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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벨져루이] 여름, 소녀들.
* 둘 다 ts, 경성학교 아닌 듯 경성학교 가튼 무언가의 학원 백합
** 소찌님 ts벨루 경성학교 연성 넘나 좋았던 것ㅠㅠ벨져도 루이스도 존예보스인것ㅠㅠㅠㅠS2S2S2
이제 막 여름이 오기 시작한 계절, 쨍한 아침 햇살에 소녀는 길고 우아한 속눈썹을 떨며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창문을 열어놓고 잤음에도 이불 속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체온에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소녀, 올해로 열다섯이 되는 홀든가의 둘째 아가씨는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론 헝클어진 머리를 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내려간 이불 속에서 다른 소녀가 흠칫 몸을 떨며 움츠러들었다.
소녀는 룸메이트를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도로 누웠다. 얇은 허리를 안고 등허리를 쓸어내리며 토닥이자 덩달아 움츠러들었던 미간에 스르르 힘이 풀렸다. 이렇게 덥고, 이불 속에 있는데도 잠든 소녀의 몸은 조금 찼고 쉽게 깨지는 도자기 인형처럼 하얬다. 이 사람은, 무엇이든 부족한 거 하나 없이 원하는 건 모두 손에 쥐었던 아가씨의 눈에도 흡족할 정도로 예뻤다. 제가 가진 것 중 이렇게 예쁜 게 있었던가.
다 해진 낡은 잠옷 대신 제가 준 흰 색 실크 잠옷을 입은 그녀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멍하니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커튼을 쳤다. 따사로운 햇살이 한 꺼풀 옅어졌지만 빛이 약해져도 충분히 밝고, 잠든 소녀는 그보다 더 예뻤다. 새초롬하니 얇고 붉은 입술이 말랑해보여, 조심스레 손가락을 그 위에 올리자 숨결이 와 닿았다.
간질간질한 그 떨림에 소녀, 벨져는 후다닥 손을 거둬 제 가슴 위에 올렸다. 뺨이 화끈거려 가슴에 올린 손으로 주먹을 쥐어도 잠든 소녀는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녀의 이 둔한 면에 짜증이 날 때가 더 많지만 지금만큼은 이 무딘 신경이 감사했다.
“우으응…….”
작게 웅얼거린 그녀가 손을 뻗어 벨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좁혀진 거리만큼,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가슴 앞섶, 짙은 푸른 색 리본이 아슬아슬하게 묶여있었다. 그 리본을 잡아 당겨 풀고 싶은 충동과, 얇은 천 사이로 보이는 살결에서 풍겨오는 따스한 냄새에 벨져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 출신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청순한 외모. 어쩌다 이 얼굴에 홀랑 넘어가버린 걸까. 작게 한숨을 내쉬자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당장이라도 그 눈을 떠 저를 바라볼 것만 같은 예감에 벨져는 숨을 집어 삼켰다. 과연, 벨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서서히 눈꺼풀이 올라가며 붉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 몇 시야?”
“몰라.”
“모르면 어떡해…….”
칭얼거리면서도 소녀는 벨져에게 더 가까이 달라붙어 푹 숨을 내쉬었다. 도로 눈을 감고 색색 숨을 쉬는데, 얽혀있는 맨다리의 감촉이 좋아 발가락 끝으로 얇고 매끈한 다리를 쓸어내리자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고 하지 말라고 말이 되지 못한 소리를 내며 새우처럼 몸을 웅크렸다.
“루이스.”
“더 잘래…….”
벨져는 꼭 한 살이 많은 소녀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제 설레는 마음은 아랑곳 않고 몇 분 더 자겠다고 하는 꼴에 짜증이 확 일어 벨져는 몸을 일으켰다.
“추워어.”
“흥.”
이불을 걷어버리는 바람에 양팔로 팔을 감싸는 루이스를 두고, 벨져는 아예 이불을 걷어버렸다. 벨져의 심술에 게으름을 피우던 루이스가 못내 눈을 떴다. 비록 찡그리며 뜨긴 했지만 어쨌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벨져는 이불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벗어둔 슬리퍼를 신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왜 또오…….”
루이스는 앓듯 신음하며 벨져를 올려봤다. 여전히 잠이 잔뜩 낀 눈이 얄미워 홱 등을 돌린 벨져는 세면대를 향해 걸어갔다. 예쁜 거울에, 도자기로 된 세면대는 벨져가 입학할 때 사들인 것이었다. 벨져는 찬 물을 얼굴에 끼얹고 화이트 피치와 프리지아 부케 향이 나는 비누로 거품을 내 꼼꼼히 얼굴을 씻었다. 물기를 머금은 피부가 환하게 빛나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거울로 뒤를 바라보니 루이스가 제게서 시선을 거두고 베개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게 더 얄미워, 벨져는 얼굴을 닦은 수건을 그녀에게 던졌다. 털썩. 수건이 완벽하게 루이스의 몸 위에 떨어졌지만 루이스는 미동조차 없었다. 못된 년 같으니. 벨져는 빗을 들고 침대로 다가갔다. 몸을 웅크리며 아슬아슬한 선까지 올라간 잠옷 치마 때문에 버드나무 가지처럼 곧고 낭창한 루이스의 다리가 훤히 보였다.
“야.”
그제야 실눈을 떠 바라보는 루이스에게 빗을 내밀자 루이스가 눈곱 낀 눈으로 눈을 깜빡이다 몸을 일으켰다. 부스스한 머리며 다 흐트러진 차림이 꼴불견이었지만 벨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대 가에 등을 곧게 펴고 앉아있으면 곧 약간 서늘한 체온의 손이 목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한 데 모았다. 그리 손 볼 곳도 없는 곧은 머리카락이지만 그래도 숙녀에게 빗질은 필수이니까.
벨져는 머리를 쓸어내리는 빗과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손길을 느끼며 목에 힘을 줬다. 그 어떤 하녀도 이렇게 조심스럽고, 이렇게 세심하지 않다. 내로라하는 사교계의 아가씨일 뿐더러 어릴 때부터 예민하기가 남달랐던 벨져기 때문에 단언할 수 있었다. 루이스는 그녀 자신의 머리야 하루아침에 싹둑 잘린대도 눈 하나 깜짝 않겠지만 벨져에겐 그러지 않았다.
미적 감각이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그녀는 꽃이며 호수를 봐도 미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법이 없었다. 루이스가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건 오로지 벨져를 바라볼 때뿐이었고, 벨져는 그걸 내심 뿌듯하게 여겼다. 누가 그걸 명예롭게 여기지 않을 수 있을까.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에게 미를 일깨운 것 하나만으로 제 외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뻐기고 싶었지만 벨져는 쉽게 제 속내를 입에 내지 않았다.
천성이 누구에게 지는 걸 싫어하는 벨져의 눈에도 다른 계집애들과 달리 루이스는 '예뻤다.' 벨져는 처음 학교에 오던 날을 떠올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교칙과, 그것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짙은 남색 교복을 입고 교실에 들어갔을 때, 제게 달라붙어 아양을 떨며 빌붙어보려는 아이들과 달리 루이스는 한 번도 제게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창밖을 내다보는 그 옆얼굴과 무표정이 어찌나 고왔던지. 처음 느낀 시기와 제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기행에 벨져는 그녀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과 먼저 말을 걸고 다가가는 것은 또 달라서, 제 쌀쌀맞은 태도에 격이 떨어지는 계집애들이 저를 괴롭히기 위해 일삼은 짓이 아니었다면 끝끝내 말 한 마디 안 섞어보고 졸업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처음은 죽은 새였던가.”
“응?”
“왜, 내가 처음 왔을 때.”
“아아.”
루이스는 낮은 목소리로 긍정하고는 늘어져라 하품을 했다. 그녀가 하품을 하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벨져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은 여전히 부지런했다.
“넌 너무……. 달랐으니까.”
“흥.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확실히 말해.”
말 사이에 늘어진 틈. 루이스는 분명 오만하다거나, 재수 없게 군다는 말을 하려다 말을 바꾼 게 뻔했다. 그런 얕은 수를 이 벨져 홀든님이 모를 줄 알고? 벨져는 턱을 들고 눈을 감은 채 팔짱을 꼈다. 제 기분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지만 루이스는 평소와 같이 눈 하나 까딱 않을 게 분명했다.
“흠. 글쎄. 말 안해도 알잖아?”
“……나쁜 것.”
노래하듯 느긋하게 굴러가는 목소리에 벨져는 고개를 돌려 루이스를 노려봤다. 여즉 눈을 다 못 뜨고 한 번 더 하품을 한 루이스는 벨져를 마주보며 베시시 웃었다.
“그래도 이제 뺨은 안 때리네.”
“흥. 누구 좋으라고.”
“그야 우리 아가씨 좋으라고 그러지.”
“마음에도 없는 소릴.”
벨져는 냉큼 일어나 루이스의 손에서 빗을 뺏어들었다. 루이스는 목을 긁고는 다시 한 번 경망스럽게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곤 도로 풀썩 누워버렸다.
“언제까지 침대에 늘어져있을 셈이야?”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루이스는 엷은 웃음소리를 낼 뿐 대답하지 않았다. 늘 화를 내는 건 자신이고, 루이스는 한 번을 넘어가주질 않는다. 싸움도, 승부도, 게임도.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벨져지만 이상하게 루이스에게만큼은 자꾸만 져버렸다. 루이스는 벨져의 징크스와도 같았다. 뗄래야 뗄 수없는, 지긋지긋한 존재.
“너 진짜 싫어.”
“그래? 나도 그런데.”
루이스는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고, 벨져는 더 이상 그녀에게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스러울 때라곤 잘 때, 혹은 입을 다물고 있을 때뿐이다. 저렇게 멍청하고 모자란 애를 '영웅'이랍시고 떠받들어주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말은 조금 더 멋있고, 빛나고, 강한 존재에게나 어울리는 법일진대. 그 호칭을 수여한 건 자신이다. 물론 방심한 것도 있지만 지난 일을 물고 늘어지는 건 추잡할 뿐이었다. 과거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니 더 신경 쓸 건 없지만 루이스는 자꾸만 제 신경을 거슬렀다. 하루도 편하게 보내게 해주질 않는다.
벨져는 잠옷의 리본을 풀고 소매에서 팔을 뺐다. 툭, 바닥으로 떨어진 잠옷과 나신이 된 자신. 루이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벨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 굴었다. 침대 발치에 놓인 트렁크에서 얼룩 하나 없이 하얀 실크에 레이스가 수놓인 속옷을 꺼내 입고 그 위에 빳빳하게 풀을 먹인 교복을 걸쳤다. 원래는 조금 더 화려한 게 제 얼굴에 어울리지만 꾸민들 보여줄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선 의미가 없었다.
깃을 바로 세운 벨져는 바로 옆, 원래 루이스의 침대에 걸터앉아 무릎을 당겨 발을 침대 위에 올리고 양말을 신었다. 루이스는 이제 그림 속에 그려지는 여자들처럼 모로 누워 팔로 머리를 지탱하고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벨져.”
“또 내 신경을 긁을 거라면 말하지 않는 편이 좋아.”
“전에 입었던 원피스는?”
벨져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루이스를 바라봤다. 늘 그렇지만, 정말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얼굴로.
루이스는 거리에서 자란 고아였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라곤 볼 수도 다가갈 수도 없는 그런 시궁창의 쥐같은 존재. 그런 루이스를 빼내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건, 인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행운이자 일종의 호의였다. 먹고, 자고, 입는 것이 해결되자 루이스는 이곳에서 제 쓸모가 어떤 용도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본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고생해서 얻지 않은 것은 결국 어딘가에서 더 큰 운이 샜다는 걸 뜻했다. 가령, 밤 사이 하나 둘 씩 사라지는 소녀들이라던가. 루이스는 꽤 영리했고, 눈치가 빨랐으며 감이 좋았다. 거리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살아남으려면 필수적으로 몸에 익혀야 하는 것들이었다.
고요하고, 예쁘장한 이 학교에는 어딘가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그걸 모르는 건 루이스를 제외한 학생들 뿐이었다. 말한들 듣지 않을 게 분명하다. 괜히 몰려 낙인 찍히느니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는 게 낫다. 다른 아이들처럼 달리 돌아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루이스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곳에서 벨져의 등장은 단연 이질적이었다.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있는 집안의 아가씨가 뭐가 모자라서 이런 외진 여학교에 들어온담. 루이스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평소처럼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딱히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밖은 전쟁중이었고, 딸을 숨긴다면 이보다 좋은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도 더러 있었고, 그녀들은 그들끼리 몰려다니며 단 한 명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았다.
루이스는 연필을 굴렸다. 괜한 소란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평온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 그만. 그럴 수 없어진 건, 소문의 아가씨가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예뻤으며, 그렇게 예쁜 얼굴로 재수없기 짝이 없는 말이며 행동거지를 하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로라하는 집안의 아가씨들이 그들마저 따돌리고 노골적으로 어울리기 싫다는 얼굴을 하며 무시하는 벨져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이런 곳에 오래 지내서일까. 폐쇄된 공간과 한정된 교우관계는 때로 아이들을 순진함을 넘어선 음습한 악랄함을 낳기 마련이었고, 벨져는 그들의 표적이 됐다. 슬쩍 발을 걸어 넘어뜨린다거나, 물건을 못 쓰게 만든다거나 하는 게 시작이었지만 벨져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처음을 죽은 새로 기억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벨져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만, 그 진흙탕 싸움에 발을 들이는 게 보고 싶지 않았다. 왜였을까, 단지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에. 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했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신, 루이스는 마침내 벨져의 인내심이 다한 날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아이의 따귀를 때리려는 걸 막아섰다. 결국 벨져의 매운 손은 그녀 대신 루이스의 뺨에 내리쳤다. 그 다음은 그녀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 뿐이었다.
평소의 냉정하고 여유로운 벨져라면 모를까, 그렇게 흥분해서야 고삐가 풀린 것처럼 구는 그녀를 이기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 후로 루이스는 그다지 원하지 않았던 별칭과 벨져를 얻었다. 왜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는 하나도 알 수가 없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았다.
“왜, 보고 싶어?”
벨져는 새초롬하게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푸른 눈은 어느 보석에도 비할 수 없을 것처럼 파랬고, 피부는 창백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정도로 희어서 핏줄이 비칠 것만 같았다. 루이스는 눈을 내리깔아 제 앞에서 아무렇게나 드러낸 치마 속을 훔쳐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귀한 아가씨 아니랄까봐, 벨져는 허벅지도, 무릎도, 매끈한 선을 그리는 종아리와 가는 발목조차 아름다웠다.
루이스는 제 뺨이 햇살에 붉어지는 걸 느꼈다. 벨져가 길게 콧소리를 내고, 고양이처럼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루이스에게 다가왔다. 삼일짜리 짧은 방학에 다른 아이들이 집에 돌아갔기에 기숙사에는 루이스와 벨져 단 둘 뿐이었다.
벨져는 본래 그녀의 것인 침대에 앉아 루이스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희고, 가는, 예쁜 손가락. 그 손가락에 정신이 팔려 벨져가 엄지로 열이 오른 뺨을 문지르고 다른 손가락으로 턱을 치켜들도록 루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몸을 숙여 다가온 벨져가 못된 짓을 꾸미는 아이처럼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보석보다 더 빛나는 눈동자에 총기가 돌았다.
“좋아. 대신 너도 벗어.”
“그건 좀…….”
시선을 피하며 몸을 뒤로 빼려는 찰나, 벨져의 얼굴이 다가왔다. 루이스는 숨을 집어 삼켰다. 부드럽고 말캉한 입술이 닿고, 속눈썹이 떨리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감긴 벨져의 눈과, 긴 속눈썹이 자아내는 그림자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루이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방안에 들어오는 햇살이, 델 듯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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