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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루이] 호감과 흥미 사이 To.닭님
제 사랑 닭님께 드립니다 ><
뭔가 많이 부족하지만 제 사랑으로 받아주세요...!! (전나
재단과 연합의 친선전, 루이스는 무너진 HQ 앞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슬아슬했다아... 긴장이 풀렸는지, 토마스가 털썩 주저앉아 엘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루이스는 피식 웃고는 토마스와 엘리에게 다가갔다. 고생한 후배에게 손을 뻗자 토마스가 저를 올려다봤다.
"둘 다 잘했어. 돌아가면 맛있는 거 먹자."
칭찬 한 마디에 토마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존재하지도 않는 꼬리를 마구 흔드는 착각마저 보이는 것 같았다. 신나서 말문을 튼 토마스와 덩달아 신이 난 엘리가 재잘거리기 시작하고, 리스폰 기어의 피터와 이글도 무전기로 떠들어대는 바람에 연합의 통신망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애 둘을 데리고 나오면 항상 이렇게 된다니깐. 그래도 왁자지껄한 게 싫지만은 않아 루이스는 릭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토마스와 엘리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렇게 보고 있는데 뒤통수에 묵직한 시선이 느껴졌다. 하랑이라면 투덜거리고 있으니 아니고, 브루스씨는 조금 전에 리스폰 기어로 갔고. 그럼 남는 건 티엔 정 뿐이다. 아니니다를까, 토마스가 슬쩍 눈치를 보더니 손을 입가에 대고 속삭였다.
"선배, 티엔 정이 아까부터 선배를 보고 있는데요...."
"응. 알고있어."
"모야? 엘리두 비밀얘기 들을래~!"
엘리가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더 지체했다간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루이스는 토마스에게 잠시 갔다 오겠다며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과연, 등을 돌리자마자 마주치는 검은 눈동자에 루이스는 침을 삼켰다. 굳건한 돌과 같은 그가 왜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일까. 루이스는 이번 공성을 되짚었다. 듬직한 동료들이 잠시 다른 임무를 하러 가는 바람에 전방에 설 사람이 마땅치 않다보니 뒤에 엘리와 피터, 토마스를 두고 갈 수가 없어 정면으로 파고드는 티엔과 계속해서 마주치긴 했다. 그를 막느라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절로 진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이번엔 잘 얼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판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고르는 사이 거리는 전점 가까워졌고, 루이스는 티엔 앞에 멈춰서 손을 내밀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스터."
"...수고했다."
딱히 감정이 상한 건 아니었는지 티엔은 먼저 손을 내민 의중을 파악하려 하면서도 악수를 거절하진 않았다. 하지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 시선만큼은 제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루이스는 태연히 신경 쓰지 않는 척 가볍게 맞잡은 손을 흔들고 놓았으나 그는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의미지.
티엔이 손을 놓지 않는 바람에 꼼짝 없이 잡힌 루이스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공성 중에 그의 심기를 거스를 말이라도 했나. 루이스는 티엔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다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공성 내내 맞붙으며 호승심을 자극하기라도 한 건가. 후자면 조금 곤란하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쉬고 싶기도 하거니와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을 싸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압도적으로 이기거나 져야 하는데, 티엔 정과 전력을 다해 싸웠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루이스로서도 예측할 수 없었다. 루이스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속으로 걱정을 삼켰다. 다행히도 티엔은 순순히 손을 놓아주었고, 루이스는 안도하며 돌아섰다. 일에 관해선 철두철미하지만 은근히 뒤끝이 심한 사람이라 가급적 얽히고 싶지 않았다. 잘 풀린 거면 좋겠는데. 악수를 하고 돌아서도 후드를 떨어지지 않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그 후로 그 시선은 끈질기게 루이스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옵저버로 연합의 공성을 보러 올 때도, 가끔 길을 가다가도 우연히 마주치면 한동안은 그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영웅이란 이름을 달고 나서부터 웬만한 관심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적당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게 제 착각이었음을 깨달은 건 티엔 정이 서점에 출석도장을 찍기 시작한지 꼭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참을 만큼 참았고, 이쯤되면 확실히 입장을 정리해 못박아둘 필요가 있었다.
다음엔 꼭, 말해야지. 루이스는 그랑플람과 공동작업이 예정된 디시카 순찰 업무를 하겠다고 나섰다. 디시카의 수액 채집구역에서는 뭐가 나올지 모르는 데다 워낙 치안이 좋지 않아 제 몸 하나 정돈 지킬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연합의 주요 자원 지역이니 만큼 그랑플람의 의사를 대표할만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니 그랑플람에선 티엔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확실히 연합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 말해두면 그도 알아서 포기할 것이다. 아무리 요즘 능력자들의 소속 이적이 잦다고 해도 명색이 '연합의 영웅'이다. 동료들을 저버릴 수도 없거니와 지금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연합의 조직들을 앤지에게 그냥 떠넘기고 갈 수도 없었다. 연합 내에는 아직도 앤지를 탐탁지 않아하는 세력이 있었고, 그들을 아우르는 건 전적으로 토니와 흑염 하이드 때부터 연합에 충성을 다한 이들 덕분이었다. 다들 연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두고 이적은 루이스에게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티엔 정이 대체 왜 자신을 노리는 건지는 몰라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니니 말로 잘 풀면 알아서 포기할 터였다. 루이스는 스케줄을 정리하는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고 제 이름을 적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건 늘상 하는 일이라 왜 나가냐 묻는 사람도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음."
예상한 대로 나타난 티엔은 루이스의 인사에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손을 내밀자 굳센 손으로 악수를 받은 티엔은 전과 달리 금세 손을 놓았으나 그 시선만큼은 그대로였다. 신경 쓰이는 건 매한가지지만 우선은 일이 먼저다. 루이스는 챙겨온 지도를 펼쳐 보여주며 오늘 돌아볼 지점을 짚었다. 티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를 간단히 묻고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확실히, 유능한 사람이라 그런지 일은 별 무리 없이 수월하게 풀려나갔다. 일이라고 해도 그냥 디시카의 세계수 근처를 순찰하는 것 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디시카의 거주지역을 반쯤 돌고 수액 체취 구역으로 들어서는데 잠시 세계수에 눈을 판 사이 돌부리에 발이 턱 걸렸다. 아차 싶었을 땐 이미 넘어지기 일보 직전이라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성대하게 넘어질 거라 생각하고 땅을 구르는 것만은 피하려 손을 뻗었으나 강한 충격을 마주하는 대신 허공을 휘저었다. 루이스는 제 허리를 붙잡은 단단한 팔의 감촉에 눈을 떴다. 가깝다. 티엔 정의 그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이 닿을 듯 가까웠다.
"괜찮나?"
"아, 예.... 감사합니다."
"주위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밑도 주의하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래도 안개가 끼고 나무가 무성한데 모자까지 쓰니 시야가 가리기 마련이지."
하랑을 가르치고 있어서 그런가, 후드를 살짝 걷으며 하는 선생같은 말투에 슬쩍 민망함이 더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작 두 살 차인데. 후드를 걷은 티엔의 손이 내려오며 귀를 스쳤다. 루이스는 민망한 나머지 후드를 정리하는 척 티엔의 손이 스친 귀를 매만지며 발밑으로 시선을 내렸다.
"아니, 고개를 숙이라는 게 아니다."
불쑥 다가온 손이 턱을 들어올렸다. 그리 강하게 올린 것도 아니건만, 자연스레 그 손을 따라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 잠시 말 없이 그의 까만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으니 티엔의 눈이 흔들렸다. 살짝 귀가 붉어진 것 같은데 어디 안 좋기라도 한 건가 싶어 루이스는 진지해졌다. 정제되지 않은 나무 수액때문인가. 능력을 강화하는 안개를 빨아들여 생긴 나무 수액은 장비에 쓰이는 것처럼 정제되지 않아 안개의 농도가 높았다. 능력이 폭주하기라도 하면 위험하다.
루이스는 손을 들어 티엔의 이마를 짚었다. 티엔이 눈에 띠게 움찔하며 손목을 잡자 그제야 자신이 무례한 짓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나무 수액의 영향으로 몸이 안 좋은 거라면 여기서 돌아가는 편이 좋을 겁니다."
"아니, 괜찮다."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신중하게 생각해보시죠."
루이스는 티엔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티엔은 여전히 진중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었고, 루이스는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손을 내밀었다. 갑자기 내민 손에 티엔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루이스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뜻이냐는 듯한 눈빛에도 루이스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길이 복잡하기도 하고, 무슨 일이 생겨도 이러고 있으면 바로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불쾌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뭔가 했더니, 손을 잡으라는 거였나. 티엔은 방금 전까지 순진하게만 보이던 눈이 순식간에 단호한 빛을 띠는 걸 보고 루이스의 손을 잡았다. 아무래도 이 사내는 제 컨디션이 안 좋은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티엔은 가볍게 숨을 토했다. 그냥 자세를 바로잡아주려 한 것 뿐이었다. 다만 루이스가 저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박이는 바람에 잠시, 놀랐을 뿐이다.
아무리 그가 곱상하니 선이 고운 미인이라 해도 엄연히 남자다. 그건 분명히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소년 같은 눈을 하고 올려다보는 바람에 티엔은 순간 달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됐다. 하지만 곧이 곧대로 말하는 건 실례가 되는 일이기에 티엔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 걸 말해서 괜히 그의 자존심과 명예에 흠을 내느니 오해를 하고 있는 편이 나았다.
불가항력으로 다가온 떨림에 얼굴이 붉어지기라도 한 걸까. 그럼 열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마에 손을 얹은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자기 다가온 손에 다시 한 번 놀란 건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손의 냉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그래도 같은 남자에게 두근거리다니. 티엔은 루이스의 손을 맞잡은 채 가라앉을 생각을 않고 두근거리는 심장이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은 고민일 뿐, 맞잡은 손의 감촉에 두근거림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디시카의 나무를 돌아봤자 나무일 뿐, 딱히 주목할 점은 보이지 않다 보니 자꾸만 다른 게 티엔의 시선을 빼앗았다. 후드 아래 드러난 희고 가는 목덜미라던가, 단단하고 곧게 뻗은 손목과 팔이라던가. 티엔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어 꼭 쥐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이렇게까지 제 흥미를 끌다니,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티엔은 지난번 친선전을 떠올렸다.
털썩 주저앉은 마에스트로에게 손을 뻗어 일으켜주는 젊은 영웅과, 살짝 머금은 그 미소가 문득 시야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포지션이 비슷하다 보니 사정거리 안에 항상 그가 있었다. 그날 따라 어린 아이들을 대동해서인지 앞에 아론 휴톤이나 레베카 러쉬톤이 있을 때보다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잦았다. 평소엔 뒤로 돌아오거나 결정으로 만들 레일을 타고 빠르게 미끄러지며 저를 지나치는 바람에 알고도 못 막는 게 어떤 기분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주제에, 그날 따라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브루스와 자신이 앞길을 터도, 그와 마에스트로의 굳건한 얼음벽을 넘을 수 없었다. 물론 하랑이 미숙함과 챌피의 늦은 서포트 역시 영향을 끼친 걸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영웅과 맞닥뜨렸을 때 낮게 타오르는 그 붉은 눈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왜 차가운 드라이아이스에 화상을 입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분명 머리로는 뒤로 넘어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붉은 눈동자를 지나칠 수 없었다. 자꾸만 그를 바라보게 된다. 그게 문제였다. 그 붉은 눈동자가 다른 이가 아닌 자신만을 향할 때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흥분됐다. 조금 더, 오래 붙어보고 싶다. 티엔은 그와 면대면으로 붙었을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귀를 쨍하니 울리며 깨지는 산탄총, 그 푸른 결정이 깨지고 바스라지며 비로소 보이는 붉은 눈동자. 티엔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한 번 쯤은 꺾어봐야 할 사내다. 티엔은 광장에 돌아와서도 그를 주시했다. 마에스트로와 이야기하던 그가 무슨 일인지 티엔을 돌아봤고, 잠시 둘은 눈을 맞췄다. 티엔이 아무 말도 않자 루이스는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스터.'
'...수고했다.'
티엔은 얼음의 냉기가 남은 차가운 손의 감촉을 떠올렸다. 힘이 실리지 않은 서늘한 손, 변할 것 같지 않은 그 절대영도의 무표정에 잠시 서린 곤혹. 티엔은 그제야 제가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손을 놓았더랬다. 손바닥에 닿았던 촉감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게 아쉬웠다.
잠시 그 날을 회상하던 티엔은 제 손을 잡아 끄는 루이스의 손을 꼭 잡았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본 게 얼마만인가. 그것도 남자들끼리. 이래서야 그냥 산책을 나온 거나 다를 게 없었다. 자욱하게 낀 안개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아니면 영락없이 숲길을 걷는 피크닉이다. 티엔은 맞잡은 손의 온기에 이끌려 걸었다. 끝도 없이 걸을 것 같던 시간은 금세 끝나고, 루이스가 티엔의 손을 놓았다. 손에 남은 감촉이 괜히 아쉽고 서운해 티엔은 미지근해진 제 손바닥을 잠시 바라봤다.
"저..., 미스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차분하게 길잡이 역할을 하던 루이스가 결연한 눈을 하곤 티엔을 돌아봤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티엔이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루이스가 숨을 집어삼키며 입을 열었다.
"저는 연합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무슨 뜻이지?"
뜬금없는 소리에 티엔은 드물게 되물었다.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였다. 루이스는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얼굴을 굳혔다. 뭔가 혼란스러운 듯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 절 스카우트하려는 게 아닙니까?"
"오고 싶나?"
"아니요, 그게 아니라...."
루이스는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말을 멈췄다. 그럼 대체 무엇 때문이지? 루이스는 다른 가정을 내놓았다.
"아니면 결투라도 하고 싶은 겁니까?"
"...나쁘지 않지.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답을 들어도 이해가 가기는 커녕 더 깊은 미궁 속에 빠진 느낌이다. 루이스는 낯빛 하나 바뀌지 않는 티엔의 얼굴에 더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마땅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었다.
"그럼 대체 왜 저 그렇게 보시는 거죠...?"
못 물어볼 건 또 뭔가. 루이스는 솔직하게 자신을 따라붙는 시선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팔짱을 낀 티엔은 그마저도 못 알아들은 눈치라 루이스는 답답해졌다. 이쯤되면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이 남자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해 자각 자체가 없는 게 분명했다. 루이스는 아파오는 머리에 이마를 짚었다. 이걸 어찌한다. 스카우트도, 결투도 아니라 해도 그의 집요한 시선이 신경 쓰이긴 매한가지였다.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루이스는 신중히 말을 골랐다.
"아닙니다. 제가 착각했군요."
"내가 널 어떻게 본다는 거지?"
제가 던진 질문보다 가감없이 돌아오는 질문에 루이스의 말문이 막혔다. 그래, 지금 저를 보는 이 눈빛. 당장이라도 저를 집어삼키려는 듯한 맹수의 눈빛. 거기에 적의가 섞이지 않은 게 마치....
"혹시, 제게 호감을 갖고 계십니까?"
침대에 이르기까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묘한 텐션, 그 눈빛이 아닌가. 루이스는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순식간에 둘 사이를 메운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티엔 정이 한 걸음 다가왔다.
"호감이라.... 잘 모르겠군."
"...그럼,"
"하지만, 흥미는 있다."
루이스는 고개를 들었다. 드물게 열기가 섞인 목소리가 낯설었다. 다가오는 손에 흠칫 움츠리자 티엔의 손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뺨을 쓸고, 목을 스치며 내려갔다. 후드를 벗겨낸 티엔은 입술을 달싹거리다 눈을 감았다. 그의 손끝이 닿은 자리가, 덴 듯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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