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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03 [홀든ts루이] 어느 메이드의 하루 :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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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든ts루이] 어느 메이드의 하루 : 오전
시험기간이라 슈퍼 딴짓 타임이 도래함
* 전에 썼던 홀든가 메이드 ts루이스
찌르르르, 자명종이 울리는 소리에 이불 속에서 하얀 손이 불쑥 나와 침대 옆 협탁을 더듬었다. 그래도 자명종이 잡히지 않자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여인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눈은 다 뜨지도 못하고, 머리카락은 잔뜩 헝클어지고 부스스했지만 그것도 그녀의 미모를 해치진 못했다. 시간을 확인한 그녀, 루이스는 이불을 걷고 일어나 비척비척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의 물을 튼 루이스는 보일러가 물을 데우는 시간동안 찬물로 세수를 하고 잠옷을 벗었다.
찬물 세수로 잠을 깬 루이스는 욕조 안에 들어가 샤워기 앞에 섰다. 머리부터 적시며 떨어지는 따뜻한 물줄기에 굳어있던 근육들도 깨어나는 것 같아 가볍게 어깨를 주무르며 목을 돌리자 뿌드득 소리가 났다. 어제 밤일을 좀 과하게 하긴 했지. 루이스는 어젯밤 겁도 없이 홀든가에 잠입한 쥐새끼들을 떠올렸다가 이내 지워버렸다. 결정능력의 좋은 점은 시간이 지나면 무엇에 당했는지 전혀 알 수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벨져와 이글이 안타리우스의 뒤를 캐고 다니면서 가끔 이렇게 침입을 시도하는 쥐들이 늘었다. 쥐약을 놓는 것도 한계가 있는 지라, 루이스는 가끔 이렇게 직접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광신도 집단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대체 무슨 생각으로 홀든에 그런 어중이 떠중이들을 보내는지. 어제는 조금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대개는 다 제 선에서 끝날 만한 일들이었다. 이걸 그 애들이 알면 또 한바탕 난리를 치겠지만.
그런 생각으로 머리를 감던 루이스는 벨져에게 받은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우선은 다이무스가 출근하는 걸 배웅하고, 집안일을 마친 후에 편지를 써야지. 그 다음엔 이글을 깨워 점심을 먹여 출근시키고, 다이무스를 도우러 잠시 헬리오스에 갔다가 두 사람이 퇴근하기 전에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들른다. 그러고 보니 세탁소와 식료품점도 들러야 했다. 루이스는 오늘의 일정과 할 일을 정리하고 샤워기의 물을 껐다.
수건으로 몸과 머리를 감싸고 욕실을 나온 루이스는 머리를 말리며 서랍장 앞에 섰다. 두번째 서랍 안에서 화려한 레이스 장식이 달린 흰색 팬티와 브래지어, 슬립, 가터벨트를 꺼내고, 세번째 서랍에서 스타킹과 속바지를 꺼내 한꺼번에 침대 위에 던졌다. 사이즈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세 형제가 앞다투어 속옷을 선물하는 통에 루이스의 서랍장엔 각양각색의 속옷들이 즐비했다.
옷 선물은 벗기기 위해 하는 거라던데. 어디선가 주워들은 소리를 떠올린 루이스는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감싼 수건을 푸르고 물기를 털어낸 루이스는 머리를 빗어 넘기고 일어났다. 침대로 향하는 사이 가슴에 두르고 있던 바스타올의 매듭이 풀리며 바닥에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침대 위에 던져둔 팬티를 집어들었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발을 끈 사이에 넣어 골반까지 올린 루이스는 브래지어와 가터벨트를 차고 슬립을 걸쳤다. 침대에 앉아 흰색 스타킹을 허벅지까지 올리고, 일어나 착 달라붙는 까만 속바지까지 입은 루이스는 스타킹을 가터벨트로 고정한 뒤 일어섰다.
옷장에서 짙은 남색 원피스와 속치마를 꺼내 입은 루이스는 손을 뒤로 돌려 등의 단추를 채우며 시계를 바라봤다.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그래도 늦지는 않았다. 옷장 서랍에서 풀을 먹여 빳빳하게 다린 앞치마를 꺼내 어깨에 걸친 루이스는 허리끈을 다 묶지도 못하고 캡은 입에 문 채 방을 나섰다.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가며 허리끈을 묶고, 머리를 만져 캡을 쓴 루이스는 주방에 아침 식사가 준비된 걸 확인하고 바로 다시 계단을 올랐다. 이층, 다이무스의 방 앞에 선 루이스는 다시 한 번 머리와 앞치마를 매만지고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문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루이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느 때와 같이 다이무스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소매의 커프스 단추를 달고 있었다. 루이스는 다이무스의 옷장에서 넥타이를 골라 그에게 다가갔다.
"잘 잤나."
"그럼요. 잘 주무셨어요?"
"덕분에."
다이무스는 기다렸다는 듯 턱을 들어 목을 내주었다. 루이스는 그의 목에 넥타이를 감아 매듭을 묶고, 다이무스는 그런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다이무스가 영국으로 건너와 따로 살기 시작한 후로 두 사람의 아침 일과는 항상 이렇게 시작됐다. 어릴 적 오스트리아의 본가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루이스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일손을 도와야 했고, 다이무스는 매일 수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교육에 따라 도장에 나가 검을 휘둘렀다.
그보다 더 어릴 적엔 천둥이 치는 게 무섭다며 베개를 들고 찾아온 루이스를 옆에 누이고 같이 자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이를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때 얘기였다. 세 형제에게 또래의 예쁜 여자아이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고, 맏이라는 이유로 다이무스는 곧잘 두 동생에게 루이스의 관심을 뺏기곤 했다. 그래도 제일 먼저 의지할 사람으로 자신을 꼽는다는 게, 셋 중 유일하게 그녀보다 연상인 다이무스만의 특권이었다. 오빠라고 불릴 수 있는 것도 다이무스가 누리는 특권 중 하나였다.
루이스는 다이무스의 눈 밑에 거뭇하게 드리운 그림자가 점점 내려오는 걸 보며 넥타이의 매듭을 마무리지었다. 아무래도 식탁에 브로콜리를 더 올려야 할 성 싶었다. 은행 업무며 헬리오스의 업무까지, 하나만 해도 힘든 걸 병행하고 있으니 피로가 쌓이는 건 당연했다. 루이스는 넥타이에서 손을 떼고 다이무스의 뺨에 손을 얹었다. 말끔하게 면도를 마친 뒤라 까슬하진 않았지만 푸석해진 건 분명했다.
"오늘 오후에 회사로 갈게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있는 게 낫잖아요. 그쵸?"
다이무스는 아침부터 귀여운 소리를 하는 루이스 덕에 피식 웃고 말았다.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안 그래도 아침에 약한 녀석이 머리에 또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싶어 그만두고 다시 한 번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애정이 묻어나는 친애의 표시에 루이스도 슬며시 웃었다. 홀든 형제와 루이스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지라 사용인과 고용주라기 보다는 남매에 가까웠다. 홀든 부인마저 아들들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보다 루이스를 더 아낀다며 한탄 아닌 한탄을 할 정도였으니 그 정도면 말을 다 한 셈이었다. 떠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 사이에선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세 형제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건 가문과 그녀가 아니냐는 말마저 돌았다.
다이무스는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마 다른 두 녀석에게 물어도 같은 답이 나올 것이다. 루이스는 그들 사이에서 일종의 '깍두기'같은 예외적인 존재였다. 경쟁의 상대도, 적도 아닌 순수한 애정의 대상. 그걸 알기에 다이무스는 루이스를 구속하려 들지 않았다. 균형이 깨지는 순간 무엇이 찾아올 지 알 수 없을 뿐더러, 그녀가 그들을 아끼는 게 그저 가족적인 애정일 가능성이 너무 컸다. 그건 두 녀석 역시 알고 있기에 세 형제는 한 여자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대신 선을 지키고 있었다.
"자, 그럼 이글 깨우러 갈게요."
"부탁하지."
루이스는 다이무스의 방을 나와 이글의 방으로 향했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막내는 꼭 깨워줘야 일어나는 타입이라 깨우지 않으면 아침도 먹지 않고 잠을 자곤 했다. 루이스는 이글의 방 문을 똑똑 두드리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이글은 커튼도 안 친 방에서 베개를 끌어안고 쿨쿨 잠에 푹 빠져있었다. 자유로운 영혼 아니랄까봐 자는 자세도 가관이다. 루이스는 이글의 침대에 앉아 뺨을 두드렸다.
"이글.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이정도로는 반응조차 없다. 루이스는 이글에게 조금 더 가까이 앉아 엉덩이를 두들겼다. 토닥토닥, 아이를 깨우듯 가볍게 토닥이려니 이글이 입을 다시며 베개를 더 꼭 끌어안았다. 벨져는 그냥 찬 물 한 바가지 끼얹으라고 하지만 아무리 나이를 먹고 덩치가 커도 막내는 막내인지라 그럴 수가 없었다.
"이그을. 일어나. 아침 먹어야지."
"으으응....'
입술이 꿈틀거리는 걸 본 루이스는 슬쩍 미소를 머금었다. 더 가까이, 얼굴 앞까지 다가가 쪽. 입술을 가볍게 맞추자 단숨에 허리가 잡혀 끌려갔다. 베개 대신 안긴 루이스는 눈곱이 낀 채 씩 웃는 이글과 눈을 맞추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아침~."
"일어나세요."
"뽀뽀해주면 놔주지."
"조금 전에 해드렸잖아요."
"몰라~. 난 좀 더 잘래."
이글은 고개를 도리젓더니 루이스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바디워시와 샴푸의 꽃냄새가 달근해 놓고 싶지 않았다. 루이스는 곤란해하지도 않고 이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일어나래도."
"윽, 아. 진짜 아팠어."
"자, 뽀뽀."
루이스는 냉큼 루이스가 엄살을 피우는 사이 뽀뽀를 해주고 단단한 막내 동생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잘생긴 얼굴에 기름기가 번드르르 하고 눈곱이 낀 게 영 마뜩찮아 억지로 일으켜 팔까지 걷어부치고 세수를 시켰다. 역시, 그냥 찬물을 붓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내일 해가 뜨면 또 똑같이 이글의 어리광을 받아줄 게 안 봐도 뻔했다.
"누나아."
"옷부터 입으세요."
말끝을 늘여 달라붙어봤자 꼴랑 팬티 한 장 차림이라, 루이스는 이글을 밀어내고 빗을 들었다. 이글은 투덜거리면서도 고분고분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옷을 주워입고 루이스는 이글의 머리를 빗었다. 평소하는 것처럼 위로 높게 올려 묶기엔 루이스와 이글 사이의 신장 차도 있고, 무엇보다 아직 머리를 안 감아서 그 긴 머리를 아래로 내려 느슨하게 묶었다.
"빨리. 이미 준비 마치고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난 아침부터 칙칙한 형이랑 밥 먹느니 누나랑 침대에서 뒹구는 게 더 좋은데."
"이글."
루이스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짓자 이글은 반팔 셔츠를 대충 입고는 루이스를 따라 나섰다. 제 아무리 망나니인 이글 홀든이라도 그를 이십년 가까이 돌분 루이스를 이길 순 없었다. 아마 유일하게 이글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일 거라는데, 이글은 어디까지나 그녀에게 져주는 것 뿐이었다. 아니, 사실 못 이기는 게 맞았다. 매를 맞거나 혼나는 것보다 루이스가 더 무섭다. 이글은 뒤에서 투덜거리며 루이스를 따라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에는 다이무스가 신문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형에게 간단히 눈인사를 한 이글은 제 자리에 앉았다. 루이스는 아침식사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으며 다이무스의 손에 들려있던 신문을 뺏고, 다이무스는 빈 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 몸을 쓰는 검사답게 아침 식사라 해도 꽤 양이 많았다.
"아아, 브로콜리 싫은데."
"편식하지 마세요."
"네 나이가 몇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글."
"햄버거~."
이글은 입을 비죽 내밀곤 브로콜리를 접시 한 편으로 몰기 시작했다. 아삭한 식감의 브로콜리를 계란과 함께 입에 넣고 씹던 다이무스는 더 잔소리하는 대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무래도 일 때문에 점심 저녁을 밖에서 해결하는 날이 많다보니 집에서 먹는 식사라곤 아침이 고작이었다. 루이스는 아침만은 꼭 먹여서 보내고 싶어 했고, 바쁜 와중에도 아침 식사 만큼은 직접 식단을 짤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그걸 아니 이글 녀석도 일어나 아침을 먹는 거겠지만. 다이무스 역시 일주일에 나흘은 올라오는 브로콜리에 슬슬 질려가던 참이었지만 그게 제 눈가에 드리운 다크서클 때문이라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누나."
"네?'
"나 오늘 늦어. 기다리지 마."
"내일 들어오실 거예요?"
"몰라? 내가 좀 유능해야지, 아주 그냥 놔주질 않아~."
이글의 너스레에 루이스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글도 루이스를 따라 씩 웃고,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사이 다이무스는 무표정으로 이글을 보며 브로콜리를 아그작아그작 씹었다. 먹는 둥 마는 둥 포크로 장난질을 치는 이글을 두고 먼저 접시를 비운 다이무스는 물로 간단히 입가심을 하고 일어났다.
그에 맞춰 루이스가 우편물과 함께 아까 뺏어갔던 신문을 내밀었다. 다이무스는 읽다 만 신문과 편지들을 받아들며 눈을 맞췄다. 루이스가 아무 말도 않는다는 건 별다른 소식이 없다는 뜻이다. '홀든'에게 쏟아지는 각종 청탁과 셀 수도 없는 초대장을 걸러내는 건 루이스의 일 중 하나였다. 다이무스는 우편물을 서류가방에 넣었다. 양치를 마치고, 가벼운 코트를 팔에 든 채 내려오자 루이스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옷매무새를 만져주었다. 흘긋 식당 쪽을 보니 이글도 식사를 마치고 마저 자러 올라간 모양이었다.
"큼. 점심 같이 들겠나?"
"뭐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딱히 그런 건 아니다만."
"데이트 하자구요?"
넥타이를 바로잡고 카라를 세웠다 내린 루이스가 빙그레 웃자 다이무스는 그녀의 이마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사려 깊고 침착한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필요한 걸 말하기 전에 준비하고, 언제나 깔끔하고 완벽하게 집안을 관리하는 데다 예쁘고 상냥하고 똑 부러지기까지 한 그녀는 완벽에 가까운 메이드이자 안주인이었다. 다이무스는 이런 사람을 골라온 아버지의 안목에 감탄해야 할지, 아니면 이렇게 길러낸 어머니의 수완에 감탄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맡은 일이 많다 보니 힘들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녀가 맡은 업무를 대신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다른 일은 본가의 사용인들도 할 수 있다 치더라도, 형제들을 아우르는 건 오로지 그녀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셋이 모여있을 때와 넷이 모였을 때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다이무스는 집에 들어오지도 않는 벨져를 떠올렸다. 편지를 제대로 읽긴 했는지. 이미 오래 전 일인데도 답장이 없었다.
코트를 걸친 다이무스는 루이스가 미소와 함께 내미는 서류가방을 받아들고 모자를 썼다. 문을 나서기 전, 으레 부부들이 그러하듯이 그녀의 뺨에 입술을 맞추는 건 다이무스 홀든이 출근 전 마지막으로 누리는 여유이자 온기였다.
"이따 봐요."
"그래. 기다리고 있겠다."
루이스는 출근하는 다이무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매일 아침 하는 거지만 이렇게 그를 배웅할 때면 쉬지도 못하고 일에 쫓겨사는 그가 안쓰러워지곤 했다. 다이무스의 차가 멀어지는 걸 지켜본 루이스는 주방에서 사용인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영국으로 건너온 이후, 세 형제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불만은 밥이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루이스가 요리를 잘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 결국 루이스는 홀든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다른 거라면 모를까, 영국 태생이라서 그런 건지 고아 시절에 배만 채울 수 있으면 그만이었던 탓인지 요리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웬만한 일은 다 눈감아주는 다이무스마저 이틀 버티고는 조심스럽게 요리사를 고용하자는 말을 꺼냈을 정도였다. 결국 루이스는 오스트리아에서 고용해 데려온 요리사에게 주방을 내주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잘 한 일이었다. 한나는 이제 주방일을 하기엔 나이가 많았고, 메이어 부인의 요리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요리 실력의 소유자였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싸가면 좋아할까. 루이스는 다이무스가 회사 근처에 괜찮은 샌드위치 가게가 없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메이어 부인에게 넉넉히 점심을 준비해달라 부탁하자 부인은 신이 나서 연어가 좋으냐, 햄이 좋으냐 묻기 시작했다. 다들 집에서 식사를 안하는 데다 아침부터 무거운 요리를 올릴 순 없다 보니 내심 제대로 된 요리를 못 하는 게 서운했던 모양이라 루이스는 종류별로 양껏 준비해달라 부탁했다. 둘이 다 못 먹어도, 헬리오스의 동료분들께도 나누어 드리면 그만이었다. 능력이 상극이라 그런지, 아니면 귀한 도련님을 마구 부려먹어서인지 그 쪽의 불의 마녀와는 아무리 해도 데면데면하지만 어쨌거나.
주방에서 볼 일을 마친 루이스는 방으로 향했다. 하우스 메이드의 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세탁물은 정리해 세탁소에 맡기고, 청소부터 자잘한 일까지 전부 루이스의 손을 거쳐야 했다. 대개는 집사가 할 일이지만, 본래 입이 가벼운 하녀들이나 하인들로 부터 새어나가는 게 정보다. 게다가 홀든은 홀든이니 만큼 집안일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했다. 그렇다고 본가에 계속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나이 먹은 아들들이 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루이스가 비서의 역할까지 떠맡고 있었다. 벨져는 미련하게 일을 사서 한다고 핀잔을 주고 다이무스는 미안해지만 정작 루이스는 이게 다 제 일이려니 했다.
고아에 불과한 자신을 거둬 먹이고 재워주는 것도 모자라 딸처럼 키워주신 홀든 부인에게 받은 걸 보답할 방법이라곤 성심껏 홀든을 위해 일하는 것 뿐이었다. 루이스는 어젯밤 앞치마 안주머니에 넣어둔 두툼한 편지를 꺼냈다. 이름도 없이 제 앞으로 온, 화려한 필체의 편지. 편지의 겉봉투엔 여러 나라를 거쳐 오느라 우표가 잔뜩 붙어있었다.
루이스는 페이퍼 나이프로 봉투의 옆구리를 잘랐다. 굳이 안을 확인 하지 않아도, 제레온의 뒤를 이어 안타리우스를 쫓느라 얼굴 한 번 내빛치지 않는 둘째로부터 온 편지가 분명했다. 다이무스의 편지는 읽다 말았다더니, 한 장짜리 제 편지엔 답장으로 다섯 장이나 써서 보냈다. 그게 귀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해 루이스는 슬쩍 웃음을 흘렸다. 이쪽이야말로 길어서 읽다 말고 싶다. 하지만 장난으로라도 말을 꺼내면 바로 삐질 게 뻔했기에 루이스는 자리에 앉아 편지를 펼쳤다. 벨져의 편지는 언제나 사랑하는 누이, 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편지를 모두 읽은 루이스는 답장을 쓰기 위해 편지지와 만년필을 꺼냈다.
일을 하다 보면 오전은 훌쩍 가기 마련이라, 루이스는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수표책과 샌드위치가 한가득 든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이글과 함께 집을 나섰다. 이글은 대번에 자기한텐 찾아와주지도 않는다며 생떼를 썼지만 엉덩이를 조금 세게 두드려주는 걸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도 '나 삐졌소.'하고 시위하듯이 입을 비죽 내밀고 틱틱 걸리는 돌맹이를 차는 바람에 루이스는 결국 이글에게 내일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이글은 새끼 손가락까지 걸고 나서야 만족하고 다이무스가 그랬던 것처럼 뺨에 뽀뽀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스스럼 없는 애정 표현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긋거렸지만 그마저도 루이스에겐 익숙한 것이었다. 세 사람 다, 형제 아니랄까봐 이런 데선 남의 눈치를 살피거나 거리끼는 법이 없었다. 제게 하는 것에 반만 했어도 이미 애가 있을 텐데. 루이스는 가벼운 걸음으로 가는 이글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제가 그들의 눈을 너무 올린 탓인지도 몰랐다. 루이스는 살짝 숨을 내쉬고 걸음을 옮겼다. 아직 점심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헬리오스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오후와 저녁은... 시간이 나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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