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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져루이] Midnight fight?
해리포터au
루이스 2학년 벨져 1학년 꼬꼬마 애기시절
늦은 밤, 루이스는 몸을 뒤척였다. 침대에 든 지 오래 된 것 같은데 잠이 오질 않았다.
‘오늘 밤 자정, 숲으로 나와!’
그렇게 악을 쓰듯 외친 녀석의 분에 찬 얼굴이 아른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 벨져 홀든은 입학 첫날부터 루이스를 괴롭히고 시비를 거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결과였다. 맹세코, 루이스는 벨져의 첫인사가 호의적인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열차에서 그의 제안 아닌 제안을 거절했을 때도 그랬지만, 오늘은 어디서 무슨 소릴 들었는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그렇게 선언하고는 대꾸할 새도 없이 슬리데린 테이블로 가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하루 종일 그 생각에 사로잡혀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저녁 시간에 말을 해보려 슬리데린 테이블을 기웃거렸지만 벨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맛있는 저녁을 제대로 못 먹고 포근한 이불을 덮고도 잠들지 못하는 건 전부 벨져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다시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웠다. 벨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슬리데린 기숙사로 찾아갈까 하면서도 벨져의 형을 비롯한 슬리데린의 상급생이 떠올라 걸음을 돌렸다. 교수님이나 반장들에게 얘기했다간 또 벨져 때문에 슬리데린이 벌점을 받을 테고, 벨져는 또 제 탓을 할 것이다.
주변에 아무도, 심지어 늘 같이 다니는 앤지조차도 없었으니 벨져가 잡히는 즉시 제가 일러 바친 것을 알아챌 게 분명했다. 그럼 또 미움을 사겠지. 주변을 맴돌며 괴롭히는 것도 심해질 테고. 거기까지 생각한 루이스는 이불을 끌어올렸다. 상관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역시 엄청나게 신경이 쓰인다.
결국 루이스는 체념하고 몸을 일으켰다. 포근하고 따뜻한 깃털 이불을 걷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자정이 가까워져 있었다. 루이스에게 조금 높은 침대에서 내려오기 위해 루이스는 침대 아래로 발을 뻗었다.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엄지가 바닥에 닿는다. 몇 번 굴러 떨어져본 뒤로 루이스는 항상 침대에서 내려올 때 발끝을 세워 바닥을 짚었다. 차가운 슬리퍼에 발을 넣고 차가운 공기에 팔을 쓸어내린 루이스는 잠옷 위에 망토를 걸쳤다.
낡은 잠옷과 낡은 망토는 모두 물려받은 것이다. 고아원에서는 흔한 일이었으므로 루이스는 기꺼이 물건을 나누어준 상급생들에게 고마워했다.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불평하기엔 너무 과분하다. 혹시 모르니 지팡이를 챙기고, 구겨져 올라간 원피스형 잠옷의 끝단을 내린 루이스는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기숙사를 나왔다.
벨져 하나 때문에 오밤중에 이게 무슨 짓인지. 불현 듯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시험 기간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랬으면 늦게까지 공부하는 상급생들에게 꼼짝없이 붙들렸을 것이다.
휑한 복도를 조심히 걸으며 루이스는 목도리라도 챙길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텅 빈 공간만 해도 추운데, 벽과 바닥이 죄 돌이다 보니 더 추웠다. 지금이라도 따뜻한 침대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벨져가 숲에서 혼자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그쪽은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저를 손봐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벼르고 있다 해도, 벨져는 이제 막 입학한 일학년이다.
고작 한 살 차이에, 키도 몸집도 비슷하다지만 어쨌거나 신입생이다. 고아로 자라 제 밑의 아이들을 챙기는데 익숙한 루이스는 이것도 어쩔 수 없는 버릇이라 생각했다.
알아주는 명문가 출신에, 어려움이라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도련님이라도, 사사건건 시비에 어깃장만 놓는 되바라진 애라도 돌봐줘야 할 것 같았다. 더 훌륭하고 듬직한 보호자가 있음에도 그랬다.
숲은 위험하니까 얼른 데려와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간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차라리 저를 골탕 먹이려고 불러낸 거고, 정작 벨져는 침대에서 잠들어있으면 좋겠다. 물론 벨져 홀든 성격에 그럴 리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루이스는 벨져가 다이무스에게 붙잡혔거나 시간이 되길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기를 바랐다.
다들 자러 갔는지, 평소엔 꼭 한두번 씩 마주치기 마련인 유령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학교를 나온 루이스는 멀리 보이는 사람의 형체에 한숨을 내쉬었다. 기어코 온 모양이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루이스는 지팡이 끝에 자그마한 불빛을 밝히고 걸음을 재촉했다. 발에 젖은 풀잎이 스치고, 선물 받은 슬리퍼를 망치는 게 조금 미안하고 아까워졌지만 그보다 급한 게 있었다.
“벨져!”
“조용히 해, 이 멍청아! 꼴이 그게 뭐냐? 너, 설마 내가 부른 걸 까먹고 잠들었어?”
기껏 걱정돼서 잠도 못 자고 나왔더니, 환영 인사 한 번 거창하다. 루이스는 머리를 숙이고 달려오느라 차오른 숨을 뱉었다. 방금 침대에서 나온 차림인 루이스와 달리 벨져는 망토 안에 스웨터에 가디건까지 제대로 입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됐다. 시답잖은 일로 불러낸 거면 이번엔 꼭 한 대 날려줘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루이스는 주먹을 꼭 쥐고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용건이 뭐야.”
“하? 그걸 몰라서 물어? 너 진짜 바보야? 당연히 결투지! 그것도 몰라?”
피가 싸하게 식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여태 벨져를 걱정한 자신이 한심해진 루이스는 더 들을 것도 없이 등을 돌렸다. 짜증이 치밀어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지만 한밤중에 몰래 기숙사를 나온 것도 모자라 명문가의 자제를 때리기까지 하면 퇴학 처분을 받게 될지도 몰랐다. 루이스는 이를 악물고 왔던 길을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저따위를 걱정해준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야!”
“거절할게, 홀든. 그럼 이제 끝이지? 앞으론 말 걸지 말아줄래? 이딴 식으로 사람 휘두르는 거, 도련님인 너한텐 당연할지 몰라도 정말 불쾌하거든.”
루이스는 전에 없이 매섭게 쏘아붙였다. 하다못해 부모님이라도 계셨다면, 그랬다면 앞뒤 안 보고 다퉜을지도 모르지만 루이스는 지금 호그와트에 다니는 것도 기적이었다. 교수님들이나 같은 기숙사의 상급생, 친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역시 나중에 좀 성가셔도 그냥 이를 걸 그랬다. 흙이 묻고 젖어버린 슬리퍼가 눈에 들어와 더 서러워진 루이스는 눈을 문질러 닦았다. 아무리 분하고 서러워도 벨져 앞에서 울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 서!”
직접 말하긴 무섭고, 다이무스 홀든에게 익명의 투서를 몰래 보낼 생각을 하는데 벨져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루이스를 붙잡았다. 얼굴만큼이나 예쁜 목소리라 그만, 걸음을 멈췄다. 루이스는 사실 벨져가 벨라의 후손이 아닐까 생각했다. 예쁘고, 똑똑하고, 가진 것도 많으면서 왜 저만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루이스가 받아치려 고개를 돌린 순간 벨져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벨져! 뒤!”
“뭐, 뭐야!”
루이스는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털로 뒤덮이고, 팔다리가 네 개 달린 요정을 닮은 생명체. 픽시랑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루이스는 그들에게 지팡이 끝을 겨누며 벨져에게 달려갔다. 날개를 파닥거리던 그들이 뒤를 돌아본 채 굳어버린 벨져를 향해 달려들고, 루이스는 재빨리 벨져를 제 품으로 잡아당겼다.
“루모스!”
“멍청아, 그런 걸로 되겠...!”
“누구 때문에 저것들이 따라오는데! 네가 시끄럽게 하니까 그렇잖아!”
지팡이가 내뿜는 빛에 그들의 날개짓이 수그러들며 주춤했다. 밝은 빛에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본 루이스는 제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고 지팡이를 거뒀다. 저건 사람을 골리는 픽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위험한 독시다. 더 다가오지 않고 독낭을 부풀리는 걸 본 루이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다, 이 주문이 통하길 빌며 주문을 외쳤다.
“임페르비우스!”
다행히, 루이스가 만들어낸 방수막이 한껏 부푼 독시의 독낭에서 흩뿌려지는 독액을 막아냈다.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걸 감지한 독시들이 날개짓을 하며 웅성거리고, 루이스는 안도했다. 한숨을 내쉬고, 한 팔로 꼭 안고 있던 벨져를 놓아주려는데 루이스의 발이 끈적한 무언가에 젖어들었다. 방수막을 타고 흐른 독액과, 이미 젖어버린 슬리퍼. 거기까지 생각한 루이스는 끔직한 통증에 지팡이를 꽉 쥐었다. 독시들이 다시 달려들려 하고 있었다.
“루이스?”
“윽....”
“임묘뷸러스!”
“벨져!”
독시들이 얼어붙고,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벨져의 고개가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급히 달려온 다이무스가 벨져를 발견하고,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인 카인 스타이거와 함께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벨져!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나는, 그러니까.... 형아, 난....”
“홀든! 동생을 데리고 당장 기숙사로 돌아가라. 나는 루이스를 병동에 데려다줘야겠다.”
안절부절 못하는 벨져가 다이무스의 망토를 잡고 루이스를 바라봤다.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앓고 있는 루이스를 안아든 카인이 돌아서고, 다이무스가 어린 동생을 혼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벨져, 정말이지, 네 녀석은...!”
“홀든 군. 자네가 빚을 졌다는 걸 잊지 않는 게 좋을 걸세.”
“.......”
입술을 앙 다물고 있던 벨져가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숙였다. 다이무스는 제 동생이 분에 못 이겨 교수에게 달려들어 소리치면 어쩌나 했지만, 고개를 든 벨져는 다이무스의 예상과 정 반대의 말을 했다.
“내일, 병동에 보러 가도 될까요.”
“사과 받을 사람은 따로 있지.”
“알겠습니다.”
머글 출신이라고 업신여기던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공손한 모습에 다이무스는 내심, 벨져가 루이스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양 굴던 게 다른 감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평소 같았으면 쌤통이라고 못된 말을 했을 녀석이, 장난을 치다 이글을 다치게 했을 때처럼 굴고 있었다.
어쩌면 그냥 관심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벨져는 솔직하지 못한 아이였으므로, 다이무스는 기숙사 점수를 오십 점이나 깎아먹은 주제에 제 앞에선 죽어도 울지 않으려는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독시의 독이 그리 위험하지 않으며, 루이스는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위험천만했던 밤이 지나고, 루이스는 병동에 한가득 쌓인 사탕과 과자, 쿠키, 케이크, 초콜릿 사이에서 눈을 떴다. 조금 다쳤다고 이렇게 대접을 받는 게 처음이라 쑥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지루한 마법의 역사 수업도 빼먹고, 하루 종일 누워서 과자나 야금야금 먹고 있는 신세라니, 분에 겨워 꿈이라도 꾸는 기분이었다.
새 슬리퍼와 잠옷을 선물해준 트리비아에게 조금 혼이 나긴 했지만 루이스는 그것도 좋았다. 걱정과 애정이 섞인 꾸지람은 평생 들어보지 못한 것이라 더 각별했다. 점심시간에 찾아온 앤지는 작은 꽃다발 하나와 꼼꼼히 정리한 필기 노트를 건네주고, 벨져가 아침 식사 내내 저기압이더란 얘기를 해주고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가버렸다.
루이스는 발에 감겨있는 붕대와 선물을 보다 몸을 뒤척였다. 기껏 이런 기회가 왔는데 공부는 싫다. 뭘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다가왔다. 작은 헛기침 소리에 루이스는 커튼 너머에 누가 있는지 알아차렸다.
그리 반가운 얼굴은 아니지만, 지루함에 몸부림치던 소년에겐 또 그만한 사람이 없었다.
“벨져?!”
“윽, 괘, 괜찮나보네.”
“뭐, 크게 다친 건 아니니까.”
루이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양팔을 등 뒤로 감춘 벨져는 평소의 기세는 어디 감췄는지 루이스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서? 왜 왔어. 설마하니 벨져 홀든 경께서 미천한 천민한테 사과하러 온 건 아닐 테고.”
“난, 그....”
가볍게 한 농담에 벨져의 안색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우물쭈물 말을 망설이는 모습에 루이스도 덩달아 당황해버렸다. 이런 모습의 벨져는 처음이라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제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거나, 멍청하게 자기 발밑도 못 본다거나, 너 때문에 혼났으니 책임지라는 뻔뻔한 태도를 예상한지라 너무 낯설어 벨져 홀든이 아닌 것 같았다.
“미안....”
“어, 어.... 응....”
내내 양 손을 등 뒤에 감추고 있던 벨져가 조심스럽게 팔을 내밀었다. 작고 엉성한 꽃다발과 편지로 추정되는 종이. 그리고 풀물이 잔뜩 든 손. 루이스는 감히 받을 생각을 못하고 눈만 꿈뻑거렸다. 뽀얗고 보드라운 벨져의 손에 물든 풀물만큼이나,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잠시 그대로 엉거주춤하게 서있던 벨져가 침묵과 쑥스러움을 못 이기고 소리쳤다.
“어, 얼른 받아, 이 멍청아!”
“아, 응!”
얼떨결에 받아든 루이스는 꽃다발이라고 생각했던 나뭇가지와 꽃을 다시 살폈다. 꽃다발이라기엔 묘하게 모양을 만든 것 같은데, 타원도 원형도 아닌 무언가라 영 의심이 갔다.
“저기, 벨져.”
“뭐냐.”
평소대로 소리치고 나니 조금 괜찮아졌는지, 팔짱을 낀 벨져가 고개를 삐딱하게 돌린 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거... 화환.... 맞지? 엄청 못 만든다.”
“뭐야?! 너, 사람이 기껏...!”
“고마워.”
겨우 눈을 마주친 벨져에게 생긋 웃자 길길이 날뛰려던 벨져가 방금 루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눈을 깜빡였다. 긴 속눈썹과 예쁜 파란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펑, 하고 터지는 것처럼 벨져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벨져 홀든이라도 가르쳐주는 사람 하나 없이 화환을 엮으면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윽.... 두고 봐! 다음엔 그런 소리 절대 못 하게 해줄 테니까!”
“두고 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 없다던데.”
“너, 이익...!”
“으악, 사람 살려!”
폼프리 부인이 달려들려던 벨져에게 병동에서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며 쫓아내고, 루이스는 식식거리며 돌아보는 벨져를 향해 예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지루해했던 게 거짓말처럼 즐거워지고, 이상한 화환 하나와 편지 한 장이 손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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