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티엔ts루이] Someday
전작 Keep calm and kiss me의 후일담입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지만 가져와봤습니다 ;ㅅ;)/
서류를 검토하던 티엔은 카페 문의 풍경이 울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기다리던 그녀가 저를 발견하고 걸어오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티엔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정장 차림의 루이스는 티엔의 앞자리에 앉아 푹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별일 없었어요.”
“별일 없는 얼굴이 아닌데.”
그 말에 루이스가 고개를 들어 울상을 지었다. 퍽이나 섭섭한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라 티엔은 서류를 옆으로 밀어놓았다. 루이스는 팔을 테이블에 올리고는 입술을 죽 내밀었다. 절대 일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남는 건 하나였다. 티엔은 속에서 천천히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 눌렀다.
“나도 노력하고 있다구요.”
“또, 그인가.”
“...오늘은 상사님께 혼났거든요.”
“그만둬라.”
티엔이 진심으로 말하며 손을 잡자 루이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티엔정에게 처음으로 열렬히, 사랑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려준 여자에겐 이미 오랜 시간 함께해온 연인이 있었다. 그것뿐이라면 또 모를까, 그 여자는 어여쁘기만한 얼굴을 하고는 위험천만한 일을 하고 있는 데다 제게 접근한 것도 그 업무의 일환이었다. 거기에 그녀의 직속 상관이자 연인이 다이무스 홀든이라니. 이쯤 되면 아무리 그랑플람의 아시아 지부장이라 해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마음을 저버릴 수 없어 찾아낸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친구 이상 연인 미만,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티엔이 할 수 있는, 루이스가 허락한 전부였다.
“뭐 이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니까요.”
루이스가 슬쩍 손을 뺐다. 서운해진 티엔은 두손을 포개놓았다. 루이스는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테이블에 엎드려버렸다. 마음이 상했는데도 작고 지친 그녀가 안쓰러워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다듬자 루이스가 살포시 눈을 감았다. 밀어내지 않고 제 손길을 편안히 느끼고 있는 루이스에 다시 마음이 부풀었다. 슬쩍 올라가는 입꼬리가 남은 서운함마저 말끔히 지워냈다.
“그도 그렇군.”
“그런 거죠.”
고개를 들어 생긋, 눈을 휘며 짓는 웃음이 아침 이슬을 머금은 수국같아 티엔은 그녀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바보가 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맞는 말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여기까지 그녀를 만나러 오지도 않았을 테고, 연락도 없는 그녀를 무턱대고 기다리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하는 건 이 미소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뭐 마시겠나?”
“그러게요. 주문하고 와야지.”
루이스가 벌떡 일어났다. 티엔은 어깨에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보며 커피잔을 들었다. 티엔이 마시던 커피는 이미 반쯤 식어있었고, 처음 마실 때보다 썼다. 그러나 티엔의 눈을 찌푸리게 한 건 커피가 써서가 아니라, 루이스의 걸음걸이때문이었다. 주문을 하면서 살짝 뒤꿈치를 들고 있는 걸로 보아 신발이 편치 않은 게 분명했다. 티엔은 작게 혀를 찼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온 루이스는 꽤 높은 굽의 힐을 발끝에만 살짝 걸쳤다.
“왜요?”
“신발에 길이 안 든 것 같아서.”
“그럼 바꿔줄래요?”
꽤나 당돌한 말에 티엔은 눈만 움직여 그녀를 마주봤다. 루이스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티엔은 어쩔 수 없이 따라웃고 말았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루이스는 연애에 능숙했고, 때로는 그게 거슬리기도 하지만 좋을 때가 더 많았다.
“신발 한 켤레 못 사줄까.”
“농담이에요.”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고들 하지.”
“이미 신발장 가득 신발이에요.”
루이스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티엔은 그녀의 뺨을 슬쩍 꼬집었다 놓았다. 말랑하면서도 보드라운 감촉이 손끝에 남아 자꾸만 루이스쪽으로 향했다.
“진짜, 당신까지 이럴 거예요?”
뾰로통하게 투덜거리는 목소리마저 귀여워보이니 중증도 이런 중증이 없다. 티엔은 말끔하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실수는 인정하지.”
“...됐어요. 하아.”
무언가 또, 제 말이 그녀의 안좋은 기억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티엔은 종업원이 가져온 딸기 파르페와 루이스를 번갈아보고는 대신 숟가락을 들어 아이스크림을 떴다. 여전히 뚱한 얼굴을 하면서도 입을 벌려 받아먹는 루이스의 입술과 살짝 보인 혀끝에 티엔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입술이 얼마나 촉촉하고 부드러운지 알기 때문에 더더욱 진정이 되질 않았다.
“맛있나?”
“스트레스 받을 땐 단 게 최고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었지?”
“글쎄, 아니 자기가 잘못해놓고 미안하단 소리도 안 하는 거 있죠?”
“그랬나?”
“그렇다니까요! 정말, 그래서 제가 고생해가면서 해놨더니 왜 그런 위험한 일을 하냐고 다그치고!”
“누가 누구를 탓하는 건지 모르겠군.”
티엔은 잔뜩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는 루이스에게 적당히 맞장구쳤다. 루이스는 간간히 티엔이 떠먹여주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이무스 홀든이 제게 얼마나 무섭게 혼을 냈는지 털어놓았다. 그야 물론,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굳이 위험한 선택지를 골라가며 임무를 성공시키는 부하라면 혼을 낼 법도 하다.
하지만 그 속풀이를 들으면 들을 수록 티엔은 속이 뒤틀렸다. 다이무스가 화를 낸 것은 자신의 명령에 불복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부하로 루이스를 대한 것이 아니었다. 제 여자를 잃기라도 할까봐 겁이 났던 게지. 티엔은 루이스에게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다이무스 홀든에게 공감했다. 그렇게 위험천만한 일을 시키고 싶을 리 없다.
티엔은 루이스가 제 연인이었다면 당장 일을 그만두게 하고 집에 곱게 모셔두고 싶었다. 꽃을 돌보고,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저를 맞아주는 아내. 그렇게 예뻐하기만 해도 시간이 아까울 것 같은데. 티엔은 다이무스 홀든을 잠시 떠올리고는 작게 혀를 찼다.
“진짜, 걱정하는 건 알지만 서운하다니까요.”
“그럴 법도 하지.”
“하아.... 나라고 자기 걱정이 안 되는 줄 아나.”
“그리고 그건, 내 앞에서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축 쳐져서 애꿎은 파르페를 휘젓던 루이스가 고개를 들었다. 티엔은 남은 커피를 마시고 말을 이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를 걱정하는 걸 듣고 있으면 속이 뒤틀리니까.”
“......”
루이스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꽤나 당황했는지 눈을 깜빡이는 그녀의 붉은 눈은 여전히 변덕스럽게 티엔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티엔은 다리를 꼬고, 찻잔을 비웠다.
“다치지 마라. 몸도, 마음도.”
슬쩍, 그녀의 손을 덮었다.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빛나는 반지. 그걸 가려도 루이스는 손을 빼내지 않았다. 가끔, 이렇게 여지를 남겨주는 것때문에 자꾸만 더 위험한 상상을 하게 된다는 걸 알까. 티엔은 남은 손마저 잡아 모았다. 양손으로 그녀의 작은 두 손을 잡고, 기도하듯 모아 슬쩍 입술을 맞추자 루이스가 손을 뒤로 뺐다. 놓아주지 않고 눈만 위로 치켜뜨니 당혹인지 무엇인지, 루이스의 얼굴이 붉었다.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요.”
“...실수는 인정하지.”
티엔은 루이스의 손을 놓는 척, 그녀의 손바닥에 살짝 입술을 맞추고 놓아주었다. 다이무스 홀든의 험담과 넋두리를 늘어놓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에 루이스는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너무 몰아붙이면 도망가고 말 사람이다. 그쯤은 안다. 하지만 아는 것과 마음은 전혀 다른 문제라서, 잠시 충동에 흔들렸던 티엔은 한숨을 푹 내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사실은 실수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그녀를 제 옆에 두기 위해서, 적어도 제 시야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선 참아야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별말을.”
루이스가 손깍지를 낀 손을 테이블 위에 놓고 꼼지락거렸다. 루이스는 제게 미안해하고 있다. 그게 연정이 될지 동정이 될지는 모르는 노릇이나, 티엔은 이럴 때마다 그녀의 여린 부분을 파고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마음까지 전부 얻을 수는 없을 테니까.
“녹기 전에 어서 먹는게 좋겠군.”
“당신, 정말 뻔뻔하다니까요.”
“...그런가?”
되묻자 루이스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티엔이 내민 숟가락을 건네받은 루이스는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뻔뻔하다니, 모를 소리라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사람 약점이나 잡고.”
“내가 그대를 좋아하는게 약점이 되나?”
“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죠.”
“흠.”
티엔은 팔짱을 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열심히 아이스크림과 그 아래 층층이 쌓인 단 과자와 딸기를 떠먹는 루이스는 꼭 그 달디단 디저트 만큼이나 사랑스러웠고, 단 것은 입과 혀를 즐겁게 하는 만큼 몸에 해로웠다. 그녀 역시 제게 달디 단 독이 되는 것일까. 티엔은 물기에 젖어 빛나는 붉고 도톰한 입술을 보며 입술을 핥았다. 역시, 해로운 게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기뻐해야겠군.”
“뭘요?”
“어쨌거나 내가 네 일부가 되었다는 거 아닌가.”
입술에 묻은 크림을 엄지로 훔치며, 티엔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냥 돌아서고 말 임무 대상에서, 그녀의 마음에 발을 들인 상대가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 티엔은 진심이었다. 루이스는 포기한 듯 포옥 숨을 내쉬었다.
“당신도 똑같아요.”
“뭐가?”
“나 힘들게 하는 거요.”
루이스는 숟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왼손으로 턱을 괬다. 지친 표정에 잠시 미안해지긴 했지만 티엔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에 빛나는 그의 흔적을 노려보고, 루이스가 다 녹은 파르페를 흘리기 전에 서류를 정리했다. 언젠가 저 손가락에 다른 반지를 끼워주리라 다짐하면서.
'사이퍼즈 > 사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릭루이] 오후, 커피 한 잔. (0) | 2015.10.17 |
---|---|
[티엔루이] 재회. (0) | 2015.06.29 |
[티엔ts루이] Maker (0) | 2015.06.10 |
[릭루이] 벚꽃 샤워 (0) | 2015.04.11 |
[티엔루이] 킹스맨au (0) | 2015.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