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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져ts루이] 취중진담
밤늦게 걸려온 전화 한 통에 급히 달려간 디시카 근처의 한 펍은 좋게 말해도 품위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곳이었다. 절로 눈살이 찌푸린 건 공간 자체에 짙게 밴 술 냄새와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거나하게 취해 널브러진 사람들 탓이 더 컸다. 가관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벨져는 바닥에, 테이블에 뻗은 연합의 능력자들을 지나 제게 손을 흔드는 혈육에게 다가갔다.
오후에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다 헤어진 연인이 인사불성으로 취해 엎드려 자고 있는 걸 보는 건, 펍의 공기와 분위기보다도 더 질이 나빴다. 대놓고 인상을 쓰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벨져는 후드 사이로 흘러나온 머리카락과 바에 달라붙다시피 한 등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상황을 방관한 것도 모자라 새벽에 저를 불러낸 녀석을 쏘아봤다.
“미리 말해두는데, 난 잘못 없어. 멀쩡한 것 보면 몰라? 난 뒤처리반이라고!”
“용건만.”
“뒤처리반이 할 일이 다 그렇지, 뭐. 데려가.”
이글은 양 손을 어깨 높이로 들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등받이가 없는 원형 의자를 빙글 돌렸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며 발뺌하는 녀석의 뒤통수를 째려보며 팔짱을 끼자 곧 이글이 다시 의자를 돌려 벨져를 마주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쉰 이글은 그 옆에 뻗은 사람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낮췄다.
“계속 형 찾더라.”
저를 찾더라는 말에 벨져는 잠시 이글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옆으로 내렸다. 바와 한 몸이라도 될 것처럼 엎드린 사람은 지금 이 순간조차도 어김없이 망할 후드를 입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여간, 더럽게 손이 많이 간다. 벨져는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과 함께 팔짱 낀 팔을 풀어 완전히 뻗은 그녀를 일으켰다. 축 늘어져 무거운 몸을 일으키자 웅얼거리며 감았던 눈을 뜨는데, 평소의 총기와 서늘한 눈빛은 어디 갔는지 모르게 흐리멍텅했다. 거기에 몸을 일으키자마자 풍기는 술 냄새는 덤.
그녀, 그러니까 벨져의 연인이자 연합의 영웅님께서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졸리고 취한 와중에도 눈앞의 사람을 확인하려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이런 지저분한 펍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치는데, 이것만 봐도 얼마나 마셔댔는지 더 볼 필요가 없었다.
“으응, 벨뎌어…….”
침대에서도 가끔, 저 좋을 때나 내는 콧소리와 함께 루이스가 안겨들었다. 머리와 몸을 기대고, 허리를 끌어안은 루이스의 뺨이 붉었다. 안아 올려 달라고 투정인지 술주정인지 모를 말을 웅얼거리는 루이스의 머리를 받치고, 벨져는 한가롭게 위스키를 마시는 이글을 바라봤다.
“아, 또 뭐어.”
“다른 말은 없었나?”
“별 얘기 안 했어. 알잖아, 우리 영웅님 취하면 자는 거. 그냥 뭐……. 형이 얼굴만 예쁜 개새끼라는 거?”
벨져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집히는 대로 지폐를 꺼내 바 위에 툭 던졌다. 이글의 손이 냉큼 지폐를 가져가고, 벨져는 계속 안아서 데려가라고 칭얼거리며 제 목에 팔을 감고 매달리는 연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많이 안 마셨어. 쌩으로 위스키 두 병? 내가 오기 전에 뻗은 모양이더라고.”
용돈을 쥐어주자 술술 잘도 나오는 증언에 벨져는 눈살을 찌푸렸다. 꼭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루이스의 뺨을 잡아 올려 눈을 맞추고, 잘도 웃음을 흘려대는 그녀를 보다 푹 한숨을 쉬었다. 이게 귀여워 보이니, 정말 답이 없다.
“속이 안 좋으면 바로 말해라.”
“뭐야, 천하의 벨져 홀든 경께서 그런 허드렛일도 한단 말이야? 우리 영웅님 대단하네~. 사랑의 힘?”
“토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바로 버릴 거다.”
“으응…….”
짓궂은 농담에 차갑게 대답하면서도, 루이스의 머리를 쓰다듬는 벨져의 손은 자상하기 그지없었다. 조심스럽게 안아 올리자 물 먹은 솜 마냥 늘어진 사람의 체온과 술 냄새가 훅 끼쳤다.
“간다.”
“조심히 들어가~.”
급하게 나오느라 몰랐는데, 밤공기가 꽤 찼다. 머릿속으로 루이스의 집과 거리를 계산한 벨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부디 이대로 무사히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언제 역류할지 모르는 게 바로 술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루이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벨져의 목을 끌어안은 루이스가 벨져의 가슴팍에 뺨을 부비작거렸다. 평소에 이렇게 살갑게 굴면 좋으련만, 루이스는 애정을 표현하는 데는 영 서툴렀다. 사랑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루이스는 어떨지 몰라도, 벨져에겐 루이스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관계가 이어질 리가 없다.
매번 싸우고 다투고 잠시 헤어졌다가 만나기를 반복하는 것도 다 사랑하니까, 서로가 없으면 안 되니까 그런 것이다. 만나면 하나가 되기를 갈구할 수밖에 없다는 잃어버린 반쪽.
며칠 새 수척해진 얼굴이 짠해 또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마음 같아선 어디도 못 가게 잡아두고 싶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욕심이지 루이스의 행복이 될 수는 없었다. 마음껏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데, 그 사랑이 뭔지 참 어렵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벨져는 기사단 쪽 일을 하느라 잠시 오스트리아에 다녀오느라, 루이스는 연합 때문에 이 주간 얼굴 한 번 못 보다 겨우 만났는데 만난 지 두 시간도 안 되어 서로 언성만 높이다 헤어져서 지금 이 모양이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오늘만큼은 정말 결백했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아 노닥거리다 잠시 화장실에 간 루이스를 기다리는데 예의 그 거너가 접근해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뿐이면 또 모르지만, 다짜고짜 예쁜이. 시간 있어? 라고 껄렁거리면 누구라도 시비를 건다고 생각하지 작업을 건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대체 뭐가 그녀의 예민하고 섬세한 부분은 건드린 것인지. 물론 아예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다. 벨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이 콤플렉스 덩어리에, 한없이 낮은 자존감의 소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건 인정한다. 그 빌어먹을 총잡이가 대뜸 옆자리에 앉아 척하니 팔을 제 어깨에 얹고 쫓기고 있으니 대충 말을 맞추라고 속삭이느라 얼굴을 가까이 했으니, 뒤에서 봤으면 그렇게 보일 법도 했다.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벨져는 그 순간에 이주 만에 하는 데이트를 생각했다. 누군가 다치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되도 않는 책임감에 짓눌려 사는 사람이 신경을 쓸까봐 그냥 넘기려 한 것뿐이었다. 정말로, 오늘은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재미 좋냐는 천박한 말도 참아 넘겼건만 돌아온 건 루이스의 싸늘한 냉대였다.
루이스는 잠깐이나마 글래머의 금발 미인이랑 연인 놀이라도 해서 좋았냐고 빈정거렸지만, 벨져는 정말 그 점에 대해선 티끌 하나만큼도 죄가 없었다. 금발의 미녀가 아무리 많은들 루이스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런 그녀가 제 편을 들기는커녕,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말하는 바람에 덩달아 벨져도 빈정이 상했다. 차분히 설명하면 알아들을 사람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둘 다 서로를 먼저 생각하기엔 지쳐있었고, 결국 벨져와 루이스는 자기 얘기만 하다 헤어졌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떨어져있는 내내 생각했지만, 벨져는 정말 억울했다. 제 편을 들어주어야 할 사람이 자신을 의심하며 믿어주지를 않는데 대체 뭐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머리가 식으면 다시 전화를 하겠거니 싶어서 잠도 설치고 기다렸는데 걸려온 전화는 취한 사람 데려가라는 전화였다.
속상하고 서운한 게 있으면 말로 풀어야지, 왜 그걸 술로 푼단 말인가. 미련한 사람 같으니. 그걸 또 받자마자 달려온 자신도 미련하긴 마찬가지다. 사랑. 그래, 그 놈의 사랑 때문에.
벨져는 루이스를 고쳐 안으며 불어오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렸다. 바람이 이렇게 찬데 아직도 반팔 티셔츠에 후드 한 벌이 전부라니 이 꼴로는 아무리 루이스라 한들 감기에 걸릴 게 뻔했다.
빠른 걸음으로 루이스의 집에 도착한 벨져는 문 옆 화분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잘 열리지도 않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낡고 허름한 공간에 냉기가 감돌았다. 바람만 안 분다 뿐이지 밖이나 다를 게 없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한 걸 감사히 여겨야 한다. 벨져는 루이스를 침대 위에 눕혔다. 내려놓자마자 칭얼거리며 몸을 일으킨 루이스는 후드를 벗고,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등을 더듬거리는데 한 손으론 역부족인지 손이 자꾸 미끄러졌다.
벨져는 한심해 하는 대신 루이스의 손을 잡아 내리고 그녀의 등 뒤에 앉았다. 머리카락이 엉키지 않게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고, 어깨끈을 내리자 한결 편해진 얼굴의 루이스가 벨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바람에 날린 것인지, 아니면 그 사이 익숙해진 것인지 전보다 술 냄새가 덜했다.
루이스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준 벨져는 동그란 이마에 키스하며 캐미솔 아래로 브래지어를 빼냈다. 하는 김에 꽉 죄는 타이트한 청바지도 벗기려 루이스의 다리를 무릎에 얹자 루이스가 꼼지락거리며 신발을 벗었다.
바지까지 벗기고 나니 루이스는 까만 캐미솔 하나에 얇은 면 팬티 한 장 차림이라 이불을 덮어주려는데, 루이스가 벨져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들었다.
“벨져…….”
“속이 안 좋으면 당장 화장실에…….”
“미안…….”
루이스는 고개를 도리 젓다가 벨져를 끌어안았다. 온종일 속을 태운 게 다 부질없어지는 사과에, 벨져는 루이스의 허리와 머리에 손을 얹었다. 벨져는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루이스를 안고 좁은 침대에 누웠다. 피부 위, 옷 위로 느껴지는 타인의 체온과 심장이 뛰는 소리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벨져가 루이스의 머리를 쓰다듬고 허리를 토닥이는 것처럼 루이스는 벨져의 품에 안겨 이따금 얼굴을 부볐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 심장 박동만이 정적을 채웠다.
“루이스.”
“응…….”
“내가 사랑하는 건 너다.”
단호한 말투와 함께 손길이 멎었다. 루이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더없이 진지한 벨져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 어쩜 이렇게 한 점 흔들림 없이 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러니 다른 사람들이 탐을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얼마나 볼품없고 초라한 사람인지.
다시 고개를 드는 자격지심에 눈을 맞추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자 벨져의 손이 루이스의 얼굴을 들어 올려 눈을 맞췄다.
“루이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널 사랑한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 루이스는 벨져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눈이 마주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차마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사랑한다.”
“벨져, 난…….”
“사랑해.”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강한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해도, 불안이 가시지 않는 게 전부 제 탓인 것 같아서. 언젠가 이런 제게 질려 떠나버릴 것 같아서, 그처럼 당당할 수가 없었다.
“난……. 미안. 미안해.”
곧은 시선을 피할 곳이 없어 눈을 감자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밀려드는 자괴감에 숨을 집어 삼키며, 루이스는 주먹을 그러쥐었다.
“네가 언젠가 날 떠날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마…….”
“루이스. 날 봐라.”
이 남자는 한 번을 봐주는 법이 없다. 숨고, 도망가고 싶어도 언제나 이 눈빛에, 목소리에 잡히고 만다. 이번에도 벨져는 봐 줄 생각이 없었고, 루이스가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하지 않는 한 이 상황이 계속될 게 분명했다. 차가운 공기를 폐에 집어넣고, 루이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랑한다.”
“난...!”
“사랑한다.”
“벨져, 그만…….”
“사랑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실어, 꾹꾹 눌러 새기듯 말하는 그의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만히 눈을 맞추고 있으니 그제야 벨져가 루이스의 뺨에 손을 뻗었다. 눈물을 닦아내며 다시 한 번 사랑한다 말하는 벨져의 목소리에 루이스는 벨져의 팔을 잡았다.
“나도.”
“사랑한다.”
같은 마음이라고 말해도, 벨져는 다시 한 번 사랑한다 말했다. 벨져 홀든은 말을 허투루 하는 사람도, 쉽게 사랑을 입에 담을 사람도 아니다. 루이스는 이러는 이유가 벨져의 얼굴에 있기라도 하다는 양 벨져를 바라봤다.
“내가 널, 사랑한다.”
“...무슨 뜻이야?”
“네가 아무리 자존감이 낮고, 못났어도 사랑한다.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아. 내가, 이 벨져 홀든이 사랑하는 건 너니까. 알겠나?”
“...뭐야, 그게.”
“원한다면 얼마든지 말해주지. 물론 네 모든 게 내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루이스는 벨져를 바라보다가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계속 눈을 맞추려 밀어내던 벨져가 이번엔 머리에 손을 얹고 머리와 목을 쓰다듬었다. 이 남자는, 언제나 완벽한 벨져 홀든 경께서는 지금 그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누구와 견줄 수 있을 리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이고, 다른 사람 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내가 사랑하는 건 오직 너뿐이니 그 시답잖은 불안과 걱정일랑 할 필요가 없다고.
참 위로에 서툰 사람이다. 루이스는 벨져의 품에 파고들며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도무지 솔직하지가 못하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그 한 마디에 담긴 갖가지 감정과 애정은 열 마디 말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이런 마음을 받고 그냥 입을 다무는 건 공평하지 않다. 루이스는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벨져의 얼굴은 어느새 퍽 자상해져서, 덩달아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버림받은 사람은 늘, 자기가 사랑받는 걸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대.”
“그렇군.”
“그러니까 나도, 아마 계속 이럴 거야. 잠깐 괜찮았다가..., 또 불안해하고.”
“그 잠깐을 늘려나가면 된다.”
“...할 수 있겠어?”
벨져는 코웃음을 치고는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그 미소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나는 벨져. 벨져 홀든이다. 난 내가 원하는 건 전부 손에 넣어. 너도 예외는 아니지.”
“대단하네.”
도망가고 숨을 여지를 주지 않는다. 단단히 잡고 놔주지 않는 그가 좋아서, 루이스는 고개를 쭉 내밀어 입술을 맞췄다. 몸이 맞닿은 온기에 술이 들어간 몸이 노곤해지고, 무거운 졸음이 다시 몰려왔다.
“벨져.”
“말 하도록.”
“사랑해…….”
루이스는 벨져의 몸 위에 엎드린 채 그의 탄탄한 가슴을 베개 삼아 눈을 감았다. 허리를 감싸고 머리를 토닥이던 손이 잠깐 멎었다가, 다시 이어졌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제 입으로 몇 번이나 한 말이고, 안 들어본 것도 아닌데 또 느낌이 달랐다. 배시시 웃더니 기력이 다했는지 그대로 잠들어버린 루이스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추고, 벨져는 품에 안은 연인을 꽉 끌어안지 않기 위해 이를 물었다.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연인의 사랑스러움이란, 정말이지 당해낼 수가 없다.
오늘 쌓인 체증이 한 번에 내려가다 못해 행복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자꾸만 광대가 올라가고, 웃음이 나와서 벨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그 누가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하여간 자기 자신에 대해선 한없이 무딘 사람이다.
천천히 숨을 내쉬고 심호흡한 벨져는 이불을 끌어당겨 루이스의 등을 꼼꼼히 덮었다. 아무리 취해도 기억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니 일어나면 분명 이불을 차겠지만, 지금 이 기분이라면 그것도 귀엽게 봐줄 수 있었다.
아무렴, 장장 이주 만에 연인을 안고 잠드는 밤인데 그쯤이야. 좁고 불편한 침대도 상관없다. 넘치는 사랑으로 충만해진 벨져는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는 게 기대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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