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 게임 회사들이 앞다퉈 명절을 쇠듯 만우절 이벤트를 뻥뻥 터트릴 때 사이퍼즈 역시 그 흐름에 합류했다. 합류라기 보다, 그들이 더 신나서 준비한 걸 내놓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유저들도 너나할거 없이 만우절이라는 축제에 몸을 맡겼으니, 프로팀인 홀든A도 예외는 아니었다.
1일 0시가 되자마자 '쉬레'와 '프로즌'의 트위터엔 이런 트윗이 올라왔다.
[HA_Belzer @belzerthebest:
안녕! 모두의 아이돌 쉬레입니다! >_< 오늘 친선경기로 아이스 셀랙할 거예욤! ]
[HA_Louis @realouis :
최강의 근딜러 프로즌이다. 오늘 오후 다섯시에 친선경기가 있으니 참여할 우민들은 대기하도록. ]
누가 봐도 계정을 바꿨다는 게 명백한 트윗에 사람들은 이게 다 귀여운 만우절 장난이려니 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뒤이어 쉬레의 트윗에 주르륵 달리는 형과 오빠 소리에 쉬레의 핸드폰은 쉴새없이 징징거리며 알람을 울렸다. 쉬레에게 형이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 중에는 같은 팀의 토마스 스티븐슨도 있었고, 평소 쉬레를 좋아하지만 쉽사리 말을 못 붙이는 사람과 프로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늘 딱딱하고 재수없는 소리나 하던 사람의 트위터 계정이, 비록 안에 있는 사람이 바뀐 걸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프로필과 닉네임을 걸고 절대 할리 없는 애교 섞인 말투를 하니 그 갭이 엄청났다. 게다가 프로즌은 팬서비스가 투철하기로 소문난 사람. 늘 씹히는 게 일상이었던 화면 너머의 사람들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돌아오는 멘션에 별을 찍고 캡쳐를 하기 바빴다.
"아, 내 트윗엔 언제 답멘할 건데!"
"야 네가 얼마나 그동안 사람들을 방치했으면 이러겠어. 지금 알림창 볼 새도 없다."
"넌 알림 꺼놨잖아. 그래놓고 그런 소리가 잘도 나오는군."
"잠깐만. 이거 마저 답멘해주고."
이층 침대에 누워 루이스의 핸드폰을 가지고 노닥거리던 벨져는 루이스한테 답멘이 돌아오는 대신 시답잖은 것들이 자꾸 말을 거는 통에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밖에다 프로즌이랑 놀아야하니 더 멘션 보내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말마따나 이건 제가 뿌린 씨앗이기도 하기에 벨져는 홱 돌아누웠다. 루이스는 벨져의 핸드폰으로 트윗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며 노트북까지 켜는 중이었다.
"그럼 내 커피는."
"직접 사다 먹어. 그리고 지금 열두시 반이야. 밤 새려고?"
"나쁜 새끼."
"네가 먼저 하자며."
루이스의 노트북이 켜지는 소리에 벨져는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제야 겨우 자기를 보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가까이 오라 손가락을 까딱였으나 루이스는 다시 노트북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봤자 핸드폰을 넘겨줬다 뿐이지 노트북을 켠다 해도 제 계정까지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벨져는 한껏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티를 내려 루이스의 핸드폰 액정을 손톱으로 두드렸다. 루이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터넷 창을 키더니 벨져의 아이디를 치고 그대로 트위터에 로그인했다.
"뭐야."
"왜?"
"너, 내 비밀번호는 어떻게 아는 거냐?"
"너, 나, 너, 나. 이걸 못 뚫는 게 더 이상한 거지."
루이스는 벨져를 돌아보지도 않고 알림창을 켜더니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라 벨져는 그 긴 다리를 이용해 이층 침대에서 훌쩍 내려와 루이스의 노트북을 뺏어 전원 버튼을 눌러 꺼버렸다.
"벨져."
"커피 먼저."
루이스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지만 벨져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턱을 치켜들었다. 곧 죽어도 제게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에 루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만우절이랍시고 장난을 하는 의미가 하나도 없었다. 루이스는 지갑을 챙겨 일어나며 의자에 걸어둔 후드를 챙겼다. 나가서 확 안 돌아와버릴까보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돌아올 자신을 알기에 루이스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원, 벨져 홀든에게 길들여지는 사막여우가 된 느낌이다. 루이스가 방을 나가려 문고리를 잡자 벨져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루이스를 멈춰세웠다.
"카드 가져가라."
"나 지갑 있어."
"하, 잔소리 말고."
평소 같았으면 주는 대로 받았겠지만 루이스도 심통이 나있던 터라 소심한 반항을 해보았지만 벨져는 코웃음치고는 루이스를 향해 카드를 던졌다. 누구 하나 죽일 것처럼 날린 카드를 잡아챈 루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을 나섰다. 복수랍시고 얼마를 긁어도 벨져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고, 또 제가 긁어봤자 천성이 소시민인지라 쫄려서 많이 긁지도 못했다. 벨져가 제게 던져주는 옷만 해도 뒤에 붙는 0이 얼마인지. 루이스는 전에 토마스가 귓속말로 대충 가격을 말해준 걸 듣고는 그냥 모르는 게 약이라 생각하기로 다짐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