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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져루이] 모 아이돌학원au
데샴님과 공성중에 풀던 썰이 너무 찰져서... 앙☆ au
기인 벨져 보고싶읍니다 시름시름
입학한 이래, 벨져는 곧 "기인"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차갑고 오만한 왕자님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벨져의 태도는 다른 이들로 하여금 벨져 홀든을 경외시하게 만들었다. 벨져는 그것을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격'이자 '품위'라고 표현했다. 난다긴다하는 외모와 재능을 가진 학생들 중에서도 벨져의 상대는 없었다.
입학하기 전부터 화제를 모은 터라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벨져의 첫 무대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관객들로 채워졌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다. 아무리 노력한들 타고나는 재능과, 그 태생은 바꿀 수 없는 법. 벨져는 자신을 둘러싼 작은 세상이, 다시 지루해지고 있었다.
한 명쯤은 기업의 이미지와 홍보를 위해 연예계에 있어도 나쁘지 않은 법이라며 흔쾌히 허락한 아버지는 금방 질릴 것을 알고 계셨던 것인지도 모른다. 벨져에겐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쉬웠다. 지루하기 그지없는 후계자 숭업도, 아이돌로서의 가창력, 춤, 퍼포먼스도 전부,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다른 이들을 뛰어넘는 경지에 올랐다. 어릴 때부터 육체적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균형 잡힌 몸과 타고난 지능, 두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벨져에겐 못할 것이 없었다.
슬슬 그만둘까. 시간 낭비라 생각하고 등교를 거부하던 중에 유닛을 통해 소문이 들려왔다. 편입이 없는 아이돌 육성과에 전학생이 온다는 소문은 벨져의 흥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 까다로운 입학 심사관과 임직원들이 편입을 허가한 것일까.
학 학년 위의 전학생이 왔다는 소리에 벨져는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했다. 소문의 전학생은, 벨져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이란 어딜 봐도 찾아볼 수 없고, 그냥 지나치다 한 번 돌아볼 것 같다는 게 전부다. 어딜 봐도 평범한 얼굴에, 침침한 후드.
벨져는 헛웃음을 치고 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전학생에게 다가갔다. 학 학년 위의 상급생 반이지만 개의치 않고 팔짱을 낀 채 저를 올려다보는 얼굴을 내려다 봤다. 귀엽게 생기긴 했지만 그 뿐이다.
이 학원에 발을 들였다는 건 곧 그 역시 아이돌의 길을 걷는다는 뜻이다. 벨져는 전학생에게 넘볼 수 없는 격을 몸소 가르쳐주기 위해 대결을 신청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넘어가려 해도 소용없다. 교실이 술렁거렸고, 프로듀서 과의 여학생이 전학생의 어깨를 잡고 무어라 속삭였다. 벌써부터 스카우트를 하려는 속셈인지 몰라도 그녀의 말에 전학생이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고, 벨져는 두 시간 뒤에 광장에서 만나자는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벨져는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와 실력, 그 모든 것에 환호하는 팬. 아무리 프로듀서가 붙은들 결과는 같을 것이다.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벨져는 여유를 만끽했다.
그로부터 두 시간 하고도 십 분 뒤, 벨져는 굴욕적인 패배에 무릎을 꿇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벨져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었지만 벨져가 졌다는 사실을 바꿀 순 없었다.
관객 속에서 누군가가 전학생을 영웅이라 불렀다. 우습지도 않은 별명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비웃으려는 순간 객석의 관객들이 웅성거리더니 파도처럼 그의 이름 앞에 영웅이라는 말을 붙여 외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것이었던, 자신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승리와 대중이 등을 돌렸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그들이 환호하며 목소리를 높여 외치는 이름은.
벨져는 도망치듯 스테이지를 내려왔다. 십육 년 만에 처음, 벨져 홀든의 자존심이라는 감싼 드높고 공고한 벽이 부서진 날이었다.
처음은 특별하다. 첫 키스, 첫사랑, 처음으로 시작하는 온갖 미사여구와 로맨틱한 말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처음은 특별하기 마련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걸까. 루이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에 푹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보지 말고 말을 해.”
“드라마를 찍었다지.”
“왜. 또 뭐.”
“그 시간에 춤 연습을 하는 게 낫지 않나?”
루이스는 끓어오르는 짜증을 한 숨 죽이며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족히 이미터는 넘어 보이는 담벼락에는 또 어떻게 올라갔는지, 멋들어지게 앉아있는 게 꼭 고양이 같았다. 사납고, 성질 더럽고, 예쁘긴 또 엄청 예쁜 고양이.
“그러니까, 난 아이돌이 될 생각이 없대도.”
“흥. 이미 아이돌인데 어떻게 다시 아이돌이 된다는 거지?”
여전히 말이 안 통한다. 기인은 재능이 특출나게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거라던 말을 떠올린 루이스는 대꾸하는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사이 벨져가 담벼락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놀란 나머지 무심코 뒷걸음질 친 루이스에게 가볍게 착지한 벨져가 다가왔다. 정말 고양이라도 되는지 그 높이에서 뛰어내렸으면서 숨 한 번 흐트러지지 않는 게 여러모로 대단했다.
순수하게 감탄하는 루이스의 앞에 선 벨져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누가 귀한 도련님 아니랄까봐 잘 생기긴 또 무지하게 잘생겼다. 잘생겼다는 말보다는 역시, 화려한 미인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름답다는 건 같다.
벨져의 얼굴은 취향을 가리지 않고 미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니 매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굴어도 이렇게 웃으면, 순간 가슴이 떨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는 행동이며 말이 다 재수 없어서 그렇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고 우아한 건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
자신에게 도취된, 얄밉기 그지없는 오만한 미소도 어쩜 이렇게 근사할 수 있는지. 루이스는 신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바로 따라와 거리를 좁히는 벨져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 됐지만 그래도 불편하다고 의사 표현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왜.”
“곧 세시가 된다.”
“어. 알아.”
“기대되지 않나?”
“전혀?”
“이 내가, 참여하는데도?”
“사람 많이 오겠네.”
안 그래도 랭킹을 달리는 팬은 많고, 그들을 수용할 자리는 좁아서 다들 힘들어하는데 이번에도 벨져가 참전하면 팬들의 의욕이 꺾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루이스는 입을 다물었다. 벨져가 나오지 않는 이벤트 기간에도 '벨져님이 좋아하니까'라는 말로 '트릭스타'의 무대를 채우던 팬들을 떠오른 탓이었다.
야광봉 불빛보다 더 빛나는 눈이 과연 그의 팬답다 싶었다. 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같이 랭킹을 달리는 팬들이 어찌나 힘겨워 하던지, '트릭스타'의 다른 멤버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팬은 다 팬이니까 이렇게 말하면 벨져의 '나이츠'와 자신의 '트릭스타'를 같이 좋아해주는 팬들에게는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솔직한 심정이 그랬다.
첫 패배가 충격적이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벨져의 집착은 라이벌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굳이 따지자면, 라이벌이라기보다는 까의 성향이 짙은 빠에 가깝다고 할까.
루이스는 두 달 전 '트릭스타'의 이벤트 랭킹에 벨져가 내내 1위를 지키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가, 눈앞의 푸른 눈동자를 보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 얼굴을 마주하는 건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루이스에게 벨져는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어려웠다. 다른 기인들도 있지만, 그 쪽보다 벨져를 상대하는 게 수 배는 어려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미련하긴. 대화의 기본은 눈을 맞추는 거다.”
“자. 됐어?”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팔짱을 끼고 턱을 살짝 든 채 내려다보던 벨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얼굴만 아니었어도 더 말을 섞지 않고 그냥 무시했을 텐데.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 침이 목울대를 울리며 넘어갔다. 얼굴이, 가깝다.
“저, 나, 그 라이브 준비도 해야 하고...!”
“흥. 네가 내게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나?”
“그냥 내 일을 하러 가는 것도 안 되는 거야?”
“뭐, 별 건 아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트릭스타' 팬들이, 내 팬들을 불편해한다지.”
별 거 아니라더니, 내심 신경 쓰고 있던 핵심을 쿡 찌른다. 루이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벨져를 바라봤다. 이 고고한 귀족 도련님께서는 그 역시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지만,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벨져 홀든이 팬을, 그것도 타팬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그냥 받아들여라.”
그럼 그렇지. 잠시나마 감동을 했을 지도 모르는데, 결국 이 모양이다. 기대한 자기만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루이스는 지난 이벤트 내내 1위를 차지한 벨져가 상태 메시지에 '네 첫 번째는 나니까.'라고 적어놓은 걸 떠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기대도 안 했다.”
“무슨 소리지?”
작게 내뱉은 혼잣말에도 멋진 목소리가 따라붙는다. 루이스는 시시콜콜 제 일에 간섭하는 벨져에게 신경 끄라고 말하는 대신 작게 한숨을 내쉬고 벤치에 앉았다. 옆자리를 툭툭 두드리자 우두커니 서서 벤치를 내려다보기에 루이스는 교복 마이를 벗어 벨져가 앉을 수 있도록 깔았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루이스의 옷을 깔고 앉은 벨져가 다리를 꼬았다. 신은 정말 불공평해서, 외모도 재능도 머리도 팬도 돈도 다 가진 놈이 다리까지 길다. 루이스는 쭉 뻗은 다리를 보다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벨져의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너울져 흔들리는 모양이 은실다발을 널어놓은 것 같다.
루이스는 저도 모르게 벨져의 머리카락에 손을 뻗었다. 시선만으로 떨쳐내기에 벨져의 시선은 늘 제게 붙어 떨어질 줄 몰라서,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루이스의 손을 멈추지 못했다.
가늘고 부드러운, 머릿결에 감탄하는 사이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서늘하고 가느다란 그 촉감은 루이스의 삶에서 경험해본 적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비싸고, 아름답고, 좋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 그런.
왠지 간지럽고 쑥스러워진 루이스는 다시 머리카락을 만지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내렸다. 밀어내지도, 한 마디 말도 없이 줄곧 저를 바라보는 벨져의 눈에는 어김없이 자신이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 말라는 말보다 침묵이 더 어색해 손을 내리려는데 벨져가 길게 콧소리를 내더니 루이스의 반대편으로 살짝 몸을 틀었다. 덕분에 벨져의 등과 머리를 마주하게 된 루이스는 멀뚱히 눈을 깜빡거렸다. 마음껏 해도 좋다는 듯이 몸을 돌려준 의도를 모르겠다. 만져도 된다는 건지, 아니면 토라진 것인지 몰라 망설이는데 벨져가 흘긋 고개를 돌려 루이스를 바라봤다.
“뭐하고 있나.”
“으, 응?”
“줘도 못 먹는 멍청이라는 건 일찍이 알고 있었다만.”
쯧.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젓는 벨져에 울컥 짜증이 올라왔지만 루이스는 차마 예쁜 뒤통수를 쥐어박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신 예쁜 머리카락에 조심조심 손을 뻗어 어느 실보다 곱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다 어릴 적 고아원의 동생들에게 해주던 것처럼 한 줌을 쥐고 세 갈래로 나누어 땋기 시작했다. 늘 관리를 하는 머리카락은 한 번 꼬이는 일도 없이 비단실을 땋는 것처럼 사르르 거렸다.
입만 열지 않으면 이렇게 예쁘고 좋을 수가 없는데. 라이브를 앞두고 저도 모르게 해버린 긴장이 풀리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바람에 흔들려 피부를 간질이는 머리카락이 간지럽고, 얌전하게 제 손길을 받고 있는 벨져가 새삼 예뻐 보였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내도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이러고 있으니 정말 행복해서,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천천히 공들여 한 가닥을 땋고 손을 놓자 고정되지 않은 끄트머리가 슬며시 풀렸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등 위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니 벨져가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미안.”
양손을 어깨 위로 들고 말하자 눈살을 찌푸리던 벨져가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예쁜 뒤통수를 마주하게 된 루이스는 숨죽여 웃고, 벨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드르르륵, 바지 주머니에 넣어 놓은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지 않았다면 이 귀여운 소꿉장난을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세 시를 알리는 알람에 루이스는 벨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일어났다.
“먼저 가볼게.”
“그래.”
“나중에 봐!”
알람을 끄자마자 바로 걸려오는 토마스의 전화를 받으며, 루이스는 무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살랑 불어오는 바람. 흔들리는 네 머리카락이 나를 흔들고 네 모습이 눈에 번져가.
노린 건 아닌데 꼭 누구에게 하는 말 같다. 이번 신곡의 제 파트 가사를 읊조리며 한 사람을 떠올리고, 마이크를 잡았다. 무대에 오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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