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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져루이] 당신이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B2
* 현대물, 암흑가에 다른 방식으로 깊이 자리잡은 두 사람
** [벨져루이] 위험한 관계 의 프리퀄
*** 조만간 책으로 나옵니다 웹 연재분은 언제나 그러듯이 검수 없는 쌩초고
추천 BGM은 신화의 열병
결국 벨져는 그동안 계속되던 일탈을 그만 뒀다. 땡땡이를 치고 겁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기어들어온 막내의 성화와 협박에 못이긴 결과였다. 사실 이기려면 못 이길 것도 없었으나 생전 그렇게 성을 내는 적이 없던 막내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심지어는 출근하는 걸 봐야 자기도 학교에 가겠다며 버티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이글이 등교거부를 하고 틀어박히면 당연히 어머니의 걱정과 큰형의 추궁이 있을 테고, 그런 식으로 그리고 제 얘기가 그런 식으로 다이무스의 귀에 들어가는 건 영 탐탁지 않았다. 분명 한숨을 내쉬며 저를 가르치려 들겠지만, 이제는 벨져 역시 성인이었다. 모든 일을 간섭받을 이유가 없다.
그걸 무엇보다 알려주는 게 이 부당한 자리가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제 동생이자 홀든의 삼형제 중 막내인 이글 홀든은 뱀처럼 교활하고 영악한 놈이라 언제 어떻게 엿을 먹이려들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말썽에 휩쓸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그 공간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그는 한결같은 태도로 벨져를 맞았다.
“오셨습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화려한 로비 앞에 차가 멈췄다. 저를 재촉하는 기사의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떠 쓰디 쓴 현실을 마주했다. 아무리 옷을 차려입고 향수를 뿌린들 공간이 가진 음습함 자체는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안으로 발을 들이는 것조차 고역인데, 그 안에는 그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게 항상 제 뒤를 맴돌았다.
감정이 없는 인형처럼 서있던 루이스가 오늘도 변함없이 정갈한 차림으로 벨져를 맞았다. 허리를 깊게 숙인 루이스의 동그란 머리에 시선을 준 벨져는 장갑을 벗으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성큼성큼 걸었다.
고급 대리석 바닥을 울리는 구두 소리 뒤로 따라붙는, 서늘하고 고요한 발소리. 그 발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눈이 내리는 소리처럼 작아 주의 깊게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 소리에 벨져는 일부러 발을 더 굴러 구두소리를 냈다.
“여전히 좋은 하인이군.”
벨져는 빈정거리며 넓은 사무실을 둘러봤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지독히도 풍류가 없는 방이다. 삭막하고 텅 빈, 그래 마치 눈앞에 선 도자기 인형 같은 남자처럼. 속은 다 비어있는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어차피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거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다이무스가 앉았을 의자에 늘어지게 앉아 등을 기대고 의자를 뱅그르 돌리며 빈정거리자 한 박자 늦게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내용이라는 게 몹시도 짜증나는 긍정이었기에 벨져는 눈살을 찌푸리며 곧은 자세로 서있는 루이스를 쏘아봤다. 그래도 눈 하나 깜빡 않고 저를 마주하는 게 더 짜증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편한 심기를 눈치 빠른 그가 모를 리 없을 텐데, 루이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태연했다. 한참 입을 열지 않던 루이스가 입을 열었다. 벌어진 틈으로 작은 한숨이 새고, 그와 함께 눈을 감는 루이스의 속눈썹이 떨렸다. 눈이 감기는 그 짧은 순간 왠지 모르게, 그의 눈이 잠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 벨져는 묻어놓았던 기억과 한동안 제 무의식이 투영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기억의 단편과, 한 순간이나마 푸르른 하늘 아래 맑은 호수와 같다고 여겼던 미소.
어쩌면, 상처를 줬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 것도 잠시, 그 작은 숨 뒤에 이어진 목소리가 차갑게 벨져의 날선 눈빛을 막아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적이죠. 주인이 없는 조직은 없습니다.”
“하, 웃기지도 않는군.”
“도련님. 이건 제 일입니다.”
“네가, 고작 이딴 일이나 하고 있다고? 아버님께 밉보이기라도 했나? 아니면 정말로 형의 개라도 된 건가?”
벨져는 제 오해를 조소로 바꿨다. 농락당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아무리 다이무스의 사람이라 한들 그래봤자 여기선 제 말을 들어야 하는 처지였다. 날카롭게 후벼 파는 말에 루이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무표정으로 돌아와 유리알 같은 눈동자를 깜빡였다. 이런 모욕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듣고 있는 모습이 꼭 저만 속 좁은 남자가 된 것 같아 짜증이 솟구쳤다.
“뭐, 그렇게라도 있을 자리를 찾았다니 축하해줘야겠지.”
“……. 결재 서류가 밀렸습니다.”
계속해서 화를 내봤자 저만 바보가 될 뿐이란 생각에 벨져는 의자를 돌리며 다리를 꼬고 빈정거렸다. 이어지는 담담한 목소리는 결국 그 자신이 아쉽단 소리다. 벨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루이스에겐 보이지 않는 각도였다.
“글쎄, 굳이 내가 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
벨져는 바로 돌아오지 않는 답에 코웃음 치며 턱을 들었다. 이정도면 아무리 그라도 눈살을 찌푸릴 터, 그걸 빌미로 총괄 매니저란 사람의 태도가 이래도 되는 것이냐며 기를 꺾으려 의자를 돌리자 변함없는 얼굴의 루이스가 벨져를 마주했다. 그 때와 닮은, 그 때와 다른 얼굴과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군.”
“무엇을 바라십니까.”
차분한, 고저가 없는 목소리에 벨져는 눈을 흘겼다. 그는 하인의 복장을 한 채 제게 무엇이든 줄 수 있다는 듯 굴었다. 분명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자신일 텐데, 그는 높다란 벽 위에 올라가 저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빨아. 그럼 그깟 서류쯤 해줄 지도 모르잖아?”
충동. 지극히 저열하고, 위아래를 가르치기 위한 행위를 주문하자 루이스가 눈을 깜박였다. 놀란 기색도 없었다. 그저, 조금 의외라는 듯 눈을 깜박이다가 벨져를 향해 걸어왔다. 정말로 할 생각인 걸까. 벨져는 꼰 다리를 풀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나 느려 목이 탔다.
목끝까지 채운 단추와 단정하게 맨 넥타이, 거기에 몸에 딱 붙는 베스트와 같은 옷감으로 만든 바지까지 그는 당장 홀든 가의 집사로 들어와도 손색이 없는 옷차림으로 벨져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은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목울대가 울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꽤나 자극적이라, 벨져는 제가 아는 그 사람을 돌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어졌다.
그 시절 그 소년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분명 자신이었는데, 5년이라고 하는 공백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어쩌면 그와의 관계에서 변했는지도 모르지. 벨져는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떠올리고 초조해졌다. 잊힐래야 잊힐 리 없는 기억 속 루이스는 지금보다도 더 낯설었다.
자신의 것이라고, 제 손에 쥐고 있다고 의심치 않았는데. 그렇게 벨져의 생각이 이어지는 동안 루이스의 흰 손이 벨져의 허리띠를 푸르고 지퍼를 내렸다. 지지직. 천천히 내려가는 그 소리가 어쩌면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소리와 닮았을지도 모른다.
루이스는 잠시 망설이다 브리프 안으로 손을 넣었다. 맨 살갗에 닿은 그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그 역시도 조금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벨져는 그만두지 않았다. 노라고 말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그런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
차가운 손이 벨져의 성기를 쥐고 가볍게 흔들다, 루이스가 무릎을 꿇은 채로 벨져의 다리 사이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차가운 손과, 약한 떨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지만 거부감은 결코 아니었다. 다이무스라는 연인을 두고 저와 오랄 섹스를 한다는 죄책감? 혹은 그저 긴장했을 뿐? 저도 모르게 초조해진 벨져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슬쩍 눈을 올려 뜬 루이스가 불을 붙여주려는 듯 제 베스트로 손을 가져갔지만 벨져는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계속해. 그 눈빛에 루이스는 그의 손을 다시 벨져의 바지춤에 올리고 눈을 내리깔았다. 긴 속눈썹에 제 흔적을 마구 흩뿌려서 그를 정복하고 싶다. 비록 그러고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길지라도 이 무채색의 차가운 남자를 제 색으로 물들이고, 그를 가지고 싶었다.
분명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침내 루이스가 벨져의 성기를 입에 담았을 때, 벨져는 습하고 따뜻한 점막과 뜨거운 숨결에 얼굴을 찌푸렸다. 서툴다. 이건 결코 펠라치오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어깨 너머로 익힌 지식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 같은 혀놀림에 벨져는 불을 붙여놓고 한참을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빨았다. 니코틴이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그 감각과 함께 머리가 맑아지니, 아래서 느껴지는 어설픈 자극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달아오른 자신이 있었다.
루이스는 눈까지 감고 집중하며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설픈 건 여전했다. 벨져는 아직 점령할 고지가 남아있다는 걸 깨달은 모험가처럼 신이 났다. 루이스의 혀가 기둥을 핥고, 그의 입 안에서 크기를 불려가는 성기를 볼이 홀쭉해지도록 빨아들였다. 벨져는 더 열심히 해보라는 뜻으로 손을 뻗어 그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여유롭게 만끽했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 벨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희뿌연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머리를 잡은 채 살살 달래듯 어루만지다, 그의 목구멍까지 닿도록 허리를 쳐올리자 루이스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그러면서도 손에 쥔 고환을 세게 쥐지 않으려는 노력이 갸륵해 두어 번 허리를 움직이다 놓아주었다. 바로 고개를 돌려 콜록거리며 바닥을 짚는 그 옆얼굴이 어찌나 가련한지. 벨져는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 채 손을 튕겨 담뱃재를 털었다.
“입을 쓰는 건 처음인가보지?”
“흐, 하아……. 하…….”
루이스는 손등으로 입을 막고 콜록거리다 눈을 떠 벨져를 바라봤다. 노려보는 것도 아닌, 무감각한 그 시선이 사내의 정복욕을 부추겨 벨져는 담배를 발아래 던져 구둣발로 짓이겼다.
“도련님…….”
“이리와.”
굳은 얼굴로 하는 말에 루이스는 무릎으로 기어 벨져의 다리 사이로 다가왔지만 벨져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 다시 제 것을 잡고 입 안에 넣으려는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켜 제 다리 위에 앉히자 루이스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 반응이 다른 남자를 떠오르게 해, 벨져는 루이스의 엉덩이를 한 손에 쥐었다.
“도련님, 이건…….”
“벗어. 왜, 못 하겠나?”
시선을 피하던 루이스가 입술을 다문 채 망설이다 눈을 질끈 감았다. 어디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이렇게 내비칠 사람인가. 벨져는 루이스를 올려다보며 그의 답을 기다렸다. 못하겠다고, 당신은 아니라고 말하리라 생각했던 루이스는 낮은 한숨을 내쉬더니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바지춤에 손을 가져갔다. 버클을 푸르고, 바지 단추를 푸르고, 지퍼를 내리며 복종하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이 행위를 거부하며 떨고 있었다.
대체 너는, 어디까지 날 비참하게 만들 생각이지? 그렇게 따져 묻고 싶었으나 목에 꽉 막힌 말이 그 위로 올라오질 않았다. 그 사이 루이스는 색색 숨을 몰아쉬며 베스트의 단추를 푸르고, 단정하게 묶여있던 검고 얇은 넥타이에 손을 가져갔다. 매듭을 잡아당기고, 그 안으로 손가락이 들어가 검은 넥타이가 그의 흰 손등과 손가락 마디에 뱀처럼 감겨들었다. 손에 감겨들었던 넥타이는 매듭을 풀자 힘없이 스르르 루이스의 손을 한 번 휘감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목끝까지 채운 단추의 첫 단추를 하나 푸르고, 루이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로서도 꽤나 용기가 필요한지, 여기서 그만둘 거냐 도발하려는 찰나 루이스가 다시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다. 툭, 툭,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잘 다려진 셔츠 안쪽으로 보이는 살결이 왠지 모르게 보면 안 되는 걸 훔쳐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의 흰 가슴팍과 배가 숨과 함께 떨리며 오르내리는 그 애처롭고도 가련한 모습에, 벨져는 제 안의 가학심이 타오르는 걸 느꼈다. 있는 줄도 몰랐던 감정이 슬며시 일어나, 벨져는 짐짓 여유로운 척 한 팔을 의자에 등을 기대고 어설픈 스트리퍼를 바라봤다.
루이스의 행위에서는 그들이 이따금 던지는 추파나 유혹, 혹은 성적 어필 따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스트립이라기엔 한참 모자란, 따지자면 그저 옷을 벗는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벨져는 루이스가 옷을 벗는다는 그 사실과 제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에 흥분했다. 그저 흥분했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몰입해있었고, 그래서 더 선명하고 또렷했다. 지금이라면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내면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내 바지 안에 잘 갈무리해뒀던 셔츠 밑단의 마지막 단추가 풀리고, 루이스의 손이 잠시 멈췄다. 매일 수도 없이 봤을 거면서, 어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그에게 벨져는 친절을 베풀기로 했다. 전혀 섹시하지 않게 제 다리에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힘겹게 다리에 힘을 주고 있는 루이스의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자 루이스의 몸이 움찔 떨렸다.
신선한 반응에 이건 이거 나름대로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지만 벨져는 그 다음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본디 인내 끝에 맛보는 과실이 가장 단 법. 벨져는 최대한 무던한 척하며 루이스에게 위로 올라가라 손짓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 루이스는 양팔로 뒤에 있는 책상을 짚고 일어나 엉덩이를 그 위에 올렸다. 허리띠며 바지 지퍼까지 풀어헤친 채 책상 위로 올라가는 루이스의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벨져는 루이스가 고개를 돌려 뒤에 펼쳐놓은 서류를 밀어내는 사이 다리를 꼬았다. 남자에게 욕정하는 성향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 사정 후에 흥분이 가시지 않은데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얼마든지 다시 발기할 수 있었다. 아무렴, 스무 살의 혈기왕성한 청년이 고작 한 번 뺀 걸로 만족할리가 없다. 벨져는 묵직해져오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팔걸이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괬다.
루이스는 서류를 밀어놓고 잠시 머뭇거리다 걸치고 있던 감색 베스트를 벗어 바닥에 떨어트렸다. 카펫 위로 떨어진 베스트 다음은 당연히 셔츠일 거라 예상했건만 루이스의 손은 셔츠대신 허리춤으로 향했고, 루이스의 다리를 감싸던 바지가 베스트의 뒤를 따랐다.
그는 유혹에는 영 소질이 없었지만, 애를 태우는 데는 소질이 다분했다. 애를 태우는 것만으로 스트리퍼가 될 수 있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밖에 있는 소문난 이들을 전부 제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벨져는 입술을 매만지며 다음을 기다렸다. 굳이 셔츠를 벗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딱히 벗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 희고 다림질한 냄새가 나는 셔츠가 그에겐 더 잘 어울렸다. 어울린다고 할까, 다 벗는 것보다 훨씬 더 색정적이라 한 편의 포르노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버클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벨져는 멈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눈앞에 훤히 드러난 그의 다리를 지그시 훑었다. 군데군데 보이는 오래된 흉터에 잠시 눈이 멈췄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발목까지 훑고 나서 고개를 들자 아직 벗지 못한 검은 브리프와 그의 중심이 눈에 들어왔다.
“흥분했나? 그렇게 좋으면 직접 해보지 그래.”
“…….도련님, 이건…….”
“왜, 아니면 내가 만져줬으면 좋겠다 뭐 이런 건가?”
벨져는 상기된 루이스의 얼굴에 즐거워졌다. 한없이 차가워 동요라곤 보이지 않던 그가 난처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 반응이 자신의 우위를 확인해주고 있었다.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울지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그와 그런 그를 보며 즐거워하는 자신. 기형적이고 비이상적인 이 상황이, 그럼에도 즐거웠다.
생략은 미덕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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