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티엔ts루이] 一期一會 00.
2015/02/25
* 청조를 기반으로 한 동양 판타지 주의.
맑게 갠 하늘 아래, 훤칠한 금발에 주근깨가 인상적인 미남 하나가 하늘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관도 아닌 그가 용이 잠들어있다는 협곡, 서북의 변경에 장군 하나만 믿고 따라온 지도 어언 일 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아….”
“마틴, 무슨 문제라도 있나?”
맑게 갠 하늘 아래, 우중충한 먹구름이 낀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던 금발의 미남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에게 다가와 축 쳐진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은 14주둔지의 장군 브루스 보이틀러는 일어나려는 그를 앉히고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겨우내 부쩍 자란 청년은 이제 한 달 후면 열일곱이 되지만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진 못했고, 감정을 숨기거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몰랐다. 워낙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브루스는 다른 수행원들이나 부하들보다 마틴을 아꼈다. 한미한 집안 출신에, 믿을 구석이라곤 제 능력과 브루스밖에 없는 마틴은 이내 다른 장수들에게 괴롭힘을 받거나 놀림 받기 일쑤였기에 브루스는 또 그런 일을 당했겠거니 했다.
아무 말 없이 마틴을 바라보고 있으니 눈을 못 맞추고 땅만 보던 마틴은 잔뜩 풀이 죽어 투덜거렸다.
“이번엔 황손 마마님이 오신다면서요. 능력도 인품도 뭣도 없는 2황자도 저렇게 뻐기는데 거기에 하나 더라니, 이번엔….”
“마틴!”
브루스는 당장이라도 황족모욕죄로 사형당해도 할 말이 없는 마틴의 말을 멈췄다. 그제야 마틴은 아차 싶었던지 브루스의 눈치를 보며 주위를 살폈다. 누가 듣기라도 했으면 마틴 혼자의 책임이 아니라, 브루스까지도 사단이 날 터였다. 브루스도 주위를 잠시 살피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마틴의 양 어깨를 잡고 눈을 맞췄다.
“마틴. 그분들을 모시는 것은 우리의 영광이다. 내 앞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도 절대 그런 불경한 말을 해선 안 돼. 알겠느냐?”
마틴은 대답 대신 입을 비죽였다. 하지만 브루스가 물러서지 않고 마틴을 바라보자,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곤 다신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장 어제만 해도 엘리어트가 대낮부터 술에 취한 2황자의 말도 안 되는 시비에 꼬박 반나절을 추운 날씨에 무릎 꿇고 있던 걸 생각하면 울분이 치솟는 데다, 브루스의 공을 가로채는 건 물론 다른 장군들과의 회의에 자꾸만 신분을 들먹이며 어깃장을 놓는 것까지 생각하면 또 다른 황족이 오는 게 반갑지가 않았다.
서북의 변경, 청의 14 주둔지. 숭고한 그랑플람의 의지를 받드는 브루스 보이틀러의 주둔지를 사람들은 곰의 아성이라고 불렀다. 살갗이 살짝 긁히기만 해도 호들갑을 떠는 귀하디귀한 황족님네들이 다른 곳도 아닌 이곳으로 온다는 것은 곧 죽기는 싫지만 공은 세우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순 가로채기로. 마틴은 그럴 때마다 아무 말도 않고 허허 웃고 마는 브루스가 답답했지만 마틴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무력하고 한심해 어깨를 늘어뜨리자 브루스는 아들을 달래는 아버지처럼 마틴의 등을 두드렸다.
“마틴. 정패륵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2황자님과는 분명 같은 황족이시지만, 너도 그분께 배울 게 많을 게다.”
자상한 브루스의 말에 마틴은 겨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브루스는 황제를 오랜 시간 가까이서 모신 신하 중 하나였고, 마틴이 태어나기 전부터 나라를 위해 일한 노장이자 존경받는 장군이었다. 그런 사람이니 황제도 선뜻 변방의 중심을 맡기고 아들과 손자를 보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마틴은 납득할 수 없었다.
브루스는 황실의 일은 복잡하기가 이를 데 없으며, 황제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니 맡은 바 임무를 다하라고만 했지만 마틴은 이제 더이상 브루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소년이 아니었다.
1황자는 황후 소생이지만 서북을 돌아본다는 말과 함께 방랑을 떠나 황도로 돌아오지 않은지 벌써 십년이 넘었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2황자가 태자가 될 법 하건만 황제는 아직까지 태자를 세우지 않고 있었다. 일찌감치 친왕으로 봉해 다른 지역을 통치하게 한 다른 황자들이나 너무 어려 유모 치마폭에 싸여 있는 황자들과 달리 곁에 두고 있는 황자들은 황제의 의중을 살피며 어떻게 하나라도 공을 세워볼까 혈안이 되어있는 자들이었다. 서북 땅에 안격이라는 무리가 국경을 넘보며 대치하기를 수십 년, 그들이 빼앗아간 땅을 되찾으면 그것이 곧 황위를 넘볼 기회가 되니 너나할 거 없이 오고 싶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용맹하게 전방에 서기라도 하면 모를까, 고작 곰의 등 뒤에 숨어 뭐라도 떨어지는 게 없을까 전전긍긍하는 용의 후손들이라니. 마틴은 대놓고 브루스에게 공을 세워야 하니 어서 출전 준비를 하라 다그치던 2황자와 그의 동생인 6황자를 떠올리고는 인상을 썼다. 이래서야 황족에게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타고난 것이라곤 혈통밖에 없는 2황자나 간신배의 전형인 6황자도 황실의 자손이라는 것 하나로 얼마나 뻐기는데, 이제 올 정패륵은 또 어떨 런지. 정패륵은 아직 열아홉밖에 안 됐지만 1황자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모자라 태어나기 전부터 용의 기상을 타고나 성군이 되리라는 예언까지 받아 문무를 겸비한 자라던데, 과연 소문과 다를 런지 어떨 런지.
마틴은 브루스를 찾아온 병사가 패륵께서 오고 계시다는 말을 전하자 브루스의 뒤를 따랐다. 저 멀리 보이는 행렬과 함께 푸른 용이 그려진 깃발이 제일 먼저 눈에 띠었고, 마틴은 브루스를 따라 걸음을 빨리했다
마틴은 깊이 숨을 들이 마시곤 브루스의 뒤에 섰다. 말이 달리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그 다음은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의 청년이 눈에 띠었다. 그를 본 브루스가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자 대열을 갖추고 대기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찬바람에 깃발이 나부끼는 소리와 말발굽소리가 병영을 감돌고, 이내 말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온 청년이 주위를 둘러보곤 입을 열었다.
“모두 일어나라.”
“신, 브루스 보이틀러. 정패륵을 뵈옵니다.”
“그대의 명성은 익히 들었소. 일단 내 병사들에게 막사를 칠 곳부터 일러줬으면 좋겠군. 꼬박 열흘을 달려왔으니 피곤할 게요.”
간단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낮은 목소리. 정패륵은 마틴이 생각한 것과는 매우 달랐다. 이게 진짜 황족이구나 싶을 정도로, 황족 특유의 검은 머리칼을 빼면 특별한 것도 없는 2황자와 달리 걸음걸이나 말투, 태도에서 정갈한 위엄과 기품이 느껴지는 것도 모자라 도착하자마자 아랫사람을 챙기는 모습에 마틴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마틴은 미리 브루스가 비워둔 자리를 일러주곤 냉큼 브루스의 막사로 따라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옷도 갈아입지 않고 상황과 세력분포를 묻고는 브루스의 말을 경청하는 정패륵의 모습에 마틴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과연 성군이 될 자질을 타고났다더니, 소문은 틀린 게 없었다. 오히려 소문보다 믿음직한 실물이 앞에 있으니 못난 황자들에게 시달리던 마틴은 감회가 남달라 조용히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패륵은 한 손을 턱에 대고 브루스의 말을 듣느라 마틴이 온 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했지만 브루스의 얘기를 무시하는 것보단 나았다.
“큼, 큼.”
“아, 일어나라. 지도를 볼 수 있겠소, 장군?”
“물론입니다. 마틴.”
브루스가 적당히 말을 끊어준 덕에 마틴은 겨우 일어나 인사말을 덧붙이고 말아두었던 지도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책상을 가득 메운 지도는 청의 영토는 물론이고 끊임없는 접전지역과 안격의 땅, 그리고 남북으로 곧게 뻗은 협곡까지 자세히 그린 마틴의 역작이었다. 수십개의 지도를 참고해 오차를 줄인 것 뿐이지만 브루스는 가장 정확하진 않아도 가장 적합한 지도라며 마틴의 지도를 썼다. 마틴은 내심 기대하며 지도의 요지를 짚어가며 지형과 상황을 설명했다.
“이 협곡은?”
“협곡은 저희도 안격도 들어가지 않는 영역입니다. 이곳에 오래 살던 주민이 말하길, 용의 협곡은 너무 험하고 절벽이 많은데다 땅이 척박해서 도적도 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희도 정찰병을 몇 보냈었는데 협곡을 거슬러 오른 용의 새끼만이 용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대로였습니다.”
“최정예의 병사를 이동시킬 수 있다면, 적의 중심부까지 잠입할 수 있겠군.”
정패륵은 길게 뻗은 숲과 절벽 그림을 긴 손가락으로 짚고 죽 올렸다. 잘생긴 그의 무표정 속에서 마틴은 용의 협곡을 통과하려는 생각을 읽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큽니다. 협곡을 타고 올라올 것을 염려한 안격놈들이 일대의 백성들을 몰살시켜서 길잡이조차 없습니다. 그곳에 들어갔다가 다신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패륵께서 다시 생각하셔야.”
“그렇습니다. 아무리 빠르다할 지라도 너무 위험합니다. 패륵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저는 물론이요, 14군 전체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브루스의 만류에 패륵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다시 한 손으로 팔꿈치를 받치고 턱을 매만지며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마틴은 고개를 숙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황자나 6황자였다면 명령에 불복종한다며 노발대발하고 억지를 부렸을 텐데. 아니, 그들은 위험을 직접 무릅쓰려하지도 않는다. 여러모로 보나 정패륵은 그 이름에 어울리는 사내였고, 패륵이라는 지위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흐음….”
“이제 막 오셨을 뿐이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신을 비롯한 모두가 도울 것이옵니다. 그러니 우선은 피로를 푸시지요. 평소 드시던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겠지만 식사를 준비해놓았습니다.”
정패륵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브루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브루스가 막사를 안내해드리겠다며 함께 나가고, 마틴은 펼쳐둔 지도를 다시 말았다. 마지막까지 그의 시선이 머문 용의 협곡. 마틴도 조금 전 정패륵이 그랬던 것처럼 협곡이란 글자를 보며 그 가파른 절벽과 바위 틈을 오르는 상상을 하다가 지도를 말아버렸다. 어차피 부질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하아….”
마틴은 한숨을 내쉬며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패륵이 와서 조금이나마 나아질 거라 생각했건만, 누가 잘나신 황족님 아니랄까봐 브루스의 만류에도 협곡을 가야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마틴과 브루스만 매번 같은 얘기를 하느라 혀에 가시가 돋을 지경이었다. 물론 그것보다 더 싫은 건 정패륵 앞에서만 그래도 황숙이라고 갖은 위엄과 잘난 척을 일삼는 2황자와 6황자였다. 브루스가 그토록 2황자와 6황자의 귀에 정패륵이 협곡으로 출병하고 싶어 한다는 소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애썼지만 어찌 알았는지 그들은 웃는 얼굴로 친조카를 사지로 밀어 넣으려 했다.
협곡 근처를 돌아다니던 정찰병이 폐허가 된 마을에 안격의 무리가 돌아다닌다는 정보를 가져오자 2황자는 냉큼 정패륵에게 선봉에 설 것을 권했다. 마틴은 무릎까지 꿇고 만류했지만 6황자에게 어딜 감히 끼어드냐며 쫓겨나고, 브루스의 막사 앞을 서성였다. 정패륵은 학식도 높고 무예도 뛰어나서 어디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게 재수없는 데다 사람을 내려다보는 그 눈빛이 짜증나 죽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사람이 헛되이 개죽음당하는 건 마틴으로서도 보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가 말하는 대로 성공하면야 좋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 아니면 도였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 하는 도박.
더구나 그는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어도 살 수 있는 게 귀하디귀한 황족님네가 아닌가.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위협이 되고 한량에 양아치일수록 안전한 황족. 황도에서 문무를 갈고 닦기만 해도 황제는 이미 그를 어여뻐할 텐데, 잃을 거 하나 없는 정패륵이 왜 이런 곳까지 와서 목숨을 거는 지 마틴은 이해할 수 없었다. 황량한 벌판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매서워 양팔로 몸을 감싸고 목을 움츠리니 말을 끌고 오던 엘리어트가 달려와 마틴에게 외투를 둘러주었다.
“어떻게 됐어?”
“나도 몰라. 쫓겨났어.”
“나, 참……. 이거 어떻게 될는지, 원….”
마틴은 앨리어트와 함께 한숨을 쉬었다. 때마침 나오는 2황자와 6황자의 얼굴이 밝았다. 저들끼리 웃으며 돌아가는 걸 본 마틴은 불길한 예감에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 기도하듯 양손을 모으고 이마에 댄 브루스의 수심이 어린 얼굴과 지도를 보다 돌아가겠다며 걸음을 옮겨 저를 지나치는 정패륵. 마틴은 정패륵이 막사를 나가는 걸 보고 나서야 브루스를 바라봤다.
“장군…!”
“늦었다. 마틴. 패륵께서 선봉에 서기로 했다. 우린 더 나설 수 없을 것 같구나….”
마틴은 브루스의 낮은 목소리에 아연실색했다. 정패륵이 성공하면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2황자의 공이요, 정패륵이 죽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책임은 전부 그를 말리지 못한 브루스가 짊어져야한다는 소리였다. 마틴은 주먹을 움켜쥐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정패륵을 말릴 수도, 그렇다고 출병을 막을 힘도 없었다. 결국 마틴은 브루스와 함께 그를 보내야 했다.
정패륵 근처에 정예병 중에서도 무예가 뛰어난 자를 배치하고, 챙길 수 있는 건 전부 챙겼음에도 불안해 몇 번이나 확인하고 그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전장에 직접 나가지 않기에 더 걱정이 되는 건 물론이요, 더구나 정패륵은 이번이 첫 실전이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라고 곧게 편 등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간 제 목이 먼저 달아날 판이라 마틴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말에 오르면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
“패륵. 부디 무리하지 마시고, 몸 건강히 돌아오십시오. 패륵께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책임은 전부 저희가 지게 됩니다. 그것만 기억해주세요.”
조심하라는 말은 몇 번이나 했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은 감히 하지 못한 말이었다. 황족에게 협박에 가까운 말투는 불손하다 못해 경을 칠 만한 것이었지만 티엔은 눈썹을 꿈틀하며 마틴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마틴은 제 역할을 다 한 셈이었기에 목례를 하고 물러났다. 이내 병사들이 말에 오르고, 그들의 떠나며 흙먼지가 뿌옇게 흐려졌다.
마틴은 그저 정패륵이 부디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었지만, 그 바람은 해가 진 뒤 돌아온 병사가 전한 소식에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정패륵이 안격의 잔당을 쫓다가, 협곡에 들어갔는데 그만 절벽이 갈라지며 다른 병사들과 함께 떨어져버렸다는 말은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사이퍼즈 > 사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엔ts루이] 봄, 만남, 도서관 (0) | 2015.04.11 |
---|---|
[티엔ts루이] White Day (0) | 2015.04.11 |
[티엔ts루이] 一期一會 03. (0) | 2015.04.11 |
[티엔ts루이] 一期一會 02. (0) | 2015.04.11 |
[티엔ts루이] 一期一會 01. (0) | 2015.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