
몸을 일으킨 루이스가 눈을 깜빡이다 반대편 키친에서 불이 붙은 프라이팬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놀란 토끼같은 반응이 귀여워 웃음을 눌러 참은 벨져는 셰프들과 진행자의 중계에 조금씩 말을 보탰다. 그렇게 눈앞에서 요리가 완성되어가는 걸 보랴, 졸음에 기대는 루이스를 토닥이랴 바쁜 사이 십오분이 흘렀다.
공성 한 판 하는 것과 같은 시간인데도, 요리 두 접시가 뚝딱 완성된 걸 보니 또 감회가 남달랐다.
“그럼 먼저 시식을 해보겠습니다!”
“아, 저만 먹나요?”
“어, 저는요?”
루이스가 어울리지 않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벨져를 바라봤다. 이걸 죽여 살려. 벨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숟가락과 포크로 파스타를 말아 루이스의 입에 갖다주었다. 냉큼 입을 벌려 파스타를 입안에 넣은 루이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떻습니까!”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이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미묘한 반응에 벨져는 파스타를 제 입에 넣었다. 셰프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입 안에 퍼지는 상큼한 토마토와 아보카도의 맛에, 가볍고 간이 심심하니 마냥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파스타는 벨져가 낸 주제에 잘 맞는데다 맛있었다. 벨져조차 루이스가 웃은 이유를 몰라 고개를 돌리니 루이스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루이스가 벨져를 보곤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 반응은 뭐죠? 저절로 웃음이 나는 맛입니까?!”
“아, 그게.... 푸흡. 아, 이럼 안 되는데.... 벨져가 만든 맛이 나요.”
“아아! 이거 어쩌죠! 집에서 먹는 맛이랩니다!”
“아니, 맛있어요! 맛있는데, 어.... 똑같이 건강한 맛인데 벨져씨가 만든 게 좀 더 제 입에 맞는 거 같아요.”
셰프가 고개를 떨구고, 루이스는 미안해하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미안하고 웃긴지 자꾸 셰프에게 사과하며 웃는데, 다가가서 손을 잡아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같은 냉장고로 같은 생각을 하고 만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제가 해준 게 더 맛있다는 말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벨져는 입가를 닦으며 루이스가 워낙 막입이라 그렇다며 셰프를 격려했다.
“그래도 뭐, 오늘 선택을 하는 건 루이스씨가 아니라 벨져씨니까요.”
“그럼요. 저는 그냥 곁다리정도로 생각해주세요.”
“넌 이제 집에 가.”
“벨져씨가 집에서 해주시면 되겠네요.”
“왜 얘기가 그렇게 되죠?”
루이스의 얼빵한 반응에 스튜디오에 웃음이 터졌다. 루이스는 억울하다는 듯 벨져를 툭 쳤고, 벨져는 그런 루이스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음 요리로 나온 해산물 리조토를 한 숟가락 곱게 떠 입에 넣은 벨져는 확연히 다른 향신료의 맛을 음미하며 루이스에게 숟가락을 넘겼다. 냉큼 받아든 루이스가 크게 한 숟가락 떠먹는 동안 리조토를 넘긴 벨져는 셰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건 무슨 뜻인가요!”
“향신료를 굉장히 잘 조합해서 썼는데, 치즈를 많이 넣어서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리조토를 스파이시하게 잘 잡았군요.”
“별점을 준다면 몇 점입니까!”
“5성 만점으로 3.5 드리겠습니다.”
“크흐. 벨져 홀든 기준으로 별 3개면 레스토랑을 열어도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죠?”
“우리 셰프님 굉장히 짠 점수에 굉장히 황송해하고 있어요!”
벨져는 암암리에 도는 속설을 들으며 입을 닦았다. 루이스를 만나기 전에는 입에 안 맞으면 손도 대지 않았던 벨져였다. 게이머로 이름을 날리기 전부터 벨져는 셰프들 사이에서 까다로운 고객으로 유명했다. 한 번 예약이 들어오면 주방장조차 긴장하게 만든다는 홀든가의 차남. 그러니 이런 프로에 나오는 것부터가 사실 어불성설이었다. 그럼에도 하겠다고 한 것은 오로지 한 사람 때문이었다.
“그, 저희들끼리 하는 얘기 있어요. 맛있다고 해주신 메뉴는, 베스트 셀러가 된다고.”
“아, 벨져 홀든 보증제같은 거군요.”
“네, 그리고 별로면 두 번 안 드시고.”
한가득 리조토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루이스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벨져를 바라봤다. 벨져는 제게 돌아오는 높은 평가에 이것 보라며 턱을 들고 오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정작 이 사실을 알아야 할 사람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모르는 눈치라 김이 빠졌다. 루이스는 벨져 앞에 놓여있던 물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수 없죠. 루이스씨, 리조토는 어땠습니까! 여전히 벨져씨 요리가 더 맛있나요?”
“어.... 제가 진짜 피곤한가봐요.”
“왜요? 맛이 없습니까?”
“아뇨, 맛있는데....”
루이스가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자기 딴에 말을 아낀다고 하는데, 그래봤자 이미 꼬투리를 잡은 진행자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루이스는 이러다 백만 안티가 생길 것 같다고 밑밥을 깔았다.
“맛있는데, 자꾸 집에서 먹는 느낌이에요.”
“이건 또 무슨 의미죠?”
“되게 제가 벨져씨한테 길들여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 말 되게 이상한데.”
“아아...! 이래서 너무 잘해주면 안 됩니다!”
“이러면 오히려 좀 궁금해지는데요. 게스트석이 아니라 조리복을 드려야하는 거 아닙니까?”
“어, 그것도 되게 괜찮을 것 같아요. 근데 제가 태생이 그렇다 보니 웬만한 건 그냥 다 똑같이 느껴져서.”
난처해하던 루이스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며 성대하게 자폭해버렸다. 무너져가는 애인을 지켜보던 벨져는 루이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저었다.
“이걸 거둬 살리는 제 고생이 어떻겠습니까.”
벨져의 떨떠름한 표정에 루이스가 짐짓 상처받은 얼굴을 하다가 몇 초 못 버티고 웃어버렸다. 환한 미소에 벨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오늘따라 예쁜 말만 하는 그가 퍽 사랑스러워, 냅다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려 고개를 내밀었다.
“아, 근데 진짜 먹고 나니까 그 향이....”
몸을 기울여 팔에 머리를 기대는 척, 교묘하게 피해간 루이스가 리조토를 칭찬하며 엄지를 들었다. 이건 분명 일부러 피한 거다. 모두 시식을 하는 사이 눈을 흘기자 루이스가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움직였다.
이따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이따가라고 하는지 몰라도 다리를 토닥이는 손길이 퍽 자상했기에 벨져는 이번만 모른 척 져주기로 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오히려 사귈 때보다 카메라 앞에서 뽀뽀하는 걸 조심하게 된 루이스였다. 그래도 사흘 만에 같이 퇴근하고 집에 가는데 괜히 싸우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예쁜 짓도 했겠다, 스케줄도 없겠다 침대에서 아침해가 뜰 때까지 뒹굴려면 토라질 일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자, 그럼 선택의 시간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선택은 어디까지나 벨져씨가 하는 겁니다.”
“그래도 역시 이번 별은 별 두 개의 가치가 있지 않나.”
“그렇죠! 자! 버튼을 눌러주세요!”
처음 두 요리를 먹었을 때부터 승패는 결정되어 있었기에 선택을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여기서 승패를 가른들, 오늘 선보인 레시피는 전부 가질 것이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벨져는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핀라이트를 켜고 조명을 끈 스튜디오의 패널에 승패가 떠오르고, 벨져는 이번 대결의 승자의 가슴에 별배지를 달아주었다.
키친을 정리하는 사이, 두 번째 요리 대결이 남았음에도 루이스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대결에서 진 셰프에게 식당으로 찾아가겠단 말을 전하던 벨져는 루이스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집에 가.”
“너만 맛있는 거 먹으려고?”
반쯤 뜬 눈으로 귀여운 소리를 해대는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루이스가 눈을 꿈뻑이다 주변을 둘러봤다.
“좀 조심하라니깐.”
“그러게 여길 왜 와.”
“왜 오긴, 너 보러 왔지.”
“내가 애냐.”
“애지, 그럼.”
“하! 애랑 그런 짓 하는 넌?”
벨져는 루이스의 어깨를 잡고 무릎을 그의 다리 사이로 넣었다. 루이스가 흠칫 몸을 떨며 벨져의 가슴에 손을 얹어 밀어냈으나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먹잇감을 몰아넣은 기분에 벨져는 입꼬리를 올렸다. 루이스가 시선을 피하며 빠져나갈 구석을 찾았지만 스태프들이 돌아다니는 이상 벨져를 밀쳐낼 순 없었다.
“교활하긴.”
“영리한 거겠지.”
“말은 잘해요.”
“말도 못하는 누구보다야 낫지. 안 그런가?”
결국 루이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 항복 선언에 흡족해진 벨져는 특별히 어제 오늘 쌓인 앙금을 용서하기로 했다. 밤은 길고, 그 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내려면 잘 먹이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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