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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ts루이] 一期一會 01.
2015/02/28
第 二 章. 高山流水
티엔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쫓아 말을 달렸다. 점점 더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땅이 단단해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말을 채찍질했다. 길이 있다면 찾으면 그만. 하나라도 생포해 신출귀몰하는 경로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곳곳에 숨은 안격을 소탕할 수 있을 터였다. 따라오던 병사와 장수는 티엔의 말을 쫓지 못해 뒤쳐졌지만 티엔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추격을 포기하지 않자 앞서가던 다섯 중 둘이 고삐를 돌려 방향을 틀었다. 티엔은 그들을 쫓는 대신 세 사람을 쫓았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협곡으로 들어갈 테고, 그럼 피차 길을 모르니 승산이 있었다. 달리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끝. 티엔은 거의 잡았단 생각에 입꼬리를 올리며 그들을 쫓았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말을 멈춰 세운 이들은 물러날 곳이 없는 절벽에 다다라 티엔을 마주했다.
“순순히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죽겠다.”
눈치를 보기 바쁜 셋은 그래도 쪽수로 어찌 해보려는 듯 했지만 티엔의 당당한 태도에 섣불리 나서질 못했다. 척 봐도 귀공자스러운 데다, 여유롭기까지 하니 셋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는 실력자인지 아니면 그저 허세를 부릴 뿐인 애송이 도련님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눈치를 보는 사이, 셋을 두고 다른 길로 빠졌던 두 사람이 티엔의 뒤에서 동료들에게 눈짓했다. 부싯돌과 폭약을 본 그들은 여유롭게 비죽이며 티엔에게 말을 걸었다.
“하, 귀한 도련님께선 검을 께나 배우신 모양인데. 그래도 우리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까?”
“여긴 말이오, 굶주린 용이 아가리를 벌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곳이거든.”
“네놈들의 묘자리를 쓰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무기를 버리고 따라와라.”
폭약에 불이 붙은 걸 본 셋은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폭탄을 던지면, 바로 말을 달려 도망간다.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고, 물이 있다 해도 그 전에 어디라도 부딪혔다간 꼼짝없이 저승길이었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신호를 기다렸다.
수상쩍은 행동을 눈치 챈 티엔이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불이 붙은 폭약이 날아들고, 벼랑 끝에서 눈치를 보던 안격들이 티엔을 지나쳐갔다. 그들이 갑자기 달려들자 놀란 말이 앞발을 치켜들며 울고, 티엔은 손 쓸 수도 없이 굉음을 내며 터지는 폭탄에게서 몸을 돌렸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터진 열기와 매캐한 연기에 콜록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는데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바뀌었다.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감각에 눈을 번쩍 뜨자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말과 무너져 내지는 바위, 그리고 푸른 하늘가 들어와 티엔은 고삐를 단단히 쥐고 안장에서 발을 뺐다. 점점 추락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티엔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계곡물의 겉이 얼어있지 않기만을 빌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정신을 잃지 말자고 속으로 빠르게 되뇌었으나 몸을 덮치는 강한 충격에 티엔의 정신은 아득한 어둠 저 편으로 멀어졌다.
멀어져가는 빛무리. 아무리 발버둥 쳐도 짙은 어둠 속에선 무겁게 가라앉기만 했다. 숨이 막히고, 이내 발버둥조차 칠 수 없을 정도로 몸에 힘이 빠지자 할 수 있는 거라곤 저 멀리 아득하게 빛나는 빛무리에 손을 뻗는 것 뿐이었다. 손에 잡힐 것처럼 보이는 빛은 얼핏 푸른 용의 형상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일순 눈이 마주친 것도 같았지만 빛무리가 사라지자 남은 건 칠흑같은 어둠 뿐이었다.
그 어둠 속에 홀로, 얼마인지 모를 시간동안 티엔은 모든 것을 잊은 채 평안한 고요에 잠겨 있었다. 차갑지만 부드럽게 저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무겁게 가라앉아있던 의식을 깨우고 티엔은 그제야 제 의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온몸이 물 먹은 솜마냥 무거웠지만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낯설고 투박한 흙벽이 보였다.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에 티엔은 숨을 죽였다. 제게 손이 뻗어오는 게 느껴지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손목을 잡아챈 티엔은 그를 끌어당기는 반동을 이용해 일어났다. 순식간에 역전된 위치. 양손목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올라탄 후에야 티엔은 제가 제압한 사람을 바로 봤다.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을 깜박깜박. 그 모습이 어릴 때 후원에서 잡은 토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찰나, 허리를 때리는 둔탁한 통증에 티엔은 눈살을 찌푸리며 움켜쥔 손목을 더 세게 잡았다.
“악! 이거 놔요!”
발버둥 치며 몸을 비틀더니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티엔은 한 덩어리가 되어 침상에서 떨어졌다. 떨어지며 부딪힌 충격에 손을 놓친 사이 다시 위치가 역전되고, 티엔은 목덜미를 콱 잡아오는 손에 쿨럭였다. 토끼같다고 생각했던 붉은 눈은 당장이라도 먹잇감을 물어뜯을 것 같은 맹수의 눈이 되어 티엔을 내려다봤다. 그 눈빛에 움찔한 티엔은 반격하려 손을 뻗었지만 어깨에서 찌르르 퍼지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티엔은 뭐가 잡히는 게 없을까 하고 바닥을 더듬거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저항을 멈췄다. 안격에게 잡혀 포로가 된 것이라면 이렇게 저를 지키는 감시인 따위와 몸싸움을 하며 힘을 뺄 필요가 없다. 티엔이 저항하지 않자 제 위에 올라탄 이 역시 손을 거뒀다.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단단히 목을 틀어쥐던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기더니 한숨을 쉬며 일어나 손을 뻗는데, 티엔은 그 의미를 몰라 멀뚱거리다 침상을 짚고 일어났다.
“하아…. 정말이지…….”
“여긴 어디지?”
“다짜고짜 사람을 공격해놓고 하는 말이 겨우 그겁니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티엔은 제 질문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는 낯선 이를 향해 물었다. 뚱한 얼굴에 팔짱을 끼고 티엔의 무표정을 마주한 붉은 눈동자는 속내를 내비치지 않고 차분히 티엔을 훑었다. 속내를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에 티엔은 눈살을 찌푸렸다. 침이 넘어가는 소리에 작은 한숨소리가 더하고, 무언가를 생각하듯 눈을 감았다 뜬 낯선 이는 다시 티엔을 바라봤다.
“당신, 계곡에 쓰러져있었어요. 여긴 내 집이고, 청의 주둔지까진 한참이죠. 이 정도면 대답이 됐습니까?”
티엔은 그 소리를 듣고 표정을 굳혔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이 떠오른 건 둘째치고,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애꿎은 사람이 다칠 수도 있거니와 음흉한 숙부들이 무슨 짓을 꾸밀지 모르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우위를 점령했단 생각에 방심하고 만 제 안일함과 경솔함이었다. 장차 한 나라를 짊어질 사람이란 자가 이리 쉽게 함정에 휘말려서야 황제 폐하는 물론 백성들을 볼 낯이 없다.
티엔은 인상을 쓰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후회와 반성은 모든 일이 해결 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당장은 다소의 굴욕을 당하더라도 돌아가는 게 우선이었다. 어떻게든 만회해야 한다. 티엔은 조금 전에 들은 말을 곱씹었다. 계곡에서 발견됐고 주둔지로부터 멀리 떨어졌다면 계곡물을 타고 흘러온 것일 텐데, 그렇다면 이곳은 협곡의 안이라는 소리였다.
전부터 협곡을 타고 내려가 급습하려던 계획을 가지고 있던 티엔은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잘 빠져나가면 협곡의 길을 아는 게 전화위복이 될 지도 모른다. 티엔은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하다 퍼뜩 머릿속을 스친 위화감에 눈을 떠 낯선 이를 쏘아봤다.
“넌 협곡 안에 혼자서 뭘 하는 거지? 분명 마을은 안격에 의해 몰살당했을 텐데.”
티엔의 싸늘한 말에 화롯가에 쭈그려 앉아 불을 지피던 이가 고개를 들었다. 계곡에서 사람을 건져 데려왔다고 무조건 은인이라 할 수는 없다. 애초에 이런 험한 곳에 혼자 사는 것부터가 의심스러웠다. 티엔은 정보를 곱씹는 것보다 눈앞의 사람이 적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게 우선이었음을 되새기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집주인은 무기로 쓸 만한 게 뭐가 있을지 훑으며 퇴로를 살피는 티엔이 무색할 정도로 무심했다.
우드득 소리가 나도록 마른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화로를 뒤적이다, 아예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양손을 들어 보이는 것은 해칠 의사가 없다는 뜻이지만 티엔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 빼지 않아도 돼요. 마을이 그렇게 되기 전부터 나는 고아였고, 죽 여기에 살았으니까. 청의 귀족이시니 각 변경에 왕실의 기록보관소가 있다는 건 아시겠죠. 여긴 그 관리인 처솝니다. 전 관리인이었던 윌리암 헌트 대인이 세상을 뜬 뒤론 아무도 찾지 않지만.”
담담하지만 회한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티엔은 이게 거짓이 아닌 진실임을 눈치 챘다. 권모술수와 암투가 판을 치는 황도에선 이렇게 진심을 숨기지도 않고 곧이곧대로 말하는 게 드물거니와, 제게는 차갑기만 하던 눈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은 부드럽게 휘며 이곳에 없는 누군가의 모습을 그렸다. 티엔은 그제야 조금 경계를 풀고 아직 은인과 통성명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름은?”
“빨리도 묻는군요.”
대답 대신 미소를 띠운 그는 여자라 해도 믿을 정도로 선이 고운데다, 젖살이 빠지지도 않은 앳된 얼굴이라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저 머리를 자르거나 틀어 올려 상투를 틀지 않았으니 열일곱은 안 됐겠거니 지레짐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티엔은 그런 생각을 하며 대답을 기다렸지만 은인은 티엔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불이 피어오르는 걸 가만 지켜보기만 했다. 순하게 생겨선, 아무래도 처음 공격한 일을 마음에 담아뒀거나 고집이 센 성격인 모양이라 티엔은 한 수 접기로 했다.
“내 기억해두겠다. 돌아가면 확실히 보은하지. 하지만 그러려면 이름이라도 알아야 할 거 아닌가.”
“뭐, 그도 그렇네요.”
티엔은 고귀한 황손이었고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을 부리면 부렸지 남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그것도 고아에 불과한 평민의 비위를 맞추려니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존심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나온 말은 티엔이 생각한 것보다 무뚝뚝하고 시큰둥했다. 티엔으로선 어렵게 한 말이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더 시큰둥하고 쌀쌀맞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티엔이 눈치를 살피자 은인은 고개를 숙이고 낮게 웃었다. 고개를 들어 티엔을 올려다보는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토끼의 것이 아니라 맹수의 것에 가까웠지만 티엔은 피하지 않았다.
“루이스. 성은 없습니다.”
“……티엔. 티엔 정이다.”
루이스라는 이름은 그에게 퍽 잘 어울렸다. 한겨울의 눈처럼 시원하고 청량한 어감이 혀끝에 맴도는 게, 박하사탕을 머금은 것 같기도 했다. 이름을 말하곤 제 내면을 꿰뚫어보듯 바라보는 눈빛에 티엔은 그만 신분을 숨겨야한다는 것도 잊고 본명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열다섯에 패륵의 지위를 하사받은 뒤로는 친어머니조차 불러주지 않게 된 이름이었다. 어째 자꾸 실수만 연발하는 것 같아 목이 탔다. 어차피 정씨가 하나인 것도 아니고 이런 변경의 사람이 황족에 대해 뭘 알겠냐마는, 티엔은 말해놓고 혹시라도 루이스가 제 정체를 알아챌까 긴장하며 입을 다물었다.
“자, 당신의 갑옷과 검은 저기 걸어뒀으니 몸이 낫거든 가세요. 청의 주둔지까진 걸어서 엿새면 될 겁니다.”
“잠깐.”
방을 나서려던 루이스가 티엔의 말에 돌아봤다. 엿새라니, 티엔은 제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협곡이 험난하다고 길다 해도 육일씩이나 걸릴 거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나흘씩이나 걸린다니, 대체 얼마나 떠내려 왔단 말인가. 티엔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루이스는 작게 숨을 내쉬곤 말했다.
“물론 협곡을 따라 밤낮을 쉼 없이 걸으면 하루하고 한나절이면 갈 수 있죠. 하지만 그건 여기가 안전할 때의 얘기고, 지금 이곳은 안격이 둥지를 튼 후예요. 당신과 그들, 누가 더 유리할지는 손바닥을 뒤집듯 뻔하죠. 안전한 길을 일러줄 테니 동이 트거든 걷기 시작해서 해가 지면 숨어요.”
티엔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 루이스의 손목을 잡아 세웠다. 하나로 올려 묶은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루이스는 대번에 손을 뿌리치려했지만 티엔은 그럴수록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결국 인상을 쓰며 루이스가 티엔을 바라보자 티엔은 용건을 말했다.
“네가 필요하다.”
갑작스런 말에 놀란 루이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티엔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절실하다 못해 결연하기까지 한 그 눈빛에 루이스의 눈이 잠시 흔들렸지만 미간을 찌푸리며 티엔을 노려봤다.
“난 당신이 필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줄 수 있는 돈도 명예도 다 내겐 부질없으니 길잡이로 고용하려는 생각일랑 접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너 역시 청의 백성이 아닌가?”
“나라는 내게 베푼 게 없는데, 내가 져야 할 의무가 있나요? 만약 있다 해도 당신은 내게 명령할 수 없어요.”
냉소적인 말에 티엔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데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할 수 없거니와 루이스의 말엔 감정이 묻어났기 때문이었다. 티엔은 일순 드러낸 감정을 언제 그랬냐는 듯 감추고 태연을 가장하는 루이스를 보곤 손목을 놓았다. 루이스는 차갑게 식은 무표정으로 손목을 매만졌고, 티엔은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패륵께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책임은 전부 저희가 지게 됩니다. 그것만 기억해주세요.’ 떠나기 전, 브루스의 심복인 마틴 챌피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저 하나를 찾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책임을 덮어쓸 걸 생각하면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 한다. 티엔에겐 회복을 기다릴 시간도 숲을 헤맬 시간도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정패륵을 찾기 위해 협곡을 헤매고, 또 누군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말싸움을 하고 골머리를 썩고 있을 게 분명했다. 티엔은 자신의 실책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하루라도, 한 시라도 더 빨리 돌아가 그들의 근심을 더는 것. 그것이 가장 급했다.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그 책임은 전부 애꿎은 사람이 지게 돼. 무고한 사람들이 나 때문에 죽을 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피해야해. 그러니…, 부탁한다.”
티엔은 손마디가 도드라지도록 주먹을 움켜쥐며 루이스의 등에 대고 말했다. 더 상대하지 않으려는 듯 방을 나서던 루이스는 티엔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섰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그러고 있기를 얼마. 루이스가 먼저 눈을 내리깔았다. 손목을 매만지던 루이스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방 안을 느릿하게 걸어 다니다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마주한 붉은 눈동자는 일말의 망설임을 품고 티엔의 의중을 읽으려는 듯 했다. 티엔은 제가 한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속임수도 없었기에 떳떳하게 루이스를 마주했다. 침묵이 이어지고 루이스의 공허한 걸음이 늘었지만 티엔은 인내심을 갖고 대답을 기다렸다.
“좋아요. 완전히 계곡을 따라 최단경로로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걸으면 사나흘 정도 걸릴 거예요.”
티엔은 루이스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스는 하루를 꼬박 잤으니 배가 고플 거라며 죽을 가져오겠다고 방을 나갔다. 과연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티엔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저, 하늘이 돕기를 바라며 하루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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