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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져루이] Exorcismus
벨져루이라기 보다는 벨져+루이에 가까움
신부 루이스와 헌터 벨져au
※ 라이샌더에게 악령 씌임 주의 ※
명문 홀든.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가문은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은행을 설립, 현대에 이르러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가문 안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가문의 비밀은 머나먼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다. 시대가 바뀌고, 세계는 이성과 지성, 과학과 기술에 지배되었지만 빛이 밝는다고 어둠이 사라지지는 않는 법.
예로부터 퇴마를 행하며 그 대가로 막대한 부와 명예, 그리고 때때로 세상을 움직일 정보를 거머쥔 이들이 바로 홀든의 부를 만든 기반이었다. 타고난 신체능력과 항마력. 가문은 엄격한 훈련과 시험을 통해 헌터를 선발했고, 최고의 헌터가 가문을 이었다. 적통과 서얼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선발되는 헌터들은 홀든의 자랑이요, 가문을 짊어지는 기둥이었으니 그 명맥은 과학의 빛이 밝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끊기지 않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그 대를 잇는 이가 하나.
“뭐야, 작은형. 일?”
“그래.”
“흐응. 잘 다녀와. 올때 기념품이랑 쭉빵한 미녀 잊지 말고.”
“하아, 할일 없이 빈둥거릴 거면 너도 따라나서는 게 어떠냐, 이글.”
“응? 아아 귀찮아. 작은형이나 다녀오라구.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
“미국으로 간다. 꽤 성가신 녀석이라는 것 같더군.”
“뭐, 그냥 사령정도면 작은형이 가지도 않겠지.”
소파에 드러누워 발끝을 까딱이던 이글이 고개를 돌렸다. 은으로 만든 탄환과, 일반인은 들 수도 없는 검을 챙기는 형의 등을 보며 고양이처럼 샐쭉하게 웃으며 물었다.
“도와줄까?”
“네 도움 따위 필요 없다.”
이글은 기어코 자존심을 우선하는 작은형의 등을 보며 키득거렸다. 벨져가 받은 임무, 이글도 안 본 건 아니다.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또 얼마나 힘든지도 안다. 그럼에도 손을 빌려주지 않는 건 그만큼 벨져의 실력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도와준대도 도움을 받을 사람도 아니고, 팽팽 부려먹기만 하겠지. 이글은 한 짐을 챙겨 나가는 벨져에게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드는 것으로 재빠르게 귀찮고 성가신 일에서 발을 뺐다.
비행기로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넓은 아메리카 대륙. 거기서 또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그걸로 모자라 차로 몇 시간을 걸려 달려온 스산한 마을. 벨져는 렌트한 벤츠를 몰며 마을로 들어섰다. 들어설 때부터 버려져 황폐화된 마을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에 벨져는 혀를 찼다. 제대로 된 식사와 잠자리를 위해선 또 몇 시간씩 달려 옆 마을로 가야한다는 게 귀찮고 성가셨다. 이래서 미국은.
벨져는 담배를 한 대 물었다. 보수와, 이 일을 의뢰한 사람만 아니었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정도로 추레한 곳이었다.
길게 숨을 내쉬고, 벨져는 차를 멈췄다. 그나마 바깥은 멀쩡해보이는 집에 들어서기 전 장갑을 끼고 허리춤에 은탄을 채운 권총을 찼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뿌옇게 먼지가 날아올랐다. 안에서 널빤지를 대어 못질을 해놓은 덕에 대낮인데도 어두웠다. 틈새로 새는 빛에 떠오른 먼지들이 떠다니고, 벨져는 소매로 코와 입을 가렸다.
충분히 경계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데 낡은 마루에 무언가가 끌리고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벨져는 허리에서 총을 꺼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먼지가 자욱한 바닥에서 벨져가 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떠올랐다. 무언가 있다. 확신한 벨져는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벽 너머로 돌아섰다.
창에서 새는 한 줄기 빛이 검은색 일색의 옷을 입은 남자를 비췄다. 의자에 앉아 무릎 위 성경 위에 양손을 올리고 눈을 감은 채 햇빛을 받고있는 남자. 벨져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푸른빛이 섞인 잿빛 머리카락에 햇빛이 부서지며 반짝였다. 스르르, 눈을 뜨는 그 모습이 슬로우비디오를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붉은 눈동자. 남자가 눈을 깜박였다. 로만칼라. 벨져는 뭐라도 훔쳐본 것 같은 기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신부가 있다면 제대로 온 게 맞다.
“벨져 홀든이다.”
“홀든? 아아.”
신부는 일어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놀라거나 반길 텐데 맹한 건지, 예의가 없는 건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하는 신부에게, 벨져는 초면부터 빈정이 상했다. 멀끔하고 곱상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루이스. 루이스 안젤로입니다.”
벨져는 눈살을 찌푸리다 위화감을 느끼고 멈춰섰다.
“안젤로. 라고?”
움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루이스는 고개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오지 않는 답에 벨져는 비뚜름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그렇지.
“안젤라 신부님?”
“...예. 형제님.”
“하느님의 종이 이름을 속여서야 되겠습니까?”
“아직 억양이 익숙하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루이스 안젤라. 영국인인데도 후원자는 미국인이고, 종파는 성공회, 소속은 로마 가톨릭. 누가 고아 아니랄까봐 섞이기도 참 징하게 많이 섞였다. 벨져는 방금 전까지 그가 앉아있던 의자를 그늘로 끌어다 앉았다.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자 입이 심심해 안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여도 신부는 그의 몸만한 트렁크를 열어 그 안을 볼 뿐 말이 없었다.
“상태는?”
“안 좋습니다.”
“이쪽에선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빠르고, 쉽게.”
“당신이 생각하는 악령이나 생명체와는 다릅니다.”
“신부님이 여기 먼저 와있었던 걸로 아는데.”
고개를 돌린 그와 눈이 마주쳤다. 어둑한 곳에서 저를 향하는 붉은 눈동자가 얼음처럼 시렸다.
“궁금하면 네가 가서 봐.”
시니컬하게 툭, 내던지듯 한 반말에 벨져는 피식 웃었다.
“네가 무능한 게 아니고?”
“그럼 그 잘난 은탄으로 쏴죽이시던가. 아니면 그 잘난 검을 드시던가.”
“너...!”
건성으로 홀든을 들먹이는 것에 울컥해 그를 노려보자 루이스가 트렁크를 쾅 닫았다.
“지금까지 세 명의 헌터가 실패하고 다섯이 죽었습니다. 그 오만, 내려놓고 가시죠.”
벨져는 단호한 말에 미간을 찌푸릴 뿐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실패란 해본 적이 없는 벨져였다. 설령 저 안에 있는 게 진짜 악마래도 벨져 홀든에겐 실패가 있을 수 없었다. 최전방, 거친 싸움을 통해 익힌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견고한 자아. 그야말로 퇴마사의 규범이라 할 수 있는 벨져였다. 가문 안에서도, 그 잘난 형이나 동생마저도 벨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잘즈부르크 축제를 마치고 돌아오진 못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의심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벨져는 코웃음쳤다.
“이래서 신부들이란.”
제령과 구마, 엑소시즘이 전부인 신부다. 그들과 육탄전으로 싸울 일도 없고 신의 가호를 빌 뿐, 거친 일이라 해봐야 수도회에서 하는 노동뿐인 이들이니 결국은 벨져가 지켜줘야 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벨져 역시 태어나면서 세례를 받고 악귀와 괴생명체들을 물리치기 위해 기도문을 읊지만 그들의 방식에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지나치게 온건하다. 벨져는 몇 달, 몇 년이 걸리는 '치료'가 너무 안이하다 생각했다.
그동안 고통받는 구마자도, 그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엑소시즘을 행하는 신부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힘과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가. 벨져는 제게 깃든 힘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단번에 악령을 베어 그들이 있어야할 곳으로 돌려보내는 힘. 더러는 사람과 함께 지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냐며 질책하지만 죽음 뒤를 알 수 없는 인간에게 알 게 무엇인가. 한 사람으로 여럿을 살릴 수 있다면, 그리하여 모든 재난과 참사를 막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의가 아닌가.
벨져는 그들과 자신의 정의와 방법이 다를 뿐이라 여겼다. 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지만, 딱히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빛나는 이성과 지성으로. 벨져가 담뱃불을 대충 바닥에 비벼 끄는데 이층에서 다른 사제 하나와 남자 간호사 하나가 내려왔다.
“신부님! 아, 저기....”
“벨져 홀든이다.”
“아, 루이스 신부님 부제로 온 토마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흐응.”
벨져는 싹싹한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계단을 오르는 루이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성호를 그으며 계단을 오르는 녀석의 얼굴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워, 벨져는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보기 위해 그를 따랐다. 어두침침하고 폐가같은 일층과 달리, 이층은 꽤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건 둔중한 철문이었다. 누가 봐도 거기만 새로 만든 티가 나는 이질감에 벨져는 팔짱을 꼈다. 소금 포대와 십자가, 성모화가 의료기구들과 함께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루이스는 문고리를 잡고 다시 한 번 성호를 그은 뒤 벨져를 흘긋 돌아봤다. 벨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썩은내에 벨져는 미간을 찌푸리며 안으로 발을 들였다. 온통 새하얀 방에, 고정된 침대 위에 누워있던 소년이 몸을 일으켰다. 벨져는 금을 그어놓은 소금 뒤에 섰다. 잡아야 하는 대상에게 동정심이나 연민을 품는 건 금물. 쓸 데 없이 휩쓸리는 건 사양이었다.
“신부님!”
“안녕, 라이샌더.”
“오늘도 와주셨군요! 정말 기뻐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상한 미소를 머금은 루이스가 소년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성자같이 자애롭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소년은 얼굴 앞에 성호를 그으며 작게 읊조리는 루이스에게 맞춰 눈을 감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지만 않았다면 아픈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신부님, 정말 좋아요. 신부님한테선 좋은 향기가 나요.”
루이스가 기도를 마치자마자 소년이 그의 손을 잡아 제 뺨에 부볐다. 이 썩은내가 나는 방 안에서 대체 무슨 말인지. 벨져는 콜록거리며 소년이 하고싶은 대로 두는 루이스를 지켜봤다. 여전히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는 아까 본 차가운 사내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그렇구나. 몸은 좀 어떠니?”
“헤헤, 조금 힘들긴 한데 괜찮아요. 여전히 목소리가 들리지만....”
손에 뺨을 부비던 소년이 손을 놓고 작게 입을 벌렸다. 그리곤 울상을 지으며 루이스를 올려다보는데, 정말 인형같이 사랑스러웠다.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연출. 마음을 가지고 놀며 인간을 희롱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주특기다. 벨져는 권총 위에 손을 올렸다.
“제가 또 신부님을 아프게 했나요? 죄송해요....”
“괜찮단다. 이렇게 다시 왔잖니.”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네? 신부님, 제발요.”
“나도, 주님도 너를 결코 버리지 않는단다.”
아이를 어르며 루이스는 미소를 머금었다. 시종일관 미소로 아이를 대하는 게 아니꼬웠지만 끼어들 수는 없었다. 벨져는 손을 올려 팔짱을 끼고 등을 벽에 기댔다. 루이스는 일어나 벨져에게 문을 닫으라 눈짓했다. 방금 만난 주제에 제게 명령하는 게 아니꼬워 벨져는 발로 세게 문을 찼다.
“신부님. 가지 마세요. 신부님, 신부님!”
벨져는 팔짱을 끼고 벽에 등을 기댔다. 얼핏 봐선 피해망상과 편집증이 뒤섞인 걸로밖에 안 보이는 아이다. 이 썩은내만 아니었다면 그냥 정신과 의사에게 보이라고 하고 돌아나갔을 터였다. 루이스가 거울을 들고 성호를 그어도 벨져는 시큰둥했다. 그도 그럴 게, 홀든이 헌터인 이유는 그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혀, 저 신부가 거슬리는 것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벨져는 빨리 이 악취나는 방에서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말하라.”
“신부님. 왜 그러세요.”
“나는 주님의 종일지니, 더이상 기만하려 들지 마라. 왜 여기 있는 것이냐!”
아이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처럼 울상을 짓다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흐후후.”
오싹하게 올라오는 싸한 감각. 벨져는 고개를 들었다.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루이스도, 소년도 움직이지 않는다. 멈춰버린 것 같은 시간 속에 벨져는 마른 침을 삼켰다.
“키킥. 알고 싶어?”
바뀐 목소리. 소년은 기이한 웃음을 만면에 띠우고 루이스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의심할 것도 없다. 벨져는 총을 빼들었다.
“흐우. 하아. 한 번, 딱 한 번이면 돼. 한 번만 대줘. 그럼 여기서 나가줄게. 응? 이리와봐. 응? 오라고! 이 더러운 년! 악마에게 뒷구멍을 판 창녀!”
루이스는 아랑곳않고 소년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다만 늘상 보던 구마의식과 다른 점은, 구마자가 그를 쫓아내려는 신부에게 적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백이면 백 몸부림치고 거부하며 해치려드는데, 이번은 달랐다. 손도 발도 자유로운 소년은 황홀하다는 듯이 코를 벌름거리며 신부의 옷자락을 쥔다. 목을 조르지도, 그를 해치려들지도 않는다. 구마의식 중에 신부에게 매달리는 구마자. 이런 경우는 들어본 적도 없다.
벨져는 가만히 소금 선 안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주시했다. 그 사이 루이스의 기도가 이어지고, 그를 탐할 것처럼 굴던 소년이 루이스쪽으로 풀썩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벨져를 감싸고 돌던 감각이 멎었다. 순간 다리가 풀릴 뻔 했던 벨져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닦았다. 숨을 들이마시자 역겨운 냄새가 공기와 함께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벨져는 아이의 몸을 눕히고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아주는 루이스를 지켜봤다. 아무렴 신부를 두고 헌터가 먼저 나갈 수야 없는 노릇이었다.
루이스는 아이의 손발을 다 닦아주고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눈을 감고 입술을 움직여 기도하는 그를 방해할 수는 없어서, 벨져는 잠자코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루이스가 기도를 마치고, 소년의 손을 배 위에 포개주었다. 함께 방을 나온 벨져는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확인했다.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니군.”
“...벨 겁니까?”
한참만에 돌아온 목소리는 곧장 핵심에 꽂혔다. 동정과 자비는 그가 신에게 빌어야 할 것들이고 벨져의 일은 그들을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때문에 벨져가 돌려줄 답은 하나였고, 망설임따윈 없었다. 그런 감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난 의뢰를 받았어.”
“아직 성인도 안 된 아이입니다.”
“내가 알 반가? 신부?”
벨져는 일부러 그를 도발했다. 소년을 대할 때 풀어졌던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갑게 굳어있었다. 더 볼 것도 없이, 그는 저를 책망하고 있었다.
“...... 당신의 일은 피를 부르죠.”
“너는 아닌가?”
“구마의식이 성공했을 때 구마자의 몸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을 끊은 그를 바라보자 루이스가 턱을 들며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 깔보는 거, 좀 적당히 하지 그래?”
“....하!”
마냥 순한, 전형적인 신부인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성격이 있다. 벨져는 턱을 치켜들며 오만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신의 종이 이래도 되나?”
“못 할 건 또 뭔데.”
받아치는 게 보통이 아니다. 웬만해선 다른 헌터들도 아무 소리를 못하게 만드는 벨져다. 그런 제게 이 정도로 직설적인 반응은 신선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다. 벨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적어도 이번 일은 지루하진 않을 것 같다.
“씨발 좆같아서 진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웃어넘겼을 텐데. 벨져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너...!”
“아, 잠깐 상태만 보고오신다더니. 괜찮으세요?”
바로 붙잡아 따지려했는데, 방금 전까지 꼿꼿하게 서있던 사람이 머리를 짚으며 휘청였다. 부제가 쪼르르 달려와 그의 팔을 잡아 붙들었다. 벨져는 그 둘을 보다가 등을 돌렸다. 어차피 일만 하면 그만. 신경 쓸 게 아니다. 그저 잠깐의 변덕으로 호기심이 일었을 뿐이다. 벨져는 사제들을 뒤로 했다. 일단은 자료가 더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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