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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 au
* 다이무스 6학년(16), 루이스 4학년(14), 벨져 3학년(13), 이글 1학년(11)
만우절이랍시고 아침 식사부터 푸딩에서 개구리가 튀어나왔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고작 이런 장난이 뭐가 그리 즐겁다는 건지. 벨져는 켄타우로스 탈을 쓰고 지나가는 후플푸프 학생을 보며 작게 혀를 찼다. 한심하긴. 그러고 보니 제일 신나서 돌아다닐 이글 녀석이 아직까지 잠잠했다. 또 얼마나 큰 사고를 치려고,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나은데 소식이 없는 게 영 불안했다.
벨져는 동생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엇다가 고개를 드는데, 순간 어디서 많이 본 색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제가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벼보아도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은 여전히 벨져의 시야 안에 있었다. 교복 망토의 후드에 가려 이제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긴 생머리였다. 거기에 노란 색과 붉은 색이 번갈ㅁ아 놓인 그리핀도르의 넥타이. 벨져는 절대 잊을 리 없는 얼굴을 떠올렸으나 저만치 앞서 걸어가는 학생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와 까만 양말. 벨져는 수업을 가던 중이라는 것도 잊고 잠시 멈춰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루이스...?"
저도 모르게 새어나온 이름에 벨져는 급히 쫓아가려했지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복도 가득 퍼졌다. 잠시 망설인 사이, 그 뒷모습은 벨져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벨져는 강의실 문을 열면서도 복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그건 대체...."
"아, 안녕하세요. 그게... 내기에 졌거든요."
"...그렇군."
다이무스는 수업을 듣기 위해 들어오다 흠칫 놀라 굳어버렸다. 언제나 루이스와 제가 함께 앉는 자리에, 한쪽 다리를 꼬고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펜을 들고 있는 여학생 때문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 여학생이 루이스라는 걸 깨닫고 자리에 앉긴 했지만, 그래도 놀란 게 사실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이거나, 웬만큼 눈썰미가 있지 않고서야 여장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잠시였지만, 자신도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루이스에게 여학생 교복은 퍽 잘 어울렸다. 어울리다 못해 너무 예뻐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다이무스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자리를 고쳐앉았다. 워낙에 곱게 생기긴 했지만 긴 생머리가 더해져 청순한 매력이 물씬 풍겼다. 그 바람에 애꿎은 제 가슴이 떨렸다.
다이무스는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책을 펼치고 펜을 꺼냈다. 계속 쳐다보다간 그도 민망해하거나 불쾌해할 것이다. 하지만 다이무스의 신사적인 의도와는 다르게 눈은 자꾸만 말려 올라간 치마 아래 드러난 흰 다리와 무릎으로 향했다.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까만 양말부터 치마 사이의 흰 살결이 부드러워 보였다. 결국 다이무스는 이대로 가다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루이스의 손을 잡아 그의 치마 위에 올렸다.
"주의하도록."
"아, 네."
다행히 루이스는 별 생각이 없었는지 대수롭지 않게 치마를 내렸다. 다이무스는 그 반응에 마음을 놓았다. 그리핀도르의 장난은 다른 기숙사보다 심하고 빈도도 잦다 보니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심지어 무슨 마법을 썼는지 가슴까지 닿는 머리카락도 가발이 아닌 그의 머리카락 같았다. 아직 교수님이 들어오지 않으셨기에 다이무스는 넌지시 물었다.
"머리는, 뭘 썼나."
"아, 이건 크리스티네가 도와줬습니다."
"그렇군."
불편하다는 이유로 짧은 머리를 고수하는 그녀가 파티에 참석할 때면 머리를 길게 땋아올리는 걸 떠올린 다이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핀도르로 가더니 이런 장난에도 끼게 되었나. 그녀에겐 좋은 일이라 다이무스는 다시 깃펜을 들었다. 수업 내내, 학생들의-주로 남학생들의-시선이 옆으로 향했으나 루이스는 얼음 마술이 특기인 마법사답게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수업에 집중했다. 집중해서 신경을 못 쓰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지는 몰라도 루이스의 가장 큰 장점은 침착하고 신중한 성격이었다.
아직 4학년이긴 하지만, 그에겐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다. 다이무스는 루이스를 꽤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아마 다음 학기엔 반장 뱃지를 달게 될 테고, 졸업하면 오러가 될지도 모른다. 아마 자신은 아버지를 따라 마법부에서 일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마법부에 있으면 고아라 연고가 없는 그에게 힘이 되어줄 수도 있었다.
잠시 그렇게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필기를 하던 다이무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학생들이 루이스를 흘긋거리는 걸 신경 쓰고 있다는 건,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는 것과도 같았다. 사실 다이무스도 그 남학생들과 다를 게 하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스가 다리를 이리저리 꼬면서 드러난 맨다리가 옆자리에 앉은 다이무스의 눈을 자꾸 사로잡은 탓이었다.
예상 외다. 만우절이니 분명 여기저기서 장난을 걸어올 거란 건 예상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아마 루이스 본인도 자기가 못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자각이 없을 것이다. 그는 그저 내기에 진 바람에 여장을 하게 된 것에 불과하니까. 다이무스는 누군지도 모를 치마 주인을 향해 속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게 다 치마가 짧은 탓이다. 내기의 주동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필시 이글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다.
다이무스는 제 막내 동생이 이 일에 끼어들었다는 것에 갈레온을 걸 수 있었다. 어쩐지 아침부터 잠잠하다 싶었더니, 이젠 직접적으로 오지는 않겠다는 건가. 아침에 벨져의 푸딩에서 개구리 모양 초콜릿이 나온 건 전초전에 불과했다. 분명 루이스와, 여장과, 만우절에는 관계가 있다. 다이무스는 깃펜을 내려놓았다. 옆에서 루이스의 펜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다이무스의 불안한 눈도 흔들렸다. 언제나 그렇듯 이글의 행동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집도 아니고, 학교에서 벌건 대낮에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심란한 마음에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려는 찰나, 부지런히 필기를 하던 루이스가 양피지 조각을 슬쩍 밀었다. '괜찮아요?' 교수님과 칠판, 책만 보는 줄 알았더니 집중을 흐트러트릴 정도였나. 다이무스는 루이스가 내민 양피지 조각에 짧게 답했다. '괜찮다. 혹시 이글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나?' 여전히 시선은 칠판에 고정한 채, 루이스는 양피지조각을 가져갔다. '아니요. 그리핀도르는 열두시 종 치자마자 시작했거든요. 아마 슬리데린까지 갈 여유가 없을 겁니다.' 이번엔 아무렇게나 찢은 양피지 조각 대신 노트 한 페이지가 돌아왔다. 어쩐지 잠잠하더라니, 신고식을 치르고 되갚아줄 장난을 생각하느라 그런 거였나. 다이무스는 이글이 보이지 않는 이유에 납득하고 다음 질문을 하려 펜을 들었다. 무슨 내기를 했지? 라고 쓰기 위해 펜을 종이 위에 올린 순간, 너무 개인적인 걸 묻는가 싶어 펜을 뗐다. 그런 걸 서스럼 없이 물어도 될 사이인가. 하지만 그 외에는 달리 생각나는 말이 없어 망설이는 사이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이 저마다 책을 덮고 짐을 챙기느라 부산스러워진 강의실 안, 루이스가 책을 덮었다.
"그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지금 전쟁중이거든요. 하루짜리."
"...건투를 빌지."
"하하, 뭐 이제 사년이나 됐으니까요. 다들 학기초부터 이글한테 당한 게 많아서 일주일 전부터 머리 싸매고 회의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이글 홀든을 제대로 놀려줄 수 있을까, 하고."
"그리핀도르는 그런 데 일주일이나 시간을 쓰나?"
"벨져가 머리 만지는 시간보단 덜하죠."
"..."
"농담이에요."
다이무스는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야 물론, 벨져가 거울을 보는 시간에 비하면 일주일 동안 어떻게 장난을 칠 것인가로 고민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고 합리적이다. 더구나 그게 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천방지축 막내라면 더더욱. 루이스가 후드를 덮어쓰는 사이 다이무스는 책을 덮고 짐을 챙겼다.
"잘 부탁하지."
"올해는 제 담당이 아니라서요. 그랬으면 지금 이러고 있지 않아도 됐을 텐데."
"유감이로군."
"네. 아무래도 당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래도,"
한 뼘 아래서 책을 양손으로 감싸안고 저를 올려다보는 루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홀린 듯 손을 들어 후드를 넘겼다. 루이스의 긴 머리카락이 손등을 스쳤다. 다이무스는 마른 침을 삼키고 저를 기다리는 그를 향해 잘 어울린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제법 나쁘지 않군."
"하하, 오늘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예쁘단 말이에요."
"...그래."
"도서관 가실 건가요? 오늘 수업은 끝났는데 지금 기숙사로 돌아가면 지옥이 펼쳐져있을 것 같아서."
"그것도 좋...."
"야!!!"
다이무스가 슬며시 미소를 머금고 대답하려는 찰나, 강의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벨져가 씩씩거리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벨져."
"형아는 빠져. 너 이 새끼...!"
"벨져!"
"무슨 일인지 몰라도 난 아니야. 지금까지 다이무스 선배랑 같이 있었어. 지금 막 수업이 끝난 참이고."
"이런다고 내가 못 알아볼 줄 알아? 이딴 걸로 장난치지 말...!"
갑자기 쳐들어온 벨져가 루이스를 향해 손을 뻗고, 다이무스가 둘째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벨져가 손을 뻗는 게 조금 더 빨라서, 다이무스의 겨드랑이 사이를 빠져나간 벨져의 손은 루이스의 멱살 대신 다른 곳을 잡아버리고 말았다.
"읏...!"
"......"
벨져는 제 손에 닿는 감촉에 당황했다. 작지만 부드럽고, 둥근, 말랑말랑한 무언가. 아마도, 있을리 없는 그 감촉. 벨져는 어리둥절한 나머지 손에 쥔 것을 놓았다가 다시 쥐었다. 되도 않는 장난을 걸어서, 따지러 왔더니 이게 대체 무슨...!
"실컷 만졌으면 이제 그만하지 않을래, 홀든?'
"너...!"
다이무스가 한 발짝 물러나고, 제 손이 어딜 쥐고 있는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벨져의 얼굴에 확 열이 쏠렸다. 루이스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손을 뗐으나 이미 강의실 문에 모여든 학생들은 눈앞의 광경에 저마다 입가에 손을 대고 수근거리고 있었다.
"너, 너...!?"
여자였어? 여자였나? 지금까지 그럼 난 여자를 상대로 그렇게 사사건건 부딪히고, 싸움질을 했다는 건가? 벨져는 혼란스러웠다. 열셋이 되도록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던가. 제 아무리 이글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벨져를 패닉에 빠지게 한 적은 없었다. 벨져의 얼굴이 희게 질리는 걸 본 루이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이러고 있는 건 오늘 하루 뿐이거든? 화장실 가는 거 빼고 아무 문제 없으니까 평소대로 돌아와줄래, 벨져?"
"...사과 하고 끝내라, 벨져."
"......"
벨져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굴려 루이스가 이러고 있는 게 오늘이 만우절이라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전까지 공황상태에 빠졌던 게 허무하고 어이가 없는 데다, 안심이 됐다. 그 바람에 그만, 눈가에 눈물이 어렸다.
"저, 저기. 벨져?"
"그런 일이 있으면 말을 하고 다니던가!"
벨져는 안도감에 빽 소리를 질렀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걱정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다가오다니. 괘씸하고 짜증이 나 그를 노려보자 루이스는 큰소리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때만 약한 척, 피해자인 척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매혹의 주술 같은 거나 걸고 다니고! 그러고도 네가 남자냐?!"
"...뭐?!"
"뭐야? 뭐야, 뭐야? 작은형 루이스랑 싸워?"
루이스가 표정을 일그러트리는가 싶더니 문쪽에서 이글의 목소리가 들렸다. 빼곡하게 서있는 학생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기어온 이글이 한 상급생의 다리 아래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오오, 아니면 고백하는 거야? 벨져랑 루이스랑 사귄다고?"
"야!!!"
"이글. 그런 게 아니다."
눈가에 눈물 방울을 단 벨져는 동생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다이무스는 두 동생때문에 골치가 아파와 이마를 짚었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웬만한 건 다 장난이고 거짓말이라는 말로 넘길 수 있다. 침착해야 한다, 다이무스 홀든. 다이무스는 저도 모르게 루이스의 말버릇을 속으로 외쳤다. 부모님이 안 계신 이상 두 동생을 돌보는 것은 오롯이 제 책임이다. 다이무스는 벨져를 약올리다 달아나는 이글과 그를 쫓아가는 벨져의 뒷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루이스는 그의 옆에서 어깨를 두드리며 난처하게 웃었다.
"잡아...올까요?"
"...부탁하지. 기왕이면 슬리데린 기숙사로."
"넵."
루이스는 다이무스를 뒤로 하고 강의실을 나갔다. 얼음 레일을 깔고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에 이어 복도에서 이글 녀석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래야 만우절이지. 다이무스는 마음을 다잡고 루이스가 두고 간 책과 가방을 대신 챙겼다. 잠시 이글이 사고를 안 치고, 평화가 이어진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자신이 바보였다. 다이무스는 문 앞에 서있던 그리핀도르 반장에게 다가갔다.
"이글 녀석이랑 전쟁을 하고 있다고."
"아, 뭐, 뭐...."
"협력하지."
당황해 눈을 피하는 그의 어깨를 탁 잡은 다이무스는 더없이 진지하게, 순도 100%의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리핀도르의 반장은 처음에 무슨 소리를 들었나 하는 벙찐 얼굴로 다이무스를 보다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치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다이무스는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았다. 그 경이로운 광경에 구경을 하러 왔던 학생들이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해 곧 박수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 앙숙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손을 맞잡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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